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영화를 기다렸다! 티켓값 가치를 보여준 이 영화

영화 <올빼미>, <데시벨> 후기

이런 영화를 기다렸다! 티켓값 가치를 보여준 이 영화 <올빼미>

높은 티켓값으로 관객들이 부담을 느끼는 현 상황에 티켓값의 가치를 지닌 작품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나마 큰 스케일에 블록버스터급 규모를 자랑한 영화들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지만, 모든 제작사들이 무작정 큰 예산을 들이고 이런 무모한 모험을 할 수 없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 봤을 때 현재 극장가에 가장 적합한 영화는 적당한 제작비에 관객을 끌어모을 수 있는 참신한 소재를 지닌 가성비 작품이라 봐야겠다. 이번에 개봉을 앞둔 <올빼미>는 그 기준을 부합한 작품으로 티켓값의 가치를 제대로 보여준 의미 있는 작품으로 올해 하반기 개봉한 한국 영화의 대미를 장식할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빼미>는 조선왕조 역사의 대표적인 미스터리 사건으로 언급되는 '소현세자의 죽음'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당시 실록은 소현세자를 학질(말라리아)로 죽었다고 정의했지만, 그의 모습이 마치 독살 당한 사람의 모습이었다고 기록했다. 영화는 이를 바탕으로 여러 사건과 다양한 캐릭터들을 창조하며 역사의 미스터리로 남겨진 이 사건을 러닝타임 내내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 영화로 완성했다. 

역사적 소재 활용도를 떠나서 <올빼미>는 기본적으로 스릴러 영화팬들이 좋아할 만한 장르의 특징을 갖고 출발한다. 특수한 상황에 놓인 주인공, 그리고 사건의 진행 시점이라는 두 가지 특징이 그것이다. 류준열이 연기하는 주인공 경수는 일상에서는 맹인이지만, 불이 꺼진 어두운 저녁에만 볼 수 있는 특수한 병을 앓고 있다. 영화의 제목 그대로 '올빼미'와 같은 능력을 지닌 인물로, 이 증세에 대해 경수 본인은 혼자만 비밀로 간직하고 있다. 영화는 경수가 지닌 이 능력을 활용한 설정으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영화의 본격적인 사건이 펼쳐지는 주 시간대가 소현세자가 사경을 헤매는 저녁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실시간으로 진행된다. 아무도 경수가 저녁에만 앞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그 앞에서 버젓이 범죄가 일어나고 이를 알게된 경수는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를 펼치게 되지만, 예상치 못한 위협과 반전이 지속된다. 자신이 알게 된 비밀을 숨겨야 하는 경수와 비밀이 밝혀질까 두려운 '음모자'들의 추격과 암투가 진행되며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영화는 실록에 기록되지 않았지만, 추측과 추리로 이뤄진 소현세자 암살의 배후를 거론하는 대담한 설정을 통해 당시 정치권력의 암투와 그에 희생되는 개개인들의 모습을 부각한다. <추격자>와 같은 실시간 스릴러가 진행되는 가운데 인간의 탐욕이 만들어낸 비극적인 이면과 진실에 대한 정의가 담긴 드라마가 동시에 진행된다. 그점에서 <올빼미>는 재미와 메시지 전달에 성공한 의미 있는 작품이라 볼 수 있다. 

여기에 스릴러의 기본 공식과 같은 도구, 장치 설정, 복선과 같은 요소를 치밀하게 설정해 이야기에 변화를 주는 방식 역시 영리해 신인 감독의 작품이라 보기 힘든 놀라운 완성도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역사에 관심많은 관객들이 좋아할 역사적 소재와 장치를 잘 활용한 부분도 눈에 띈다. 소현세자와 아버지 인조의 갈등 관계, 실록을 통해 언급된 역사적 인물들의 인간성, 견제와 협력을 반복하며 긴장된 군신관계를 유지한 당시의 정치 시스템, 사실상 궁을 관리하고 있었던 궁중 인물들의 위치(내시, 내의원, 의녀, 궁녀들)를 적절하게 활용하며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올빼미>는 좋은 역사 창작물의 표본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고 장점만 가득한 영화는 아니다. 적절한 유머와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가 담긴 전반부, 중반부와 달리 마지막 후반부의 이야기 진행 방식이 조금 미진한 대목이 다소 아쉽다. 그 때문에 영화의 후반부 등장하는 풍자적인 요소들이 다소 비현실적으로 느껴져 괴리감을 형성하기에 이른다. 그럼에도 <올빼미>는 앞서 언급한 전반부와 중반부의 장점이 큰편이라 후반부의 문제점을 충분히 덮어주고도 남을 여운이 담겨있다. 독특하고 신선한 소재의 장점을 잘 이끌어 왔다는 점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한 재미와 장점을 갖고있다. 

