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가 끝나면 스토브리그가 시작된다. 선수 계약과 선수 이동, 여기에 개인 수상자들이 발표된다. 지난 시즌을 정리하고,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FA 시장이 곧바로 열리는 건 아니다. 첫 5일간 기존 소속팀과 먼저 대화하면서, 서로의 입장을 확인한다. 이 과정에서 계약이 성사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2년 전 뉴욕 메츠와 에드윈 디아스가 5년 1억200만 달러 계약에 합의했고, 올해 마이클 와카도 3년 5100만 달러 계약으로 원 소속팀 캔자스시티에 잔류했다.
이 사전 협상 기간이 끝나면 FA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장한다. 올해는 총 174명의 선수들이 FA 자격을 획득했다. 팀별로는 뉴욕 메츠가 14명으로 가장 많았고, 디트로이트와 탬파베이, 마이애미는 한 명도 없었다.
174명 중 구단이 한 번 더 손길을 내민 선수들이 있다. 13명의 선수가 퀄리파잉 오퍼(qualifying offer)를 받았다. 이는 내년에도 함께 하고 싶다는 구단의 메시지다. 연봉은 리그에서 가장 돈을 많이 받는 상위 125명의 평균으로 책정한다. 매년 금액이 높아지면서 내년에는 2105만 달러까지 늘어났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
원래 메이저리그는 FA 선수 등급을 매겼다. 기록 전문 업체 <엘리아스 스포츠 >가 각종 성적에 기반해 A등급과 B등급으로 분류했다. 현재 KBO리그 FA 등급과 비슷한 맥락이다. A등급 선수가 계약을 하면 이전 팀에게 드래프트 보상 지명권이 두 장, B등급 선수는 한 장이 주어졌다.
이 제도는 2011년 11월에 폐지됐다. 외부 기관이 선수 등급을 나누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 이에 구단이 결정할 수 있도록 합의했다. 그래서 그때 발의한 노사단체협약(CBA)에 새로 추가된 규정이 '퀄리파잉 오퍼'다. 이 퀄리파잉 오퍼가 등장하면서 구단이 직접 선수 가치를 평가하고, 선수도 수락 여부를 주체적으로 판단하게 됐다.
이후 퀄리파잉 오퍼는 몇 차례 보강됐다. 보상 지명권을 그냥 주지 않았다. 선수의 계약 규모와 수익 공유 기금 수납, 여기에 사치세 부과를 따져서 보상 지명권에 차이를 뒀다.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려는 장치들이었다.
하지만 이런저런 조건들이 더해지다 보니 내용이 너무 복잡해졌다. 그래서 매년 이 시스템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계속 헷갈릴 수밖에 없는 문제다.
일단, 가장 중요한 보상 지명권은 선수에게 퀄리파잉 오퍼를 해야 받을 수 있다. 해당 선수가 다른 팀과 계약하면 보상 지명권이 배당된다. 그런데 이전과 차별화되는 부분이 하나 있다. '수익 공유 기금(revenue sharing)'이다.

수익 공유 기금은 90년대 중반에 도입됐다. 리그 전체 수익을 자금력이 떨어지는 구단에게 배분하자는 취지였다. 일부 구단의 반발이 있었지만, '빈부격차 해소'라는 대의를 따랐다. 이에 매년 14팀이 수익 공유 기금을 받는다. 올해는 오클랜드와 탬파베이, 클리블랜드, 피츠버그 등이 있다(밀워키 마이애미 볼티모어 신시내티 애리조나 시애틀 콜로라도 캔자스시티 디트로이트 미네소타).
수익 공유 기금을 받는 팀이 퀄리파잉 오퍼 선수를 뺏기면 계약 규모에 따라 보상 지명권의 순번이 달라진다. 총액 5000만 달러 이상은 '1라운드 이후', 5000만 달러 미만은 3라운드 이전에 구성된 '경쟁 균형 B 라운드(competitive balance round B) 이후'다. 계약 규모가 큰 만큼 핵심 선수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더 확실하게 보상해 준다.
반면 사치세(competitive balance tax)를 납부하는 팀들은 이 14팀과 대척점에 있다. 사치세는 리그가 정해 놓은 팀 연봉의 기준치를 넘으면 내야 하는 일종의 벌금이다. 이러한 팀들은 퀄리파잉 오퍼 선수를 잃는다고 해도 보상 지명권의 순번이 낮다. '4라운드 이후'에 쓸 수 있다. 올해 다저스와 양키스, 메츠를 비롯해 9팀이 사치세를 낼 예정이다(필라델피아 애틀랜타 휴스턴 토론토 컵스 텍사스).
그리고 나머지 팀들이 있다. 수익 공유 기금도 받지 않고, 사치세도 물지 않는 7팀이 있다(샌디에이고 샌프란시스코 세인트루이스 보스턴 워싱턴 에인절스 화이트삭스). 이 팀들 역시 퀄리파잉 오퍼 선수를 내주면 '경쟁 균형 B라운드 이후 지명권'을 가진다.
편의상 보상 지명권을 1,2,3이라고 했을 때, 드래프트 순서에 대입하면 아래와 같다.
1라운드
<보상 지명권 1>
경쟁 균형 A 라운드
2라운드
경쟁 균형 B 라운드
<보상 지명권 2>
3라운드
4라운드
<보상 지명권 3>
이익이 있으면, 불이익도 있기 마련이다. 퀄리파잉 오퍼 선수를 영입한 팀들은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이 또한 수익 공유 기금 수납과 사치세 부과에 따라 정도가 다르다.

