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사기 및 대출 비율 인하
전세의 월세화 가속
청년 1인 가구에 부정적 영향
주택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지방 비(非) 아파트 월세 비중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17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올해 1~2월 지방의 빌라와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월세 비중이 82.9%로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전국 주택 월세 비중(1~2월)도 지난해 57.5%에서 올해 61.4%로 커졌다. 아파트 월세 비중은 44.2%, 비아파트는 76.3%를 기록했다.
이에 2월 기준 월세 거래량도 전월 대비 큰 폭으로 늘었다. 전국 월세 거래량은 17만 5,124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13.2% 증가했고, 수도권과 지방 월세 거래량은 각각 7.5%, 23.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는 것은 전셋값 하락, 임대인의 월세 선호 현상과 전세사기 여파 등이 맞물린 영향으로 추정된다. 전세 보증 한도 축소·조건부 전세대출 제한 등 대출 규제가 강화된 영향도 있다. 이러한 이유들로 임차인과 임대인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임대인의 입장에서는 과거처럼 전세보증금 목돈을 받아 정기예금에 넣어둬서 얻는 이익보다 월세로 현금 흐름을 만드는 내는 게 더 이익이 됐다. 임차인 역시 보증금 미반환 위험에 대비하거나, 목돈 마련에 대한 부담으로 월세를 선호하는 성향이 강해졌다.
월세 수요가 늘면서 가격도 자연스레 상승세를 보였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3월 전국 주택 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전국 주택 종합 월세가격지수는 0.09% 오르며 전월(0.08%) 대비 상승폭이 커졌다. 수도권(0.13%→0.14%)과 서울(0.12%→0.17%), 지방(0.04%→0.05%) 모두 확대됐다.

통계청이 지난 2월 발표한 ‘2024년 4분기 가계동향 조사’에 따르면, 실제 월세 등 주거비는 1년 전보다 12.9% 증가했다. 이는 2020년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 폭이다.
그러나 이 같은 흐름은 저소득층에 부담이 갈 우려가 존재한다. 임차인 관점에서 매달 고정적으로 주거 비용이 나가기 때문에 실질적인 소득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특히 소비 여력이 적은 청년 1인 가구 주거 안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24 수도권 청년의 삶’에 따르면 2022년 서울의 만 19세 이상 34세 미만 청년 가구는 2,736 가구로 일반 가구 중 25.5%로 집계됐고, 그중 55.2%의 가구가 1인 가구로 집계됐다. 그 가운데 월세가구는 24.9%의 비중을 차지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주택 임대차 시장에서 당분간 이러한 월세화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고령화와 1~2인 가구 증가 등의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이들은 또한 취약계층의 주거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세 보증보험 등의 제도적 지원을 축소하고, 저소득층 월세 가구에 주택 바우처 지급 확대하는 등 취약 계층에 집중되도록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서울시에서 월세로 거주하는 청년 1인 가구를 대상으로 월 최대 20만 원(최대 12개월, 240만 원)을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치솟는 월세를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이마저도 높은 경쟁률을 뚫고 당첨되기란 쉽지 않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지금까지 전세제도가 유지된 것은 시장의 선택이 아닌 정부의 개입 때문”이라면서 “전세 보증보험 등 전세제도 유지를 위해 쓰던 정부의 주거지원 예산을 이제는 취약계층에 집중해야 한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이어 그는 “월세 중심으로 임대차 시장이 재편된다면 임차인의 가처분 소득이 많이 감소할 수 있다”라며 “월세 세액 공제 제도를 손질해 월세로 쓴 비용의 일부를 세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는 바우처 제도 등을 병행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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