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달섬, '상상 속 미래도시'의 몰락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반달섬은 한때 '21세기 첨단도시'로 기획된 대형 복합사업지였다. 산업단지와 공장들이 만든 폐수, 오염된 공기 탓에 주거 환경으로 부적합한 땅이었지만, 지자체는 땅을 팔아 세수와 개발 실적을 챙기기 위해 '반달섬'이라는 이름을 내걸었다. 처음엔 호텔과 마리나, 리조트 등 랜드마크가 들어설 예정이었지만, 장밋빛 청사진은 결국 오피스텔과 생활형 숙박시설(생숙) 9,000세대, 각종 상업시설의 빽빽한 숲으로 변했다.

지자체와 시행사, 인허가의 폭주가 만든 참사
지자체는 개발 명목으로 과도하게 많은 땅을 팔았고, 시행사는 용적률을 극대화해 더 높고 더 빽빽하게 건물을 올렸다. 아파트 대신 주택법을 피해 분양 제한과 대출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오피스텔과 생숙 형태로 공급이 쏟아졌다. 필수 인프라(초등학교, 공공시설)는 부족하고, 상업용지 위에 주거가 뒤섞여 실질적으로 '집'이 아닌 공간만 늘었다.

분양 사기와 투자자 파산, 무책임한 시스템
분양 당시에는 "관광특구, 국제도시"라는 말로 수요를 끌어모았지만, 실상은 유동인구가 거의 없고 상권도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다. 시행사와 분양 대행사는 높은 수익률을 내세워 중장년층을 유혹했으나, 실제로는 이자와 관리비만 남고 수익은 거의 없는 '빚더미 부동산'으로 전락했다. 잦은 미분양과 입주자 부족, 매월 수백만 원의 은행 이자와 관리비, 투자 실패로 인해 1만 명에 달하는 수분양자가 집을 잃고 파산 위기에 몰렸다.

계약금 포기, 손해분까지 돈 얹어 넘기는 지옥의 현실
시장에서는 분양가보다 낮고 마이너스 프리미엄까지 붙여서라도 팔아야 할 매물이 넘쳐난다. 계약금을 포기하고, 추가 현금까지 지급하면서 '잔금을 대신 내고 소유권을 가져가라'는 파격적인 제안마저 이어진다. 집도 뺏기고 빚까지 떠안을 판국에, 소유권 이전을 받아줄 사람조차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살 수도, 팔 수도 없는 '함정주택'이 넘쳐난다.

법적 규제와 행정 혼란, 이행강제금까지… 압박 쌓이는 실거주자들
2019년 이후 정부는 생숙(생활형 숙박시설) 규제 강화와 함께 주거용 사용 시 매년 공시가격의 10%에 달하는 이행강제금을 강제로 부과하기 시작했다. 5억짜리 생숙이면 10년 동안 총 5억의 세금 폭탄을 맞게 된다는 의미다. 용도 변경을 통한 합법화(오피스텔 전환)도 복잡하고, 비용도 많이 들면서 실질적으로 현장 입주민은 감당하기 힘든 부담에 시달린다.

지옥이 된 반달섬, 남은 교훈과 제도의 한계
안산 반달섬의 몰락은 부동산 시장의 투기 풍조, 지자체의 무책임한 개발 정책, 인허가 남발, 그리고 제도적 보호의 부재가 낳은 종합적 참사다. 이제 이 지역에는 분양권을 팔겠다는 사람이 줄섰지만, 살 사람이 없다. 생활형 숙박시설과 오피스텔로 채운 9,000세대의 주거 단지는 실제 거주나 매매 모두 지옥처럼 변했고, 1만명의 피해자는 집도 잃고 빚더미에 앉은 채, 일상과 삶까지 무너진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무분별한 개발은 도시도, 사람도, 그리고 세상도 망친다.
반달섬의 비극은 집을 잃은 1만 명의 목소리와
부동산 정책 설계자와 지자체, 시행사가 반드시 책임져야 할
대한민국 부동산 개발의 경고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