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자물쇠 이제 그만"...인생 관광지 '이곳'에 살벌한 사진 한장이 올라온 이유
미국을 대표하는 자연명소 미국 그랜드캐니언 국립공원이 최근 관광객들이 남기고 간 '이것' 때문에 골머리를 앓으면서 경고문까지 올리는 일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유명 관광지에 연인이나 친구끼리 자물쇠를 걸어 기념하는 것은 전 세계에 퍼진 유행입니다. 우리나라 남산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며 파리, 뉴욕 등 주요 도시들에서 전 세계 관광객이 즐깁니다.
"사랑은 강하지만 우리 절단기는 더 강합니다."
최근 미국 그랜드캐니언 국립공원이 최근 소셜미디어에 게시한 경고문구입니다. 그랜드캐니언을 찾는 관광객들이 너도나도 '사랑의 자물쇠'를 철조망에 걸면서 부작용이 생기자 자물쇠를 예고 없이 철거하겠다며 올린 겁니다.
관광객들이 가족이나 연인의 이름을 적은 사랑의 자물쇠를 공원 철조망에 걸어잠근 뒤, 열쇠를 협곡에 버리는 경우가 속출하자, 공원 측은 자제를 촉구하는 공지문과 함께 앞으로 예고 없이 자물쇠를 철거하겠다는 뜻으로 해당 사진을 올린 겁니다.
공원 측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랜드캐니언에서 서식하는 맹금류 콘도르가 호기심 때문에 자물쇠 열쇠를 집어 삼키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최근 구조돼 수술을 받은 콘도르 뱃속에서 관광객들이 던진 열쇠와 동전 등이 다수 발견됐다고 합니다.
결국 관광객들이 사랑의 자물쇠를 걸어 잠근 뒤 아무 생각 없이 열쇠를 버리는 행동들이 콘도르의 목숨과 직결될 수 있는 만큼 관광객들이 자물쇠를 다는 일이 없도록 하고 기존에 달린 자물쇠 역시 예고 없이 철거해 버리겠다는 겁니다.
이런 사랑의 자물쇠는 다른 관광지에서도 골칫덩어리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파리시는 문화재 가운데 하나인 센강의 다리 퐁데자르(Pont des Arts)에 70만 개가 넘는 사랑의 자물쇠가 걸리면서 다리가 무너질 위기에 처하자 2015년 자물쇠를 강제로 철거한 바 있습니다.
"사랑의 징표? 흉물이야"… 남산 녹슨 자물쇠 괜찮을까
국내에서도 남산타워의 사랑의 자물쇠가 인기를 끌자 대구 수성유원지, 부산 용두산 공원, 제주 용연구름다리 등에도 사랑의 자물쇠가 등장해 계속 달리고 있습니다.
2023년 10월 방문한 남산공원에는 평일이었음에도 커플이 많았습니다. 비 소식이 있어 한 손에는 우산을 들고 있었지만 다른 한 손은 서로의 손을 꽉 잡은 모습이었습니다.
남산 데이트가 로망이었다는 김모씨(남·32)는 "어렸을 적 방송 프로그램을 보고 사랑의 자물쇠를 알게 됐다"며 "변하지 않는 마음을 약속하는 게 멋있는 것 같아 꼭 하고싶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1년 뒤에 다시 방문하자고 적었다"며 설레는 마음을 드러냈습니다.
외국인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이들은 연인과 함께 방문한 것은 아니지만 사랑의 자물쇠에 큰 흥미를 보였습니다. 이들은 한국의 관광명소로 불리는 곳에 발자취를 남기고 싶어했습니다.
K-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등을 보고 한국여행을 왔다는 중국인 A씨(여·20대)는 "한국을 방문한 인도네시아인 사이에서 SNS에 자물쇠를 거는 영상이 인기"라며 "추억을 남기기 위해 자물쇠를 구매할 것"이라고 웃어 보였습니다.
"도심 속 명물 아닌 흉물"… 녹슨 자물쇠 처리는?
반면 사랑의 자물쇠를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남산공원 곳곳에 빽빽하게 매달려 있는 자물쇠가 환경을 해치고 미관상 보기 좋지 않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건강을 위해 남산을 즐겨 찾는 최모씨(남·40대)는 "냄새나는 흉물"이라며 "녹슬어버린 자물쇠 주변에 벌레가 꼬인 모습을 종종 본다"고 눈살을 찌푸렸습니다. 그는 "곧 장마가 시작된다는데 녹물이 흘러 산림을 병들게 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했습니다.
실제로 녹이 슨 자물쇠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자물쇠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종이로 살짝 문지르니 녹이 그대로 묻어 나왔습니다.
일반적으로 금속은 물이나 공기에 접촉하면 녹이 스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녹이 잘 슬지 않는 금속이라도 야외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부식이 발생합니다. 녹물 속에는 중금속·독성이 있을 수 있어 각별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환경 오염 영향 없을까?
전문가들은 남산공원 자물쇠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까. 결론부터 말하면 환경 오염을 우려할 수준은 아닙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관계자는 "시민 입장에서 자물쇠 수천개가 묶여있고 녹이 슬어있으니 보기 안 좋을 수 있다"며 "이는 일종의 '시각 공해'이지 토양오염 등으로 연결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납이나 구리 등 재질에 따라 중금속이 발생하는데 일반 자물쇠에서 중금속이 나오는 경우는 드물다"며 "남산공원의 경우 철제물과 데크가 있어 녹물이 토양으로 직접적으로 흐르지 않아 큰 문제가 안 된다"고 견해를 밝혔습니다.
또 다른 환경단체 관계자는 "중금속과 녹물은 다르다"며 "생태계에 끼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가정에서 수돗물을 먹는 경우를 생각해보자"며 "수도관이 낡아 관 자체가 녹슬었지만 인체에 영향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시민들이 지속적으로 우려하는 만큼 일부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설명입니다. 나무에 자물쇠를 거는 것을 단속하고 불필요한 샛길 폐쇄 등을 조언했습니다.
서울시 방침은 어떨까. 서울시는 노후된 자물쇠를 대상으로 녹을 제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임은희 서울시 중부공원여가센터 주문관은 "오염 정도가 심해졌을 때 청소를 진행한다"며 "분기별로 1~2회 꾸준히 실시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본격적으로 비가 오기 전 녹을 제거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녹 제거 방법에 대해선 "봉수대에서 팔각광장에 있는 자물쇠를 관리한다"며 "고압살수기를 이용해 청소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노후되고 철거가 불가피한 자물쇠가 있다면 일정기간 안내·공지 후 철거를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