폭로 쏟아낸 남욱, 이재명 수사 스모킹건 되나…출소 김만배 '입' 주목

심언기 기자 2022. 11. 22.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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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 입증엔 부족…배임·대선자금 수사엔 도움
'김만배 입' 주목, 이재명 연내 소환 가능성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엘리베이터에 탑승하고 있다. 2022.11.21/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심언기 기자 = 대장동 3인방 가운데 한명인 남욱 변호사가 출소 직후 폭로를 쏟아내면서 검찰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수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 이어 남 변호사가 폭로전에 가세하면서 대장동 일당의 분열 양상이 뚜렷하다. 말 그대로 '각자도생' 형국이다.

법적 효력과는 별개로 폭로 내용 대부분은 이 대표에게 불리한 것들이어서 여론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검찰 입장에서는 이 대표를 향한 의혹이 커질수록 '보복 수사'나 '야당 탄압' 논란을 피하면서 이 대표를 직접수사할 수 있는 명분이 된다.

폭로로 새 국면에 들어선 검찰 수사가 이 대표에게 닿기 위해선 결국 김만배씨가 폭로전에 가세해야 한다. 이 대표의 좌우 핵심 측근인 정진상 당대표 정무조정실장,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혐의부인 입장 유지 여부도 관건으로 꼽힌다.

대장동 사업이 민간에 과도한 특혜를 몰아줘 시 재정에 손해를 끼쳤다는 게 검찰의 판단인 만큼 이 대표의 배임 혐의 의율은 예정된 수순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측근들의 뇌물 역시 대선자금 의혹과 맞닿아 있어 이 대표 직접수사는 시간 문제일 뿐이란 관측이 나온다.

◇검찰 "천화동인 1호 지분 절반은 이재명측 몫"…물증 확보 관건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위례·대장동 개발사업 편의·특혜의 대가로 이 대표측이 천화동인 1호 지분 절반을 약속받았다고 본다.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 등의 진술이 핵심 근거다. 반면 김만배씨는 자신이 실소유주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검찰은 정 실장과 김 부원장 영장 및 공소장에 '천화동인 1호'가 거둔 수익(700억) 중 제반비용을 제한 428억원이 이 대표 측에 약속된 돈, 즉 '숨겨진 몫'이었다고 적시했다. 이 대표측은 정 실장과 김 부원장, 유 전 본부장 3인을 말한다.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이 대표를 정 실장과 '정치적 공동체'로 규정하며 여지를 남겨뒀다.

검찰은 대장동 일당이 숨겨진 몫을 어떻게 이 시장 측에 전달할지 구체적 방안을 다양하게 논의한 정황도 파악했다고 한다. 돈 지급이 지연되자 정 실장이 '이 양반(김만배) 미쳤구만'이라고 말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하지만 대장동 의혹이 언론에 보도되며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결국 이 돈이 실제로 건네지진 않았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정 실장 등에게 부정처사후수뢰(뇌물약속) 혐의가 적용된 것도 이 때문이다.

검찰 수사의 관건은 결국 물증에 달렸다는 평가다. 진술만으로는 혐의 입증에 한계가 있고, 김씨의 자백 또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명확한 증거 없인 이 대표까지 수사가 진행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있다.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이 이미 일정 부분 구체적 물증을 확보했을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이 대표측의 협조 가능성을 낮게 보고 공판 과정에서 핵심 증거를 꺼내드는 전략 아니겠느냐는 전망이다.

남욱 변호사가 21일 새벽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나와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대장동 개발사업 로비‧특혜 사건의 핵심으로 구속 재판을 받던 남욱 변호사는 이날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됐다. 2022.11.21/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남욱도 '검찰도우미' 변신…추가기소·공소장 변경 대비 포석?

수사팀 교체 후 검찰 수사는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의 적극적 진술을 계기로 탄력을 받고 있다. 위례·대장동 사업을 둘러싼 수익금, 불법자금의 최종 종착지를 캐고 있는 검찰과 책임 소재를 덜어 형량을 낮추려는 대장동 일당의 이해관계가 맞물렸다는 평가다.

남 변호사는 21일 0시5분쯤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났다. 지난해 11월 구속 이후 1년만이다. 출소 10시간여 만에 대장동 재판에 출석한 남 변호사는 "(검찰) 조사 당시 (대통령) 선거도 있고 겁도 나서 솔직하게 말씀 못 드린 부분이 있다. 사실대로 다 말씀드리겠다"며 작심 발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남 변호사는 2014년 4월부터 9월까지 분양대행사 대표 이모씨로부터 22억5000만원을 빌렸고,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과 김만배씨 등을 거쳐 "최소 4억원을 '이 시장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4억원 외에 추가로 1억~2억원을 이 대표 측에 전달한 걸로 기억하지만, 시점은 확실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또 김씨가 2014년 5월 이 대표와 선거운동을 같이 하던 강한구 당시 성남시의원을 만나 5000만원을 전달했고, 비슷한 시기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에게도 6000만원을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또 자신이 유동규씨에게 1억원을 직접 전달했고, 1억8000만원은 특정 종교단체 관계자에게 김만배씨가 줬다고 했다.

