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호 감독 “‘군체’ 전지현이어야만 했다”[인터뷰]

영화 ‘군체’(감독 연상호)엔 꼭 ‘전지현’이어야만 했다. 연상호 감독은 확신했다. 이유는 하나였다.
“장르영화를 이끄는 여성 원톱 배우를 생각하면 전지현 밖에 안 떠오르잖아요. 장르물에 너무 잘 어울리는 맞춤형 배우니까요. 한국의 샤를리즈 테론 느낌도 있고요. 시나리오를 쓰면서 자연스럽게 떠올랐던 배우가 전지현 뿐이었죠. 그래서 시나리오를 건네주고 싶은데, 한번도 만나본 적 없어서 ‘반도’를 함께했던 강동원에게 문자를 했어요. 그랬더니 바로 옆에 있다더라고요. ‘북극성’ 찍는다고요. 그래서 티 안 나게 말 좀 잘해달라고 부탁도 했죠. 하하.”
2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경향이 만난 연상호 감독은 또 한 번 눈동자를 반짝거렸다. ‘군체’가 개봉 5일째 200만 고지를 넘긴 것에 대한 기쁨부터, ‘좀비’란 소재에 대한 호기심, 다음 작품에 대한 설렘까지 모두 실린 눈빛이었다.

■“200만 돌파, 韓 영화계 다시 돌아가는 것 같아서 다행”
‘군체’는 정체불명의 감염사태로 봉쇄된 건물 안, 고립된 생존자들이 예측할 수 없는 형태로 진화하는 감염자들에 맞서는 영화로, ‘좀비 마스터’ 연상호 감독의 새로운 작품이다. 이번엔 ‘정보를 습득하고 진화하는 좀비’란 신선한 설정을 더해 122분을 완성한다.
“집단 지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AI가 돌아가는 원리를 궁금해하다 이것이 집단 지성에 의한 보편성에 기초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고, ‘그럼 이런 집단지성이 좋은 것인가’란 질문이 생겼죠. 그렇게 이야기를 발전시키다가 168페이지에 달하는 초고를 쓰게 됐고, 배급사 쇼박스 쪽과 얘기하면서 이야기에 속도감을 강조하자 싶어 지금의 버전이 나오게 됐습니다.”

OTT플랫폼 넷플릭스에서 ‘지옥’ 시리즈, 영화 ‘계시록’ 등을 공개하다 다시 극장의 품으로 돌아온 소감도 궁금했다.
“한국 극장 산업이 어떤 식으로 변모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작년부터 있었어요. ‘얼굴’로 오랜만에 관객들과 만났지만, ‘군체’처럼 규모 큰 영화로는 꽤 오랜만이었거든요. 한국 영화계가 어떤 방법으로든 안정적인 산업으로 흘러가길 바라는 마음인데, 다행히 그런 컨디션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개봉 5일째인 25일 200만 고지도 넘어섰다. 손익분기점(300만명)까지도 적토마처럼 튀어나갈 기세다.
“개봉 초반 많은 관객이 관심을 가져준 게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관객들이 뜨거운 반응을 준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고요. 해외 판매도 꽤 잘됐어요. 아무래도 좀비물이라 해외 판매가 상당히 많이 팔린 걸로 아는데요. 손익분기점이 달성되면 그제야 한시름 놓을 수 있겠지만, 이 뜨거운 반응을 토대로 다음 작품은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해봐야겠습니다.”

■“구교환, 영화계 연기 패러다임을 바꾼 배우”
이번 작품엔 전지현을 비롯해 구교환, 지창욱, 김신록, 신현빈 등 쟁쟁한 배우들이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캐스팅 완성되고 저도 놀랐어요. 다들 출연할까 싶었는데, 영화 자체가 캐릭터 플레잉이라 자신들이 이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에 있어서 뭔가 하나는 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으로 응하지 않았나 싶어요.”
구교환은 극 중 좀비들의 숙주인 서영철 박사를 연기한다. 연 감독은 그의 연기력에 극찬을 쏟아냈다.
“비범한 배우예요. 한국 영화계에서 연기 패러다임을 바꾼 배우라고 할 수 있을 만큼요. 개인적으로 친하기도 하고요. 영화를 진짜 좋아하는 사람인데요. 그래서 그런가 매니악한 면도 있어서 저랑 말도 잘 통하죠. 그래서 연출할 때 이상한 걸 시켜도 배우로서 다 받아주는 느낌이 있어요. 말이 안 통하면 현장 지휘가 어려울 수도 있는데, 구교환은 설명하기 힘든 순간까지도 다 알아듣고 그대로 표현해주죠. 대단해요.”

전지현은 ‘완벽한 프로페셔널’이라고 평가했다.
“기본적으로 열려있는 배우예요. 구교환의 연기가 워낙 독창적이라서 상대 배역으로선 잘 안 받을 수도 있는데, 전지현은 굉장히 열린 태도로 연기하더라고요. 의외로 수더분하고요. 액션 연기가 힘들 수도 있는데, 웬만하면 스스로 다 하려고 하는 열정도 있죠.”
상업영화로 큰 성공을 거뒀지만 자신의 고향인 인디씬으로 돌아가고픈 소망도 귀띔했다.
“저예산 애니메이션 형식의 작업을 하고 싶어요. 오랫동안 생각해온 건데요. ‘돼지의 왕’ ‘사이비’ 등 제 전작들과 다른 방식으로 제작하겠지만, 그런 작품을 만들었던 연상호가 지금 이 시대에 만들 수 있는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얼굴’ 성공 이후 생각이 많이 바뀌었거든요. 지난 10년 가까이 상업적인 산업 내에서 영화를 만들어왔다면, 앞으로 10년은 신기한 작업들을 해보고 싶습니다.”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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