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메운 노동자들 “노동기본권 쟁취”…63년 만에 이름 되찾은 첫 법정공휴일 ‘노동절’ 집회
한국노총도 여의대로 일대서 ‘전국노동자대회’

63년 만에 이름을 되찾은 노동절을 맞아 1일 서울 도심 곳곳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수만명의 노동자들이 서울 종로와 여의도 일대에 모여 노동기본권 보장과 원청과의 교섭 보장 등을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서울 도심의 세종대로 일대를 비롯한 전국 13개 지역에서 2026년 세계노동절대회를 개최했다. 집회 참석 인원은 주최 측 추산 서울 1만명, 전국 10만명으로 집계됐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노동절 이름을 되찾기까지 63년이 걸렸다”며 “그러나 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이주·비정규직 등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은 오늘도 온전한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 위원장은 그러면서 “지금 이 시간에도 불타버린 공장에서 쫓겨난 옵티칼 노동자, 해고된 세종호텔 노동자 등이 복직을 위해 투쟁하고 있고, 노동자와 서민들은 극심한 불평등과 양극화를 겪고 있다”며 “노동자들에게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고, 노동조합으로 단결해 자본의 공세에 저항할 수 있는 힘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은 1963년 ‘근로자의 날’로 명칭이 바뀐 이후 63년 만에 ‘노동절’ 이름을 되찾고 법정공휴일로 지정된 이후 처음 맞이한 노동절이다. 일부 노동자들에게 제한적으로 적용되던 휴일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가 보편적 쉴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날이 됐다. 그러나 노동절 집회 현장에 나온 이들은 “그저 기뻐하기만 할 수 없는 날”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정훈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화물연대 조합원 사망 사고를 언급하며 “어머니는 카네이션 대신 국화꽃을 들고 있고, 아내는 붕대를 칭칭 감은 남편 사진을 가슴에 품고 있다”며 “아들은 어린이날에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는 어버이날에 아들을 잃었다”고 말했다. 박 부위원장은 “안전운임제 확대, 원청교섭 쟁취로 더 이상의 죽음을 막아야 한다”며 “아프면 쉴 권리, 노조할 권리, 특고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으로 그를 살려내자”고 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열사 정신 계승하고 원청교섭 승리하자” “특고노동자 노동자성 쟁취하자”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쟁취하자” “일하는 모든 사람이 주인되는 노동자 시대 쟁취하자” 등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오후 4시부터 세종대로사거리를 시작으로 종로1가 교차로, 을지로1가 교차로, 한국은행 교차로, 소공로 서울시청 광장을 돌아 세종대로사거리까지 2.6㎞를 행진한다.
한국노총도 이날 오후 서울 여의대로 일대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오랜 시간 빼앗겼던 이름 ‘노동절’을 다시 우리의 이름으로 되찾은 기쁜 날이지만, 동시에 그저 기뻐하기만 할 수 없는 날”이라며 “노동절이 법정 공휴일이 되었음에도 많은 노동자들이 여전히 일터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되찾은 이 이름이 모든 노동자에게 온전히 돌아가기까지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았다”고 했다.
이날 한국노총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3만명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65세 정년 연장 지금 당장 응답하라” “무분별한 AI(인공지능) 도입 반대, 노동자 권리 보장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김준영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136년 전 선배 노동자들이 피 흘려 쟁취하려 했던 것은 하루 8시간 노동을 넘어선 인간다운 삶”이라며 “2026년 오늘 우리 한국노총 동지들이 쟁취해야 할 것도 바로 그 인간의 존엄이며, 이름뿐인 노동절이 아니라 노동자가 세상을 바꾸는 위대한 전진의 날로 만들자”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서울 등 전국 각지에서 열린 노동절 집회가 안전 사고 없이 치러졌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이날 언론 공지에서 “이번 노동절 대회는 대규모로 개최되었음에도 주최 측의 자체 질서 유지 하에 안전 사고 등 없이 안정적으로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이번 노동절이 노사정이 화합하는 분위기 속에 노동의 가치를 기리는 기념일인 점을 고려해, 교통 소통과 인파 관리 등을 위한 최소한의 경찰력만 배치해 주최 측의 자율적 질서 유지 활동 지원 및 안전 사고 예방 등에 주력했다”고 밝혔다.
경찰청에 따르면 집회 질서 유지와 안전 사고 예방을 위해 이날 서울 곳곳에 배치된 기동대는 19개로 지난해(74개)보다 약 74% 적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임주영 기자 zoo@kyunghyang.com, 김은송 기자 ss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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