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원유 수출길 또 바꾼다…‘호르무즈→바브알만데브→수에즈’ 우회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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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수백만 배럴의 원유를 수출하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란과의 전쟁으로 사실상 막힌 호르무즈해협을 대신할 새로운 수송로를 찾느라 고심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홍해 남쪽의 바브알만데브 해협까지 이용하기 어려워지면서 이번에는 홍해 북쪽의 수에즈 운하를 활용하는 우회 수송에 나섰다.
이란 전쟁이 시작된 2월 28일 이전까지만 해도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 등은 페르시아만 입구에 위치한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오만만과 아라비아해로 나가는 항로를 주로 이용했다.
결국 사우디의 원유 수송로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바브알만데브 해협으로, 다시 수에즈 운하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연이어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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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봉쇄에 송유관 가동…얀부 거쳐 수출
후티 공세에 바브알만데브도 차질…수에즈로
초대형 유조선은 이집트서 하역, 송유관 환적
“VLCC 수요 2배, 정제유 운반선 3배 늘 수도”

하루 수백만 배럴의 원유를 수출하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란과의 전쟁으로 사실상 막힌 호르무즈해협을 대신할 새로운 수송로를 찾느라 고심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홍해 남쪽의 바브알만데브 해협까지 이용하기 어려워지면서 이번에는 홍해 북쪽의 수에즈 운하를 활용하는 우회 수송에 나섰다.
이란 전쟁이 시작된 2월 28일 이전까지만 해도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 등은 페르시아만 입구에 위치한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오만만과 아라비아해로 나가는 항로를 주로 이용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와 천연가스 해상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에너지 수송로다. 그러나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전쟁이 발발하면서 이 해협의 통항이 사실상 봉쇄되자 사우디는 곧바로 대체 수송망 가동에 들어갔다.
첫 번째 대안은 사우디 동부 페르시아만 연안의 유전지대와 서부 홍해 연안의 얀부 항구를 연결하는 ‘동서 송유관’이었다. 사우디는 페르시아만에서 생산한 원유를 육상 송유관으로 얀부까지 옮긴 뒤 유조선에 실어 홍해 남쪽으로 보내는 방식을 택했다.
얀부에서 출항한 유조선은 홍해를 따라 남하해 바브알만데브 해협을 통과한 뒤 아라비아해로 진입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유럽과 아시아 시장으로 원유를 공급하는 우회로가 마련됐다.
하지만 이마저도 오래가지 못했다. 예멘의 후티 반군이 7월 20일 사우디와 연계된 선박에 대한 해상 봉쇄를 선언한 뒤 관련 선박에 대한 공격을 잇달아 감행하면서 바브알만데브 해협을 통과하는 항로 역시 위험성이 크게 높아졌다.
사우디가 다시 한 번 수송로를 바꿔야 하는 상황에 놓인 이유다.
이번에 선택한 길은 홍해 남쪽이 아닌 홍해 북쪽, 수에즈 운하를 이용하는 항로다.
문제는 수에즈 운하다. 원유를 가득 실은 초대형 유조선이 수에즈 운하를 그대로 통과하기에는 선박의 크기와 흘수 등에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사우디 유조선들은 홍해 북쪽 수에즈만에 위치한 이집트 아인수크나 터미널까지 원유를 운송한 뒤 일단 원유를 하역한다. 이후 원유는 이집트의 ‘수메드(SUMED) 송유관’을 통해 지중해 연안의 시디케리르항으로 이동한다.
유조선이 아인수크나에서 원유를 내려 선박의 적재량과 흘수를 낮추면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후 시디케리르항에서 다시 원유를 선적해 지중해를 통해 유럽으로 향하거나, 지중해 쪽에서 대기하던 다른 유조선이 시디케리르항에서 원유를 넘겨받는 방식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 같은 복잡한 우회 수송에는 상당한 대가가 따른다.
사우디가 이 경로를 이용해 한국·중국·일본 등 아시아로 원유를 보내려면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을 돌아가는 기존 우회 항로보다도 복잡한 선적·하역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추가 운항 시간은 2~4주가량 발생할 수 있으며, 연료비와 운영비 등을 합치면 원유 1배럴당 최소 5달러의 비용이 추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람코는 앞서 원유 수송 경로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시장 분석가들은 사우디가 자국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송유관의 수송 능력을 하루 200만 배럴가량 추가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원유를 여러 차례 선적·하역하고 송유관과 유조선을 번갈아 이용하는 구조가 자리 잡으면 자연스럽게 유조선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다.
덴마크 유조선 선사 토름(Torm)의 야콥 멜드가르드 최고경영자(CEO)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페르시아만 국가들의 국영 석유회사들이 이미 유조선 선단 확대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멜드가르드 CEO는 상황에 따라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수요가 현재의 2배, 대형 정제연료 운반선 수요는 3배까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토름은 휘발유와 경유 등 정제연료를 운송하는 유조선 약 100척을 운영하고 있다. 전쟁 여파로 운임이 급등하면서 토름의 올해 2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의 6배에 달하는 3억3800만달러(약 4669억원)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멜드가르드 CEO는 무엇보다 이란 전쟁이 단기간에 끝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페르시아만에서 벌어지는 상황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와 유사하다며 전쟁이 수개월이 아니라 수년간 교착 상태에 빠질 가능성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2022년 당시 많은 사람들이, 특히 미국에서는 전쟁 발발 후 첫 6개월 동안 우크라이나 전쟁이 곧 끝날 것으로 예상했다”며 “유럽이 러시아로부터 에너지를 공급받지 못하는 것은 비합리적이고 비효율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은 그 상황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는지를 명백히 오판했다”며 현재의 이란 전쟁 역시 장기화 가능성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결국 사우디의 원유 수송로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바브알만데브 해협으로, 다시 수에즈 운하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연이어 바뀌고 있다. 중동의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세계 에너지 공급망이 더 복잡해지고, 그 여파가 원유 운송비와 유조선 시장까지 연쇄적으로 번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규화 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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