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 없는 ‘레벨4’ 자율주행차…광주 도심 달려도 안전할까

정상아 기자 2026. 8. 30.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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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 "사고나면 어쩌나" 우려
자율주행 사고 매년 증가세
국토부, 무인운행 안전요건 마련
"안전성 검증 뒤 단계적 무인 전환"
자율주행 실증도시 개요. 광주광역시 제공

오는 10월부터 광주 도심에서 '운전자 없는' 레벨4 자율주행차 실증이 본격화된다. 도시 전역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실증인 만큼 자율주행 기술 상용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동시에 실제 도로에서 운전자 없는 차량이 운행되는 데 따른 시민들의 안전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자율주행차 관련 사고가 매년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레벨4 자율주행차 사고 발생 시 책임 주체와 사고 처리 등을 명확하게 규정한 법·제도가 아직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점도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광주 전역 200대…10월부터 대규모 실증
26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이하 전남광주시)와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국내 최초 자율주행 실증도시로 선정된 광주에서 오는 10월부터 자율주행차 실증이 시작된다.

정부는 내년 1월까지 광주 전역에 자율주행차량 200대를 투입해 대규모 실증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자율주행차는 국제자동차기술자협회(SAE) 기준에 따라 0~5단계로 구분되는데, 광주에서 실증되는 차량은 레벨4의 자율주행차다.

레벨4는 운전자가 주행에 개입하지 않아도 정해진 운행구역과 조건 안에서는 시스템이 모든 주행 상황을 스스로 처리하는 단계다. 비상 상황에서도 시스템이 대응하기 때문에 운전자의 개입이나 탑승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에서 레벨3와 차이가 있다.

일부 지자체가 특정 노선을 중심으로 자율주행차 운행을 추진한 사례는 있지만, 도시 전역을 대상으로 대규모 차량을 투입해 실증하는 것은 광주가 처음이다.

"운전자 없는 차, 사고 나면 어쩌나"
대규모 실증을 앞두고 시민들 사이에서는 자율주행차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북구에 사는 박소정(30)씨는 "자율주행이 아직 보편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운전자까지 없는 차량의 실증이 진행된다고 하니 아직까지는 기대보다 걱정이 앞서는 것 같다"며 "자율주행차 사고 소식을 접할 때마다 광주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발생하지는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광산구 주민 김수용(42)씨 역시 "도시철도 2호선 공사 등으로 도로가 혼잡한 상황에서 자율주행차가 급가속이나 급정거, 끼어들기 등을 하다 사고를 내지는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기술에 대한 기대만큼 실제 도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돌발 상황에 자율주행 시스템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지를 시민들이 직접 체감하기 전까지는 불안감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자율주행 사고 매년 증가…안전 우려 현실화
실제 자율주행차 관련 사고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에 따르면 자율주행차 사고는 2022년 7건에서 2023년 27건, 2024년 31건, 2025년 47건(9월 기준)으로 늘었다.

특히 자율주행 모드로 운행하던 중 발생한 사고가 전체의 35% 수준을 차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신호체계가 특수하거나 시스템이 학습하지 못한 상황에서 추돌사고 등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부터 이달 25일까지 전국에서 발급된 자율주행자동차 임시운행허가는 총 589건이다.

자율주행 기술과 실증 차량이 빠르게 늘어나는 만큼 예상하지 못한 도로 환경이나 돌발 상황에 대한 대응 능력이 필요한 실정이다.

특히 운전자가 없는 레벨4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냈을 경우 운전자 대신 자율주행시스템과 제조사, 운영주체 등 어디에 책임을 물을 것인지에 대한 법·제도 정비도 과제로 남아 있다.

국토부, 무인 자율주행 안전요건 선제 마련
정부도 이 같은 우려를 감안해 레벨4 무인 자율주행차 운행에 필요한 안전 기준을 선제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7일 국내 최초로 '무인 자율주행차 안전운행 요건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자율주행차 산업 경쟁력 제고방안의 후속 조치다. 국제기준이 국내 법령에 본격 반영되기 전 기업들이 무인 자율주행차 임시운행허가를 받아 레벨4 수준의 기술을 안전하게 개발·실증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안전요건을 제시한 것이다.

국토부는 레벨4 상용화를 먼저 달성한 해외 국가의 허가요건을 참고하고 한국교통안전공단과 세 차례 기업 간담회를 열어 업계 의견도 반영했다.

또 위험완화상태(MRC)와 이중화 등 유엔 유럽경제위원회(UNECE)가 최근 채택한 자율주행시스템(ADS) 국제기준의 용어체계 일부도 가이드라인에 담았다.

최소 1만5000㎞ 주행…원격관제·이중화 의무
무인 자율주행차의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한 구체적인 요건도 제시됐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무인 자율주행차의 임시운행을 위해서는 최소 1만5000㎞ 이상의 실증 주행실적을 확보해야 한다.

다만 동일한 자율주행시스템과 제원의 차량이 3000㎞ 이상 주행한 경우 최대 5대까지 주행거리를 합산할 수 있도록 해 기업의 부담을 일부 완화했다.

원격관제를 통한 실시간 모니터링과 자율주행시스템 이중화도 필수 요건이다.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차량을 안전하게 정지시키고 안전지대로 이동시킬 수 있는 대응체계도 갖춰야 한다.

국토부는 ADS 국제기준의 세부 내용을 반영한 자동차관리법 개정안도 연내 마련해 관련 기준을 국내 법령에 신속하게 반영할 계획이다.

광주 실증 초기엔 '시험운전자 탑승'
광주에서 진행되는 레벨4 자율주행 실증 역시 초기부터 완전한 무인 운행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되기 전까지 시험운전자가 탑승한 상태에서 실증을 진행한 뒤 단계적으로 무인 운행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현재 광주 실증 차량의 안전성은 임시운행허가 등 제도를 통해 철저하게 검증하고 있다"며 "실증과 동시에 시험운전자 없이 운행하지는 않을 예정이며, 충분한 안전성이 확보된 이후 무인 운행 등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