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처음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 '몸값'이 입소문을 타고 있다. 몸값은 '동명의 영화 도입부를 차용한 후 재난 장르를 더해 색다른 스토리를 만들었다'는 설정으로 화제가 됐지만, 알고 보면 '콘크리트 유니버스(세계관)'의 서막을 알린 이야기로 평가받고 있다.
'몸값'과 '몸값'
콘크리트 유니버스를 살펴보기 전 티빙 오리지널로 편성된 몸값과 원작의 관계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먼저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 '몸값'의 원작 영화는 14분의 러닝타임으로 구성된 단편영화다. 이 영화는 '처녀를 원하는 중년남자가 여고생과 모텔 방에 들어가 화대를 놓고 흥정을 한다'는 파격적인 설정에서 출발하는데, 이를 원테이크(끊어서 찍지 않고 한 번에 촬영하는 기법)로 촬영해 몰입감을 높인다.

특히 오롯이 여고생의 몸값을 흥정하는 중년남성의 의심을 보여주다 후반부에 급전개되는 반전은 관객들로 하여금 놀라움을 선사한다. 여기서 진정한 '몸값'의 의미를 설명한다.
'여고생의 처음을 사려는 남성의 비뚤어진 욕구' 뒤에 숨겨진 장기밀매 조직의 큰 그림을 마주하는 순간 관객들이 생각하던 '몸값'의 정의는 신체 장기에 대한 가격으로 바뀐다. 여고생에게 화대를 흥정하던 구매자(중년 남성)가 순식간에 타의에 의한 (장기)판매자가 된다.
장기 구매를 원하는 구매자들로 인해 또 한 번 '몸값'에 대한 흥정이 시작되며 영화는 끝을 맺는데, 6부작 형태로 구성된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는 여기까지 똑같이 인용한 후 '재난'이라는 장치를 더해 이야기를 확장한다.

실제로 드라마 몸값은 극 중 주요 등장인물인 여고생의 이름도 똑같이 '주영(전종서 분)'으로 설정할 만큼 영화에 나온 내용을 그대로 따라가는데 치중한다. 영화에서 극을 이끌어가던 배우 이주영과 박형수는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에서 각기 다른 주변 인물로 출연하며 원작과는 또 다른 느낌의 캐릭터를 연기한다. 여기에 약 세 시간 분량의 드라마가 원작과 동일하게 원테이크 기법으로 촬영돼 몰입도를 높인다.
원작에서 배역만 바뀐 형태로 전개되던 드라마 몸값은 중년 남성의 몸값을 흥정하는 과정에서 인물간 갈등이 부각되더니, 갑작스런 지진이 일어나며 '재난 디스토피아(암흑세계)' 장르로 변주를 꾀한다. 이를 통해 몸값을 흥정하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지진으로 붕괴된 호텔에서 저마다의 목적을 가진 이들의 고군분투 생존기로 변한다.
'콘크리트 유니버스'가 뭔데?
티빙 오리지널로 편성된 몸값이 흥미로운 이유는 원작에 변주를 준 재난 디스토피아 장르라는 점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콘크리트 유니버스'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콘크리트 유니버스는 웹툰 '유쾌한 왕따' 시리즈를 기반으로 만든 콘텐츠들을 통칭한 것으로, 왕따였던 '동현'이 무너진 학교에서 전학생 '수현'과 위기를 극복하는 내용을 담았다. 기획 초기 콘크리트 유니버스는 △콘크리트 유토피아(영화) △황야(영화) △콘크리트 마켓(OTT 드라마) △유쾌한왕따(드라마) 등 네 작품으로 구성됐지만 '몸값 공개 이후 세계관이 확장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콘크리트 유니버스의 공통점은 원인 모를 지진으로 인해 폐허가 된 세상을 배경으로 한다. 유쾌한 왕따가 '무너진 학교'를 배경으로 한다면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경우 재난 상황에 모인 아파트 주민들과 나머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웹툰 기반의 두 가지 스토리를 기반으로 콘크리트 마켓과 황야의 내용이 구성되는 만큼 클라이맥스스튜디오만의 재난 디스토피아는 체계적인 스토리 라인을 구축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콘크리트 유니버스의 연대기는 '유쾌한 왕따→콘크리트 유토피아→콘크리트 마켓→황야' 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를 가능하게 한 배경에는 제작사의 역량이 뒷받침된다. 콘크리트 유니버스 작품들을 제작하는 클라이맥스스튜디오의 경우 지난해 독립 전까지만 해도 레진엔터테인먼트 산하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레진스튜디오)로 운영됐다. 레진엔터테인먼트의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에서 유쾌한 왕따 시리즈가 연재됐던 만큼 독립 전 레진스튜디오는 관련 IP에 대한 접근성이 높았고 이를 통해 콘크리트 유니버스를 완성할 수 있었다.
몸값이 콘크리트 유니버스에 포함될 가능성은 '이야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살아남은 인원들이 폐허가 된 세상에서 새로운 이들을 만난다는 설정은 몸값이 단순히 하나의 이야기로만 끝나지 않음을 의미하며, 시간 순서상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이어질 가능성까지 시사한다.

그러나 제작사 측은 '몸값이 콘크리트 유니버스에 포함된 작품은 아니다'라며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이 날 제작사 클라이맥스튜디오와 SLL은 <블로터>에 "몸값은 단편을 원작으로 한 독립된 작품"이라며 "콘크리트 유니버스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제작사는 몸값을 콘크리트 유니버스에 포함시키지 않았지만, 원작 웹툰·영화 팬덤층은 이와 달리 해당 콘텐츠들이 하나의 세계관으로 묶이길 바라는 눈치다. 만약 몸값까지 콘크리트 유니버스에 포함된다면 유통 채널인 티빙도 지금보다 극적인 상승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미 티빙은 지난달 28일 몸값을 오리지널 콘텐츠로 공개한 이후 높은 유입 효과를 기록했다. 티빙에 따르면 몸값은 티빙 주간 유료가입기여자수와 시청UV 모두 1위에 올랐다. 만약 앞으로 등장할 콘크리트 유니버스 작품과 몸값의 연결고리가 생길 경우, 해당 콘텐츠를 다시보기 위해 티빙에 재접속할 확률도 높아지는 셈이다. 이는 티빙에서 몸값을 공개한 후 원작 영화가 회자되면서 해당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는 '왓챠'에 관심이 쏠린 것과 일맥상통한다.
콘텐츠업계의 한 관계자는 "몸값은 클라이맥스스튜디오가 제작했다는 점과 재난 디스토피아적인 연출이 더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콘크리트 유니버스로 평가받은 작품"이라며 "제작사의 의도와는 다르게 콘크리트 유니버스로 평가받으며 유통 채널인 티빙까지 뜻밖의 수혜를 얻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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