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땅의 경계에서 걷는 겨울 길
해파랑길 15코스, 포항 호미반도 구간

겨울의 포항은 바다가 먼저 말을 겁니다. 파도 소리는 또렷해지고, 호미반도 끝자락에서는 차가운 바닷바람이 몸을 곧게 세웁니다. 해파랑길 15코스는 바로 이런 계절에 걷기 좋은 길입니다. 호미곶에서 출발해 흥환보건소까지 이어지는 약 13km의 이 코스는, 바다와 육지가 만나는 풍경을 가장 입체적으로 보여줍니다.
난이도는 ‘보통’으로 표시돼 있지만, 일부 구간에는 경사와 거친 해안길이 포함돼 있어 천천히, 여유 있게 걷는 것이 좋습니다. 약 5시간 남짓 소요되는 거리이지만, 풍경 덕분에 시간의 흐름은 비교적 느리게 느껴집니다.
호미곶에서 시작되는 겨울 풍경

길의 시작은 포항을 대표하는 일출 명소, 호미곶입니다. 해맞이광장에 서 있는 상생의 손은 겨울 바다와 만나 더욱 또렷한 실루엣을 드러냅니다. 이른 아침에는 해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붐비지만, 낮 시간이 되면 한결 차분해집니다. 인근에는 호미곶 등대와 국립등대박물관이 있어 걷기 전후로 둘러보기 좋습니다.
겨울의 호미곶은 색이 단순합니다. 대신 하늘과 바다, 바위의 대비가 분명해 풍경이 또렷하게 다가옵니다.
기암괴석이 만들어낸 해안의 표정

해파랑길 15코스의 진짜 매력은 바다를 따라 이어지는 기암괴석 구간입니다. 구룡포 인근으로 이어지는 길에서는 악어바위, 독수리바위처럼 이름 붙은 바위들을 만날 수 있고, 멀리서 보면 사람 얼굴을 닮은 듯한 바위들도 눈에 들어옵니다.
이 구간은 해안 산책로로 잘 정비돼 있지만, 일부는 자갈과 너덜지대가 섞여 있어 발목을 안정적으로 잡아주는 신발이 필요합니다. 겨울에는 파도가 높아질 수 있으므로, 바다 쪽으로 너무 가까이 붙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숲길과 바닷길이 교차하는 호미반도

해파랑길 15코스는 호미반도 해안둘레길과 상당 부분 겹칩니다. 그래서 한동안 바다를 따라 걷다가도, 어느 순간 숲길로 접어드는 구간이 나타납니다. 겨울 숲길은 소리가 작고 시야가 트여, 걷는 내내 주변을 살피기 좋습니다.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은 신라 시대 설화를 바탕으로 조성된 공간으로, 길 위에 이야기를 더해줍니다. 봄과 여름에는 꽃이 중심이 되지만, 겨울에는 조형과 공간 구성이 더욱 또렷이 보입니다. 이외에도 대동배 마을 등 작은 어촌을 지나며 포항 해안 마을의 일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겨울 걷기 전 알아두면 좋은 점

이 코스는 중간 거점 외에는 매점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출발 전 식수와 간단한 간식을 충분히 준비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겨울에는 체온 유지가 중요하므로, 바람을 막아줄 외투와 장갑도 챙기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구룡소에서 발산항 사이 일부 구간은 파랑주의 시 우회가 필요합니다. 파도가 높을 경우에는 호미로 929번 도로를 이용해 안전하게 이동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해파랑길 15코스 기본 정보

지역 :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일원
코스명 : 해파랑길 15코스
구간 : 호미곶 해맞이공원 → 대보저수지 → 동호사 → 임도사거리 → 흥환보건소
길이 : 약 13.0km
소요시간 : 약 5시간
난이도 : 보통
코스 형태 : 비순환형
대중교통 : 포항고속버스터미널 → 9000번 좌석버스 → 해맞이광장(면민회관) 하차
주의사항 : 파랑주의보 시 구룡소~발산항 구간은 호미로 929번 도로로 우회
스탬프함 위치 :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호미곶길 89 부근(해맞이광장 동쪽 끝 자판기 옆)
이용요금 : 무료
해파랑길 15코스는 포항의 풍경을 가장 솔직하게 보여주는 길입니다. 화려함보다는 바다의 결, 바위의 형태, 그리고 계절의 공기를 그대로 전합니다. 겨울에 걷는 이 길은 한층 단정하고 차분합니다. 바다와 땅의 경계에서 천천히 걸으며, 포항이라는 도시의 또 다른 얼굴을 만나보셔도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