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속방지턱도 전기차엔 공포”…살짝 쿵에 폭발·화재? 겁나서 못타겠다는데 [세상만車]
3㎜ 흠집에 7천만원 수리비 폭탄
“전기차 타는 죄인됐다” 분노폭발
위험신호 무시한 안전불감증 업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왔던 벤츠 EQE 차주의 호소가 국정감사에서 소개됐습니다.
지난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 손명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벤츠가 승차감을 위해 최저지상고를 낮게 설계, 하부 충격에 매우 취약한데도 7000만원 상당의 수리비용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마티아스 바이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대표는 이에 “기술적 특성상 제대로 된 답변을 드릴 수 없는 점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대답했죠.
이 내용이 알려진 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하체에 작은 충격을 주거나 흠집을 내는 과속방지턱도 전기차에는 공포’라는 우려가 확산됐습니다.
과속방지턱을 넘다가 ‘살짝 쿵’ 소리에 화재가 나거나 수리비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죠.
이번 화재로 한순간에 ‘전기차 타는 죄인’이 됐다고 분노했던 벤츠 전기차 차주들은 일상생활에서조차 차량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게 됐다고 한탄했습니다. 테슬라·BMW·아우디·현대차·기아 등 다른 브랜드의 전기차를 타는 운전자들도 도매급으로 묶여 주차할 때마다 눈총을 받는 죄인이 됐다고 울분을 토했습니다.
류경진 영남이공대 스마트e-자동차과 교수는 지난달 6일 킨텍스에서 열린 ‘오토살롱 위크 현장 이슈 토크쇼’에서 전기차 화재와 관련해 “과속방지턱에서 전기차가 덜컹했을 때도 (화재) 확률이 있다”며 “배터리 안에 (수백개) 있는 셀 중 하나만 고장이 나더라도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류 교수는 심지어 “아스팔트의 뜨거운 온도에도 배터리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과 교수도 “과속방지턱을 넘다가 하부에 ‘쿵’ 하는 쓸림 충격이 반복돼 배터리 분리막의 일부에 미세한 손상이 생겼다가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김필수 한국전기차협회장(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도 칼럼을 통해 “과속방지턱에 바닥을 치는 습관이 있거나 침수도로를 종종 지나가는 습관 등이 모여서 배터리 셀 불량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도 “배터리가 차량 하부에 있는 전기차는 하부 충격에 취약하다”며 “과도한 압력이 가해지면 배터리 수명 단축뿐 아니라 화재 위험까지 증가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자동차시민연합에 따르면 과속방지턱은 말 그래도 과속을 방지하고 보행자 안전을 확보할 목적으로 설치합니다.
국내 도로에는 11만6000개에 달하는 과속방지턱이 설치돼 있습니다. 학교 인근은 물론 아파트 근처에도 많습니다. 과속방지턱을 피하고 운행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고 볼 수 있겠죠.
문제는 더 있습니다. 과속방지턱 높이는 10cm 이하, 너비는 30cm 이상으로 규정됐지만 규격을 초과해 설치된 사례가 많다고 합니다.
높이가 높고 경사가 심하면 차체 하부에 심각한 손상이 발생할 수 있죠. 배터리가 밑에 배치된 전기차의 손상은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살짝 쿵에 ‘억’ 소리 날 겁니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공포심은 금물이라고 지적합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차량보다 피해규모가 커 공포심을 일으키고 있지만 현 수준에서도 화재 10건 중 9건 가량은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이호근 교수는 “전기차 화재는 100% 완벽하게 진화할 기술은 없다”면서도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하부 충격 주의, 완충 기준으로 85~90% 미만 충전, 완속 충전기 이용 등만 지킨다면 전기차 화재 대부분은 예방할 수 있다”고 밝혔죠.
류경진 교수도 “몰라서 공포이지 알면 공포가 줄어든다”며 “전기차도 내연기관 차량처럼 안전화 과정을 겪는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유영준 e모빌리티교육전문가협회 수석부회장도 “불 나지 않는 차는 없고, 안전하다고 평가받는 전고체 배터리도 만능이 아니다”며 “화재의 위험성을 강조하기 보다는 화재예방과 피해감소에 초점을 두면 공포심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재해의 위험성을 분석할 때 사용하는 하인리히 법칙에 따르면 큰 위험이 터지기 전에 징후나 조짐이 나타나고 작은 문제들이 잇달아 발생합니다.
이 때 원인을 파악하고 잘못된 점을 시정하면 크고작은 사고를 예방할 수 있지만, 이를 무시하고 방치하면 돌이킬 수 없는 대형사고로 번질 수 있습니다
아파트를 쑥대밭으로 만든 전기차 화재도 마찬가지입니다. 벤츠 EQE 화재 피해가 워낙 커서 주목받았을 뿐 이미 징후와 조짐이 많았고 크고작은 화재가 수없이 발생했습니다.
혁신보다 안전이 우선인데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가 주도하는 ‘전기차 대세론’에 휩쓸려 “우리가 만든 차는 괜찮을 거야”, “한두번 불났을 뿐인데, 설마”라며 방심한 결과입니다.
전기차를 ‘달리는 스마트폰’으로 만드는 혁신에 공들이다 보니 시간이 걸리는 안전을 소홀히 여겼습니다.
결국 전기차는 탑승자는 물론 다른 사람들까지 해치는 ‘달리는 흉기’라는 오명을 쓰게 됐습니다.
인천 전기차 화재도 따져보면 디테일에 숨어있던 악마가 저질렀습니다.
“신은 디테일에 있다”는 말도 있습니다. 디테일에 공들이면 악마가 아닌 신의 축복을 받게 됩니다. 문제 해결책도 디테일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벤츠 EQE 화재를 계기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산업계, 학계, 정부 등이 힘을 합쳐 디테일에 숨어있던 신을 찾아 나서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몰랐거나 무시했던 화재 진압·예방 기술을 찾아내 소개하고 발전시키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게 됐습니다.
KG모빌리티도 정부에서 보급 확대를 추진중인 스마트충전기(화재예방충전기)에 대응이 가능한 차량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호환성 테스트에 착수했습니다.
BMW, 폴스타, 폭스바겐, 지프, 푸조 등 수입차 브랜드들도 전기차 안전 점검에 나섰죠.
자동차시민연합은 전기차 천국인 덴마크처럼 차량 하체 손상을 예방해주는 스마트 과속방지턱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디테일에 숨어있던 악마가 일으킨 벤츠 EQE 화재는 비극이었지만 앞으로 수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기회가 된 셈입니다.
현재 전기차 안전은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도 ‘성장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신을 찾아 인연을 맺은 국내 전기차 관련 기업들이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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