특수한 캐릭터를 정겹고 무난하게 연기한 류준열은 여전히 훌륭했으며, 권력 유지에 눈먼왕 인조의 모습을 위엄과 망가진 모습을 표현한 유해진의 연기 역시 인상적인 편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그가 이전에 보여준 코믹적 여운이 담긴 캐릭터들이 연상돼 그의 왕 연기에 대한 관객의 반응은 호불호로 남겨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최무성, 조성하, 박명훈, 김성철, 안은진, 조윤서 등 조연 배우들 모두 무난한 연기를 선보이며 궁중에서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스릴러의 재미를 극대화 시키는데 크게 기여했다. 한국 영화와 드라마가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는 지금의 시기에 앞으로도 <올빼미> 같은 한국적 정서와 역사성이 담긴 좋은 작품들이 잘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올빼미>는 11월 23일 개봉한다. 

평점:★★★☆

올빼미
감독
안태진
출연
류준열, 유해진, 최무성, 조성하, 박명훈, 김성철, 안은진, 조윤서
평점
8.9

폭탄 테러라는 긴장감 넘치는 소재를 이렇게 쉽게 망치다니…<데시벨>

도심에서 진행되는 폭탄, 정체불명의 테러범이 제안한 게임, 여기에 소리 데시벨에 맞춰 폭발하는 폭탄 등 <데시벨>은 액션 영화에 성공과 같은 공식들을 유지하고 있었다. 과거 개봉한 <다이하드> 시리즈의 3,4편과 <서든데스>와 같은  90년대, 2000년 초 할리우드 액션 영화가 절로 떠올리게 된다. 

<데시벨>은 폭파 장면과 대립하는 인물 관계 그리고 쫓고 쫓기는 추격 모드 이 방식만 잘 유지해도 성공이 어느 정도 보장되는 작품이다. 여기에 눈물 유발하는 감정적인 드라마나 불필요한 인물들의 등장만 자제하면 되는데…안타깝게도 <데시벨>은 그 하지 말아야 할 실수를 더하며 최악의 액션 영화의 면모를 보여주기에 이른다. 

이미 폭탄이라는 주된 장치가 있어서 인물 설정은 주인공과 악당의 관계에만 집중해야 하고 일부 조연들은 각자의 역할에만 충실해야 한다. 그점에서 본다면 영화는 김래원 이종석의 대립에 주목하고 박병은, 정상훈, 이상희 정도의 보조 캐릭터들만 등장시키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영화는 이 조연들의 비중을 어떻게든 늘리려는 모습을 보여주려하고, 대립하는 두 캐릭터의 관계를 보여줄 과거 사연에 대한 비중을 늘리며 영화의 초점을 흐리게 만든다. 

폭탄과 악당과의 대결이 메인인 이 영화가 과거의 잠수함 참사 사고를 부각하게 되면서 갑작스럽게 <다이하드>에서 <K-9>,<크르스크>와 같은 잠수함 참사 영화로 부자연스럽게 변질된 셈이다. 오락 영화를 보러온 관객 입장에서 당황스러울 만한 대목으로 본의 아니게 참사 현장에 생과 사를 오가는 군인들의 이야기에 몰입해야 하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영화 속 설정은 실제가 아닌 가상인데 이렇게 영화에 큰 분량으로 그려내야 하는 필요성을 못느낀다. 이 소재를 활용한다 해도 단순한 언급으로 그쳐야 할 장면인데 차은우, 이민기 등 톱배우들을 등장시켜 표현했어야 할 장면이었을까? 전자에 언급한 할리우드 영화들이 악당과 주인공의 사연을 대사와 언급으로 처리하며 영화의 현상에 집중했던 것을 생각해 본다면 영화의 선택은 다소 어의가 없어 보인다. 

사실 영화는 액션, 폭발 연출에도 부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엉성한 편집의 난립으로 조연 배우들이 이야기에 참여하는 과정도 어색하고 억지스럽게 그려지고, 그로 인해 등장인물들의 행동에 답답함을 느끼게 한다. <데시벨>은 폭탄 테러 액션 영화가 지닌 기본에 충실하지 못한 채 쓸데없는 진중함과 드라마를 선보이다 완성도만 크게 까먹은 황당한 결과물 이었다. 

평점:★★

데시벨
감독
황인호
출연
김래원, 이종석, 정상훈, 박병은, 이상희, 조달환, 차은우, 이종욱, 신윤주, 이화영, 신영찬, 박진수, 김동연, 한민엽
평점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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