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공장이 나무를 지킨다고?”…역발상으로 지구 살리는 이 회사들

서정원 기자(jungwon.seo@mk.co.kr) 2024. 10. 17.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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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소비가 많고 폐기물을 다량 배출해 과거 ‘공해산업’이라는 오명을 썼던 제지 업계가 180도 이미지 변신에 나서고 있다. 국가 목표를 훨씬 상회하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정하는가 하면, 친환경·재활용 가능 제품 생산에도 열심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중요성을 일찍부터 접한 오너 3세들이 이같은 친환경 바람을 주도하고 있다.

16일 무림그룹은 ‘2024 무림 기후변화 대응 보고서’를 발간하고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22년 대비 25%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가 공시를 권장하는 지속가능 경영 보고서와 별개로 기후변화 대응 보고서를 발간한 건 무림이 국내 제지 업계 최초다.

무림그룹 계열사인 무림페이퍼와 무림P&P는 보고서를 통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고,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5% 감축하겠다는 중간 목표를 설정했다.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지난해 발표한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 따르면 2030년까지 산업 부문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는 2018년 대비 11.4%에 그친다. 산업 평균보다 온실가스를 더 많이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이도균 무림 대표는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에서 기업의 역할과 책임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며 “탄소중립 로드맵 이행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무림은 친환경 설비를 들이고 공정 효율성을 강화하고 있다. 2021년부터 138억원을 투입해 에너지 효율 개선을 추진해 왔다. 또 2025년까지 2800억원을 투자해 바이오매스 연료인 흑액을 활용한 친환경 고효율 회수 보일러를 증설 중이다. 지난해 한 해만 흑액을 통해 약 80만t의 온실가스 감축효과를 거뒀다.

고(故) 이무일 창업주 장손이자 이동욱 무림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도균 대표가 친환경 경영을 주도하고 있다. 이 대표는 무림페이퍼 대표로 취임한 직후인 2020년 3월 친환경 종이 브랜드 ‘네오포레’를 만들었다. 이후 생분해 종이컵 원지와 재활용성을 갖춘 종이 빨대, 종이 튜브, 완충재 등을 개발해 서울·제주 신라호텔, 한국콜마, CJ대한통운을 비롯한 고객사에 공급하고 있다. 또 무림이 지난 3월 헌 옷을 활용해 출시한 포장용지 ‘네오코튼 TMB’는 LG생활건강 화장품 브랜드 ‘오휘’ 제품 포장에 쓰이기도 했다.

한솔제지도 올해 초 헌 우유팩을 재활용한 고급 인쇄용지 ‘Hi-Q 밀키매트’를 내놓으며 주목 받았다. 우유팩은 산소와 수분 차단을 위해 종이 양면에 폴리에틸렌(PE) 필름을 덧댄 용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재활용이 쉽지 않은데, 지난해 70억원을 투자해 종이팩을 재활용할 수 있는 설비를 따로 도입한 덕분이다. 한솔의 친환경 경영은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의 장남인 조성민 한솔홀딩스 부사장이 주도하고 있다. 조 부사장은 지난해 10월까지 한솔제지 친환경 사업담당 상무로 재직했고, 지주사로 옮겨 온 뒤에도 친환경 경영 전략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같은 노력은 지난 6월 글로벌 지속가능성 평가기관 에코바디스에서 상위 1%에 부여되는 ‘플래티넘’ 등급 획득으로 이어졌다.

한솔제지는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종이용기 테라바스 생산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테라바스는 플라스틱 계열인 폴리에틸렌 코팅을 쓰지 않고 수용성 코팅액을 활용해 생분해가 되며, 밀키트 용기로도 사용될 수 있다.

유한킴벌리는 화장실에서 손을 씻은 뒤 물기를 닦을 때 쓰는 ‘핸드타월’ 재활용 캠페인을 2년 전 본격화했는데, 최근 누적 재활용량이 100t을 돌파했다. 캠페인 확산을 위해 유한킴벌리는 지역별 분리배출을 비롯해 건조·수거·운송 체계를 개선하고, 기업과 기관의 적극적인 동참을 유도했다. 지난달 기준 롯데물산, KB손해보험, 서울시, 삼성전기, LG전자, 한국자산관리공사를 비롯한 35개 기업과 기관이 함께 하고 있다. 2년 간 재활용을 통해 절감된 온실가스 배출량은 104t에 달한다. 이는 30년생 소나무 1만1398그루의 탄소흡수 효과와 맞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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