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내가 더 높다"며 삭발... 국민의힘, 공천 잡음에 '시끌'
경선 배제→포함→배제 혼선도
일부 현역의원 "경선시켜 달라" 불만
"공선 경선 보장하라! 사상 민심 받들어라! 특혜 공천 전면 무효!"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앞. 송숙희 전 부산 사상구청장과 지지자들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근무하는 당사 건물을 향해 목청껏 구호를 외쳤다. 송 전 구청장은 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 사상에 출사표를 냈지만, 김대식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이 단수추천을 받으면서 공천에서 배제됐다. 그는 이날 경선을 요구하며 삭발식을 거행했다.
송 전 구청장은 본선 경쟁력 등에서 본인이 앞서는데 김 후보가 '장 의원의 사학 출신 가신'이라 지역구를 물려받았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장 의원 일가가 세운 동서학원 소속 동서대에서 교수로, 경남정보대에서 총장으로 재직했다. 송 전 구청장은 지난달 27, 28일 프레시안 의뢰로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조사한 '국민의힘 후보 적합도'에서 송 전 구청장이 36.0%, 김 후보가 15.9%를 득표한 점도 공천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는 명분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한 위원장은 이날 관련 질문에 "어떤 한 사람이 좌지우지하거나 한 세력이 관철되는 구조는 없다"며 "지금 시스템으로 낼 수 있는 공정한 결과"라고 잘라 말했다.
국민의힘이 4·10 총선 '공천 잡음'으로 들끓고 있다. 현역의원 컷오프(공천 배제)를 최소화하는 기조로 인해 더불어민주당처럼 '공천 파동'으로 확전되지는 않고 있지만, 곳곳에서 공천 절차 및 결과에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단수, 우선추천 지역서 "경선 실시하라"
문제를 제기하는 상당수는 경선이 실시되지 않는 지역구의 원외 인사들이다. 당 공천관리위원회가 현역인 강민국(초선) 의원을 단수추천한 경남 진주을이 대표적이다. 김재경 전 의원, 김병규 전 경남도 경제부지사 등 경쟁자들은 강 의원을 '부적격 인사'로 규정하고 반발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이날 강 의원과 관련해 언론에 보도됐던 각종 의혹을 제기하며 당 윤리위원회에 징계절차 개시를 청원했다. 이에 대해 공관위원인 장동혁 사무총장은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 김해을도 공천 잡음이 그치지 않는 지역이다. 조해진(3선·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의원이 당 지도부의 '험지 차출' 요구를 받아들여 우선추천(전략공천) 받았는데, 그동안 해당 지역 출마를 준비해 오던 원외 예비후보들과 당원 등의 반발에 부딪혔다. 이들은 지난 14일 조 의원 출마선언 기자회견장 앞을 가로막았고, 일부 예비후보들은 경선을 실시하지 않으면 후보 단일화를 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한 사람이 경선에서 두 차례 배제되는 혼선도 있었다. 박정열 전 경남도 의원은 경남 사천남해하동에 공천을 신청했는데, 공관위는 지난 18일 해당 지역구 경선 후보를 서천호 전 국가정보원 차장, 이철호 국민의힘 중앙위원회 노동위원회 부위원장, 조상규 변호사 등 3명으로 압축하며 그를 배제했다. 이에 박 전 도의원은 19일 공관위에 이의를 신청했고, 공관위가 이를 받아들여 경선 대상에 포함됐다. 하지만 공관위는 22일 다시 박 전 도의원을 경선에서 배제했다. 박 전 도의원은 이날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두 번째 경선 배제 결정 통보는 오락가락 기준이 없고 원칙이 없는 모습"이라고 반발했다.
특정 인사를 염두에 둔 듯한 '추가 공모'도 입길에 올랐다. 당 공관위는 22일 대전 중구에 '추가신청 공고'를 냈는데, 한동훈 지도부의 영입인재인 채원기 변호사가 이날 "중구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 달라는 시대적 요청 때문에 뒤늦게 중구에 투입됐다"며 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중구에 공천을 신청했던 이은권 전 의원 지지자들은 이날 당사를 찾아 "전략공천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현역들도... 이명수 "정치적 모멸 행위" 서정숙 "공천 특권 카르텔"
현역의원들의 반발도 없지 않다. 이명수(4선 · 충남 아산갑) 의원은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현 지역구에서 경선을 진행해 달라고 공관위에 요구했다. 아산갑은 지금까지 경선을 할지, 단수추천을 할지조차 정해지지 않은 보류 지역이라 이 의원이 컷오프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있었다. 이 의원은 "총선을 얼마 앞두고 벌어진 이번 일은 내 개인이 아닌 아산시민에 대한 정치적 모멸 행위이며, 경선 기회조차 주지 않아 아산 및 충남 지역 국민의힘 승리에도 역행하는 행위"라고 반발했다.
앞서 경기 용인병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컷오프된 서정숙(비례) 의원도 "현직 우수 국회의원을 경선도 안 시키고 원천 배제하다니 이것이 과연 '시스템 공천'이 맞느냐"며 "용인병에서 특정인 공천을 위해 1년 반 동안 공천 특권 카르텔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용인병에선 윤석열 대통령 사법연수원 동기로 알려진 고석 변호사가 단수추천을 받았다.
경선 과정에서 잡음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정우택(5선) 국회부의장과 윤갑근 전 검사장이 맞붙는 충북 청주상당이 대표적이다. 청주상당은 23, 24일 여론조사를 거쳐 25일 경선 결과가 발표될 예정인데, 그에 앞서 정 부의장이 2022년 10월쯤 지역구 한 카페 사장에게서 돈 봉투를 받았다는 의혹이 언론을 통해 제기됐다. 정 부의장은 관련 의혹을 '정치적 인격 살인'으로 규정하며 "마타도어에 결코 흔들리지 않고 청주시민, 상당구민만 보고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홍문표(4선·충남 홍성예산) 의원은 강승규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과의 경선이 실시되기 전날인 22일 경선 포기를 선언했다. 그는 "'동일 지역구 3회 이상 낙선자 감점 관련 적용'으로 30% 감점 대상자임을 알게 됐다"며 "13∼16대 연속 4번 낙선했는데, 그 당시 선거구가 지금의 홍성예산 선거구가 아닌 청양홍성 선거구였음에도 동일 지역구 기준을 적용해 감점을 줬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에 앞서 홍 의원은 강 전 수석의 '대통령 시계 배포 및 식사비 경비 대납 의혹'을 제기하며 강도 높은 신경전을 벌였다.
윤두현·최춘식·박대수 불출마... '여당 프리미엄'?
그러나 국민의힘은 현역의원 일부가 불출마를 선언하며 민주당에 비해 공천 갈등이 상대적으로 덜 부각되고 있다. 윤두현(초선·경북 경산) 최춘식(초선·경기 포천가평) 의원은 이날 나란히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들은 현재 지역구가 보류 지역으로 묶여있어 컷오프 후보군으로 분류돼 왔는데, 반발 대신 '깔끔한 마무리'를 택했다. 서울 강서을의 사실상 유일한 공천 신청자였지만 지금까지 공천을 받지 못한 박대수(비례) 의원도 예비후보 사퇴를 선언했다. 정치권에선 "공공기관 등 국회의원 말고도 갈 수 있는 자리가 많은 '여당 프리미엄' 덕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나왔다.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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