수익 공유 기금을 받는 팀은 퀄리파잉 오퍼 선수를 데려가도 3번째로 높은 드래프트 지명권만 상실한다. 그러나 사치세를 내는 팀은 2번째와 5번째 높은 지명권 상실, 뿐만 아니라 국제 유망주 계약금 한도가 100만 달러 줄어든다. 수익 공유 기금을 받지 않고, 사치세도 내지 않는 팀도 2순위 지명권과 국제 유망주 계약금 50만 달러가 소멸된다. 페널티가 만만치 않다 보니 퀄리파잉 오퍼 선수 영입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2024 퀄리파잉 오퍼 선수
후안 소토(양키스) 코빈 번스 & 앤서니 산탄데르(이상 볼티모어) 피트 알론소 & 션 머나야 & 루이스 세베리노(이상 메츠) 맥스 프리드(애틀랜타) 알렉스 브레그먼(휴스턴) 윌리 아다메스(밀워키) 테오스카 에르난데스(다저스) 크리스찬 워커(애리조나) 닉 마르티네스(신시내티) 닉 피베타(보스턴)
올해는 선수 13명이 원 소속팀으로부터 퀄리파잉 오퍼를 받았다. 참고로 퀄리파잉 오퍼는 단 한 번밖에 받지 못한다. 이전에 수락 혹은 거절한 선수에게 재차 요구할 수 없다. 블레이크 스넬이나, 네이선 이볼디는 예전에 받은 적이 있기 때문에 올해 받지 않았다.
시즌 중반 팀을 옮긴 선수도 제외된다. 한 시즌 내내 같은 팀에 있어야 한다. 시즌 도중 트레이드 된 잭 플래허티와 태너 스캇 등은 자격이 없었다. 보상 지명권 남발을 막기 위해 퀄리파잉 오퍼를 받을 수 있는 기준도 엄격하게 제한했다.

후안 소토와 코빈 번스는 이번 FA 시장 최대어다. 양키스와 볼티모어가 퀄리파잉 오퍼를 했지만, 두 선수의 수락을 기대하진 않는다. 그냥 형식적으로 하는 행동이다.
두 선수가 다른 팀으로 이적하면 보상 지명권이 주어진다. 그런데 두 팀은 위에 설명한 대로 보상 지명권의 순번이 다르다. 양키스는 사치세를 내는 팀이고, 볼티모어는 수익 공유 기금을 받는 팀이기 때문이다. 양키스는 4라운드 뒤 '보상 지명권 3'을 받고, 번스의 계약 총액이 5000만 달러 이상이 확실시되는 볼티모어는 '보상 지명권 1'이 유력하다.
퀄리파잉 오퍼가 시작된 2012년 이후, 원 소속팀이 퀄리파잉 오퍼를 행사한 건 131명이다. 하지만 이 제안을 수용한 선수는 13명뿐이다. 지난 겨울은 한 명도 없었다. 2년 전 작 피더슨과 마틴 페레스가 퀄리파잉 오퍼를 받음으로써 원 소속팀에 한 시즌 더 뛴 바 있다. 퀄리파잉 오퍼로 남으면 이듬해 6월 중순까지는 트레이드 할 수 없다.
한국 선수도 퀄리파잉 오퍼를 받은 적이 있다. 2013년 추신수가 처음이었다. 그 해 신시내티에서 눈부신 시즌을 보낸 추신수는 퀄리파잉 오퍼를 거절하고 FA 시장에 나왔다. 그리고 텍사스와 1억3000만 달러 대형 계약에 성공했다.
2018년 류현진도 다저스로부터 퀄리파잉 오퍼를 받았다. 그 해 부상 공백기가 있었던 류현진은 퀄리파잉 오퍼를 수락했다. 그러면서 2019년 1790만 달러 연봉을 받고 다저스에 남았다. 사실상 FA 재수를 택한 것이다.
이 선택은 적중했다. 류현진은 2019년 사이영상 2위에 오르면서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퀄리파잉 오퍼는 FA 시장에서 입지가 불확실하면 '족쇄'가 될 수 있는데, 류현진은 전략적으로 퀄리파잉 오퍼를 잘 이용했다. 덕분에 2019년 겨울에는 더 자유의 몸이 됐고, 토론토와 4년 8000만 달러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올해 김하성은 샌디에이고로부터 퀄리파잉 오퍼를 받지 못했다. 어깨 수술이 결정적이다. 내년 시즌 복귀일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연봉 2000만 달러가 넘는 돈을 보장하기가 힘들었다. 다만, 퀄리파잉 오퍼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향후 김하성을 영입하는 팀은 지명권이나 국제 계약금을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 이 점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당초 퀄리파잉 오퍼는 시장 활성화와 전력 평준화가 목적이었다. 그러나 의도와 달리 꾸준히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완전무결한 제도는 없다지만, 고쳐야 할 점이 태산이다. 매번 되짚어야 할 정도로 내용도 혼란스럽다. 보다 간단명료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 이창섭
현 <SPOTV> MLB 해설위원
전 <네이버> MLB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