특히 남 변호사는 실소유주 논란이 일었던 천화동인 1호의 지분이 이재명 시장 측 지분이란 걸 2015년 2월부터 알았다고 밝혔다. 그는 "김씨가 본인은 12.5%밖에 안 된다 했고, 실제 자기 명의 49% 중 나머지 37.4%는 이 시장 측 지분이라고 했다"면서 "지난해 김씨와 대화하는 과정에서 이 시장 측 지분이 24.5%(700억원·세후 428억원)로 확정됐고, 그때 정 실장과 김 부원장의 이름이 정확하게 거론됐다"고 주장했다.

남 변호사의 이같은 발언은 현재 진행 중인 재판 및 공소장 변경을 예상한 선제적 대응이란 분석이 나온다. 유 전 본부장이 이미 태도를 바꿔 검찰에 적극 협조로 돌아선 상황에서 책임을 떠안을 필요가 없다는 판단 아니냐는 해석이다.

자신의 역할을 대장동 '주범'에서 '종범'으로 축소하는 한편, 검찰에 적극 협조함으로써 향후 검찰의 구형 및 재판부 양형에 일정 부분 호의적 결정을 기대하는 전략으로 선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남 변호사 폭로 '들었다, 직접 보지는 못했다' 한계…키는 김만배·정진상·김용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의 태도가 급변했지만 이 대표를 결정적으로 엮을 수 있는 고리는 여전히 김씨와 두 측근이 쥐고 있다.

남 변호사의 진술은 '누구한테 요구받았다', '돈을 전달했다고 들었다', '직접적으로 보지는 못했다' 등 행위의 직접 목격에 대해선 유보적·제3자적 입장을 취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다. 돈을 직접 건네거나 지분 약속을 했다는 당사자들의 진술이 보다 핵심적일 수밖에 없다.

대장동 일당과 유착 의혹을 받는 정 실장측 변호인들도 이같은 점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정 실장측 변호인은 "흔히 객관적 물증이라 하는 것은 검찰이 제시한 주장에서 발견하지 못했다"며 "대부분 핵심 당사자들의 진술, 녹취록에 나오는 말"이라고 치열한 법리다툼을 예고했다.

현재까지 상황을 종합하면 돈이 오간 정황은 진술을 토대로 확보한 일부 물증으로 혐의 특정이 가능하더라도,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를 둘러싼 엇갈린 진술을 현수사 단계에서 규명하기엔 다소 부족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김씨의 경우 '정영학 녹취록' 등에서 일부 언급된 '그 분'의 존재를 부정하며 천화동인 1호가 자신의 소유란 입장을 시종일관 유지 중이다. 김씨의 태도가 돌변하거나, 검찰이 명확한 물증 또는 '시장실'로 지칭된 이 대표 측근들의 결정적 진술을 확보하지 못하면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 규명이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김씨가 그동안의 주장을 유지할지, 태도를 바꿀지 김씨의 '입'에 법조계와 정치권 시선이 집중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씨는 오는 24일 0시를 기해 구속기한 만료로 석방된다.

정진상 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2.11.18/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대장동 최종결재 결국은 이재명…대선자금 수사도 '뇌관'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 규명이 김씨와 정 실장, 김 부원장 등의 진술에 상당 부분 의존하는 구조라면, 대장동 사업 배임 의혹은 보다 포괄적으로 이 대표를 겨냥할 수 있는 카드로 꼽힌다.

대장동 개발사업은 이 대표가 시장이던 시절 진행돼 각종 사업구조 결정의 최종결재권자였던 만큼 배임 혐의 의율이 가능할 것이란 시각이 많다.

검찰 특수통 출신 한 변호사는 "지금까지 공개된 영장, 공소장의 혐의사실을 보면 개발이익이 민간에 넘어간다는 점을 충분히 알았고, 이를 승인한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가 묻어난다"며 "배임 혐의에 대해선 상당한 확신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정 실장과 김 부원장이 수수한 것으로 의심받는 불법자금들의 최종 용처도 이 대표에게 불똥이 튈 여지가 상당하다. 뇌물공여를 자백한 이들이 대선경선 자금 명목이라고 주장한 만큼 이 돈이 캠프로 흘러들어간 정황이 포착되면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다수의 의혹이 제기되고 일부 혐의에 대해선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등 1차 소명이 이뤄지고 있어 이 대표 직접 수사는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법조계 일각에선 올해 안에 이 대표 소환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이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등은 검찰 수사에 대해 '정치보복' '표적수사'란 입장이 확고하다. 이 대표는 "검찰 독재 정권의 어떤 탄압에도 우리 민주당은 흔들림 없이 민생과 경제를 챙기고 평화와 안보를 지켜나가겠다"고 밝혔다.

eonk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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