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화될 여지 있다” '신림역 흉기난동' 모방범죄 10대 2심서 감형

신림역 흉기난동 사건'을 동경해 모방 범죄를 저지르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10대 청소년이 항소심에서 1심보다 가벼운 형을 선고받았습니다.

17일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이재권)는 지난달 23일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10대 황모군의 항소심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장기 5년 단기 3년을 선고했습니다.

1심은 황군에게 징역 장기 6년, 단기 4년을 선고한 바 있습니다.만 19세 미만의 소년범이 2년 이상 징역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경우 장기와 단기의 기간을 정해 형을 선고하는 부정기형 판결을 합니다.

단기형을 채우면 교정 당국의 평가를 통해 조기 출소할 수도 있습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신림역 칼부림 사건 등을 동경해 일면식도 없는 어린 피해자들을 범행 대상으로 선택해 흉기를 휘두르려다 미수에 그친 것"이라며 "범행의 동기와 경위 등에 비춰 죄질이 매우 무겁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피고인은 범행을 자의로 중지해 미수에 그쳤다"며 "현재 소년으로 사회적,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상태고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어 추후 적정한 교화와 치료에 의해 성행이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황군은 지난해 10월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중학생 2명을 흉기로 살해하려 한 혐의를 받습니다.

황군은 지난해 4월부터 살인을 저지를 목적으로 각종 흉기와 둔기를 구매해 이를 소지하던 중 같은 해 7월 일명 '신림역 흉기난동 사건'이 발생하자 해당 사건을 동경해 모방 범죄를 저지르려 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경남 창원에 거주하던 황군은 신림역에서 동일한 흉기난동 범행에 나서기 위해 상경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버스터미널을 통해 서울에 도착한 황군은 서초구 교대역 인근 정류장에서 당시 만 15세였던 피해자 2명이 버스에 승차하자 따라 올라 이들을 미행한 뒤 인적 드문 곳에서 여학생 2명을 기습적으로 붙잡고 흉기로 찌르려 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재판에 넘겨진 황군은 "자신에게 아스퍼거증후군(자폐)과 조현병 증상이 있어 심신미약으로 감경받아야 한다"며 "피해자들을 위협하려고 했을 뿐 살해의 고의는 없었다"라며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1심 재판에서 황군은 "살인미수죄가 멋있다고 생각했고, 나는 소년범이어서 며칠이나 몇 개월 안에 풀려날 거로 생각했다"며 "풀려나면 친구들에게 자랑할 생각이었다"고 진술하기도 했습니다.

1심은 지난 2월 황군에게 징역 장기 6년, 단기 4년을 선고했습니다.

황군과 검찰 측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습니다.

한편 황군은 지난해 4월 말께 자신이 탑승한 택시의 운전자를 공격한 혐의로도 소년보호처분을 받았습니다.

같은 해 7월에는 중학교 여학생을 따라가며 레이저 포인트로 얼굴 부위를 반복적으로 비춰 폭행 혐의로 입건됐으나 피해자 측의 처벌 불원으로 불기소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