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과 서정 넘나든 ‘조태일 시인 25주기’ 기린다

조태일문학상 수상자인 박석준 시인

불의에 맞서 서슬 퍼런 언어로 정치모순과 사회현실에 온몸으로 저항했던 시인이자 자연과의 교감을 빼어난 서정시로 보여준 전남 곡성 출생 죽형(竹兄) 조태일 시인(1941~1999)의 삶과 시 세계를 기리는 ‘제6회 조태일문학상 시상식 및 2024 죽형 조태일 문학축전’이 19일 오후 3시 곡성조태일시문학기념관에서 열린다.

곡성군과 (사)죽형조태일시인기념사업회 주최로 조태일 시인의 25주기를 맞아 ‘고여 있는 시, 움직이는 시’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는 석곡지역아동센터 어린이로 구성된 꿈키움드림오케스트라의 여는 공연을 시작으로 시 낭송, 공연, 시화전 등이 다채롭게 마련된다. MBC ‘위대한 탄생’과 브레이브걸스, 오마이걸 승희 등 보컬을 가르쳤고, M.net ‘보이스코리아’에 출연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가수 겸 작곡가 서혁신은 조태일의 시노래를 들려주고, 오페라 「Cosi Fan Tutte」, 「베비장」 등에서 주역으로 출연한바 있는 소프라노 윤은주는 대중에게 익숙한 곡과 함께 수준 높은 공연 무대를 보여줄 예정이다.

또 최근 자녀인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경사를 맞은 ‘아제아제 바라아제’와 ‘추사’ 등의 저자인 한승원 원로소설가는 조태일 시인과의 각별했던 인연을 들려주고, 시낭송은 류경 박두규 정원도 한종근 시인이 함께 한다. 이중 정원도 시인은 조태일 시인의 시 ‘국토’ 연작시 48편에서 일부를 뽑아 재구성해 한 작품인 것처럼 만든 ‘매시업 국토’를 낭송한다.

이밖에 죽형 조태일 시인 25주기 추모 시화전이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조태일 시인 대표 시와 조태일문학상 수상 시인을 비롯해 치열하게 시대정신을 담아냈던 조 시인의 시 정신을 잇는 전국 시인들의 시 50여편이 전시, 선보인다.

특히 관심을 끈 ‘제6회 조태일문학상’에는 시집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이니’(푸른사상 刊)를 쓴 박석준 시인에게 주어진다. 심사위원회는 “언어의 조탁에 의존하지 않는, 산만한 시적 형식들을 두고 우리는 이 시대가 낳은 ‘비(非) 실존적 실존’의 형식이 아닌지 토의하기도 했다. 음울한 세계를 담는 음울한 가락, 한껏 늘어져 있는 이 거친 어조들을 밀고 가는 정직한 슬픔이야말로 신자유주의의 감옥 속에서 사는 우리를 다시 깨어나게 만드는 절망의 힘이니, 시가 가진 책무를 다시 돌아보게 만든 그에게 고마움을 표한다”라고 평했다.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총상금 2000만원이 주어지며, 조태일 시인의 대표 시 ‘국토서시’를 새긴 정병례 전각가의 전각 작품을 부상으로 수여받는다.

<@1>박석준 시인은 “병상에서 수상 소식을 듣고, 가슴속에서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새로운 것들이 흐르는 기분이 가득했다. 그러곤 조금 시간이 지나자 이게 꿈인가? 현실인가? 어리둥절했다. 나의 시가 가야 할 길을 안내해주신 문병란 시인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막냇동생을 포함해 나를 뒷바라지한 사람들과 문학적 지향을 굳게 해주신, 또 많은 가르침과 도움을 주신 문인들께 감사를 올린다”라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박석준 시인은 광주 출생으로 대학교 1학년 때 남민전 사건에 관련된 형들의 수감, 너무 가볍고 허약한 몸으로 돈을 벌어야 했다. 형들 사건 때문에 1983년 안기부에 각서를 쓰고 교사가 됐는데, 1989년 전교조 결성을 위해 해직을 선택했다. 1994년 복직하고 인생을 생각하다 쓴 ‘카페, 가난한 비’로 2008년 등단했다. 빚을 다 갚고 60세에 명예퇴직했다. 자서전 ‘내 시절 속에 살아 있는 사람들’과 시집 ‘카페, 가난한 비’, ‘거짓 시, 쇼윈도 세상에서’, ‘시간의 색깔은 자신이 지향하는 빛깔로 간다’를 발간했다.

아울러 조태일 시인 25주기를 기릴 다양한 사업이 펼쳐져 주목된다. 지난 4월 조태일 시인의 대표 시이기도 한 ‘가거도’의 발자취를 찾아 떠나는 추모 기행 ‘바람 바람섬, 파도 파도섬’을 연 데 이어, 김지하 김준태 양성우 등 저항 시인을 발굴하며 한국 시단에 활력을 불어넣었던 ‘시인’지를 복간했다. 이번 복간호에는 조태일 시인의 삶과 시를 조명하는 특집을 비롯해 ‘시인’지로 등단한 박남준 양성우 등 여덟 명의 신작 시와 ‘시인’지의 발간 의미 및 문단사적 위치를 살펴본 엄동섭 근대서지학자의 ‘조태일의 시(단)사적 위치, 시인의 서지 비정(批正)’, 김남주 시인 30주기, 한국작가회의 50주년 심포지엄, 신경림 시인 추모 특집 등 올해 한국 문단의 뜨거운 이슈를 담았다. 광주·전남 시의 오늘을 젊은 시각으로 살펴본 좌담과 조태일문학상 수상자 조명, 김주대 장석남 차창룡 등 시인들의 신작시도 실었다. ‘시인’지는 생전 조태일 시인이 주간을 맡았다.

이밖에 추모 시집 ‘어떤 바람이 감히 이 사랑을’에는 조태일 시인의 대표 시와 가거도 기행시, 조태일 시인 추모시, 생전에 조태일 시인이 몸담았던 광주대 문예창작과 출신인 이은규 이창수 하린 시인 등 제자들의 시를 담아 조태일 시인을 기렸다.

한편 광주전남작가회의는 참석자들의 교통 편의를 위해 행사 당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부설주차장(광주 동구 서석동)에서 19일 오후 1시 15분 전세버스를 운행한다. 문의 062-523-7830.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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