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 발길 끊기는데 프로야구 1000만 돌파, 왜?
젊은 팬 신규 유입이 KBO 흥행 견인… 가성비·즐길거리·팬덤·미디어와 시너지 등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여가 시간을 놓고 영화, 스포츠, 게임, OTT 등의 무한 경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영화관과 야구장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5일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최초로 1000만 관중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프로야구 관중은 매년 늘어나는 반면 영화관은 코로나19 이후 회복세가 더디다.
올해 치열한 순위경쟁과 류현진 선수의 복귀 등도 흥행에 영향을 미쳤지만 주요 소비층인 젊은 세대, 특히 젊은 여성의 신규 유입이 늘면서 흥행을 견인하고 있다. 야구는 '스포츠'이면서 동시에 가성비 좋은 '문화콘텐츠'라는 인식이 자리매김하고 있다.
가성비
영화관과 야구장을 비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가성비'다. 영화와 야구경기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영화관은 급격한 가격 인상이 타격을 자초한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영화관람료는 3년 간 25%의 가격 인상을 했다. 현재 영화 한편당 1만5000원에 달한다. <2022년 영화소비자 행태조사>에 따르면 영화관을 찾지 않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품질 대비 티켓 가격이 올라서'(28.1%)로 나타났다. 지난해 조선일보가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프로에 의뢰해 20~50대 4031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영화관에 자주 가지 않는 이유 역시 '영화 티켓값이 비싸서'(40.2%)가 1위로 나타났다.
반면 프로야구 관람료는 큰 변동이 없다. 서울잠실야구장 기준 일반적인 좌석인 레드석, 오렌지석은 2만 원 미만이다. 그레이석은 1만 원대 초반, 외야의 경우 1만 원 미만에 티켓을 구매할 수 있다.
다양한 즐길거리
'문화콘텐츠'로서 다양한 즐길거리를 제공한다는 점도 야구장의 특징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지난 7월 발표한 '2024 KBO 관람객 증가 요인 파악을 위한 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야구장 방문 이후 야구팬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43.2%가 응원문화를 꼽았다. 다음으로 경기 자체(21.4%), 식음문화(15.0%) 순으로 나타났다.
라인업송으로 시작해 선수별 응원가, 상황에 따른 다양한 응원과 구호 등은 콘서트에서 떼창을 하는 것과 같은 매력을 준다. 구장들이 전보다 다양한 음식을 판매하는 것도 긍정적인 반응을 불러왔다. 인천 SSG랜더스필드는 스타벅스와 노브랜드 버거뿐 아니라 물회를 구매할 수 있다. 수원 KT위즈파크에선 지역의 인기 통닭 브랜드를 찾아볼 수 있고, 대구 라이온즈파크는 뷔페를 먹으며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좌석도 있다. 구장별로 다양한 이벤트를 열기도 한다. 수원KT위즈파크 등 몇몇 구장에선 워터페스티벌을 열어 인기를 끌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젊은 팬들에게 야구장은 '워터밤' 같은 놀이터가 됐다. 예전에는 SNS에 선수들의 사진이 대부분 올라왔지만, 최근에는 야구장에서 축제를 즐기는 듯한 팬들의 모습도 자주 올라온다”고 했다.
야구는 대체하기 어려운 경험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신규 팬 유치에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영화는 OTT 서비스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대체재까지 부상하는 상황이다.
팬덤
최근 프로야구는 '아재 스포츠'에서 '젊은 여성들의 스포츠'로 변화하는 점이 주목 받았다. 지난 8월 KBO 올스타전 티켓 구매자 중 20대 여성이 39.6%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30대 여성은 19.1%로, 20~30대 여성 관객이 절반을 넘겼다. SBS에 따르면 프로야구 입장권 구매자(인터파크 기준) 중 20대 점유율은 2018년 21.8%에 불과했지만 2023년엔 41.9%까지 늘었다. 티켓구매자 중 여성 비율 역시 2019년 17.9%에서 2023년 23.5%로 늘었다.
여성 팬 유입 배경에는 '다양한 즐길거리' 외에도 아이돌 팬덤 문화가 확장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분석도 있다. 지난 8월 장유정 시민기자가 경남도민일보에 쓴 <우리가 아이돌 콘서트 대신 야구장으로 가는 이유는?> 기사는 “아이돌 팬 일부가 야구로 눈을 돌리며 팬 문화 또한 함께 가져온 영향도 크다”며 “구단도 이들의 수요를 반영해 선수들의 경기 전후 모습이나 비하인드 영상 등 여러 콘텐츠를 제작해 SNS에 업로드한다. 이러한 변화가 여성 팬들을 꾸준히 유입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했다.
이 기사는 “덕심을 잡는 요소 중 하나는 좋아하는 선수를 응원할 수 있는 소품과, 구단과 관련된 상품”이라며 포토카드, 응원봉 등 굿즈 역시 아이돌 팬 문화와 일맥상통한다고 했다.
미디어와 '시너지'
프로야구의 인기에는 여러 미디어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JTBC '최강야구'는 야구의 문턱을 낮춘 프로그램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티빙의 오리지널콘텐츠 '야구대표자'는 팬들에게 프로야구와 각 구단을 소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유희관, 정근우, 이대호 등 유명 프로야구 선수 출신들이 유튜브 채널에 도전하면서 구독자를 늘려나가고 있다.
특히 주목할 건 SNS와 동영상 플랫폼이다. 기아타이거즈의 '삐끼삐끼' 댄스는 대표적인 '밈'이자 '챌린지'로 확장됐다. 티빙이 프로야구 온라인 중계 유료화에 나서면서 많은 비판이 제기됐지만 숏폼 영상 재가공을 자유롭게 허용하고 각 구단에 영상 사용을 허용하면서 프로야구 콘텐츠가 확산되는 효과로 이어졌다. 허구연 KBO 총재는 지난 3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온라인 중계사업자 선정 배경에 관해 “평가위원들은 CJ가 팬들이 숏폼을 올리는 것을 허용하고 구단들도 경기 영상을 자체적으로 온라인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조건을 내건 것을 높게 평가한 것 같다”고 했다.
실제 KBO 조사에 따르면 처음 야구장에 가기 전 어떤 야구 콘텐츠를 접한지 물은 결과 여성은 야구 관련 밈·숏폼 등 재미 위주 영상(34.7%)이나 야구 관련 예능(35.8%) 등 파생 콘텐츠에 큰 관심을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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