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장은 시민의 것인가, 플랫폼의 것인가? BTS 공연이 던진 불편한 질문!

[박미숙의 플랫폼미디어 비평]

[1분 핵심 요약]

오는 3월 21일, BTS의 광화문 광장 컴백 공연은 한국 대중문화의 위상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공적 자산의 사적 전유: 정부와 서울시의 전폭적인 행정 지원 속에, 글로벌 OTT인 넷플릭스는 '무료 공연'이라는 명분 아래 서울의 심장을 공짜 세트장으로 활용하며 막대한 수익을 챙긴다.

공공성 상실의 위기: 시민의 일상과 공동체 경험이 쌓여야 할 광장이 대형 기획사의 '컴백 무대 대기실'로 전락한다. 오늘 BTS, 내일 블랙핑크로 이어지는 상업 이벤트의 점령은 도시 문화의 다양성을 메마르게 한다.

정책의 본질 회복 촉구: 문화 정책의 목표는 '산업 경쟁력'에만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거대 자본은 스스로 비용을 감당할 수 있지만, 인디 음악과 지역 예술 등 풀뿌리 문화야말로 공공의 지원이 절실한 곳이다.

"광화문 광장은 시민의 토양인가, 넷플릭스의 콘텐츠 인프라인가?" 화려한 공연이 끝난 뒤, 우리가 광장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 다시 물어야 하는 이유다.

히피 문화에 취한 우드스탁 페스티벌을 상상하는지. 전설적 그룹 퀸이 공연했던 웸블리 스타디움의 환상을 기대하는지.

BTS(방탄소년단)가 오는 3월 21일 '완전체'로 컴백하는 첫 공연으로 서울의 광화문 광장 일대를 이용하게 된다. 국내 팬들은 물론 해외에서 팬덤이 몰려오고, 서울시, 문화체육부는 행정지원까지 나섰다.

BTS는 경복궁 근정문에서 시작해 홍례문, 광화문으로 이어지는 '왕의 길'을 걷는 오프닝, 아리랑 국악단과 협업해 보이는 대규모 퍼포먼스를 펼친다. OTT플랫폼 기업 넷플릭스는 공짜로 구한 광화문광장과 수십만 응원단을 배경으로 한 공연을 전세계 190여개 국에 실시간으로 중계한다.

이번 BTS공연은 한국 대중문화의 세계적 영향력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 될 것이다. 동시에 서울의 공공 문화가 어떤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는지도 보여주게 될 것이다. 시민의 공간이 거대한 문화 산업 이벤트와 글로벌 콘텐츠 생산의 인프라로 활용되는 순간을 같이 하게 된다.

오는 21일 광화문광장에서 컴백 기념과 신곡 발표 공연을 갖는 BTS.

산업 이벤트가 된 공공 문화

공공 문화의 공간 '광화문 광장'은 '무료 공연'이라는 명분으로 본연의 공공적 가치를 가린다. 애초에 도시의 광장과 공원은 시민의 일상과 공동체 경험이 축적되는 장소다. 시민들이 이곳에서 자유롭게 모여 다양한 문화 활동이 펼치는 공간이다.

BTS의 '무료 공연'이라는 외양은 공공성을 거듭 강조하는 장치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 구조를 보면 관광 홍보, 기업 협찬, 방송 중계, 도시 브랜드 전략이 결합된 복합적인 이벤트라고 할 수 있다. 컴백 공연이라는 상업적 목표와 결합한 사실상 도시 마케팅 프로젝트다.

공공 공간의 독자적 가치 대신 산업 이벤트 가치만 남는다면, 내일은 블랙핑크가, 모레는 또 다른 글로벌 스타가 광장의 주인이 되어 나타날 것이다. 광장은 시민의 일상이 아닌, 기획사의 다음 컴백 스케줄을 기다리는 무대 대기실로 전락하게 된다.

여기에 글로벌 플랫폼 유통 구조가 결합하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OTT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로 유통하는 방식에 따라, 무료 공연인데 글로벌OTT는 막대한 수입을 올리게 된다.

이러한 구조는 문화 산업의 권력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공공 공간에서 열린 문화 이벤트조차 플랫폼 콘텐츠로 편입되는 모습을 확인하게 된다.

팬덤 관광과 도시 마케팅

팬덤 문화 역시 공공 공간의 성격을 변화시킨다. BTS 공연은 국내 팬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팬들을 도시로 끌어들여 공간을 지배한다. 호텔과 음식점, 교통, 쇼핑 산업이 함께 활성화되는 경제적 이득이 공연 효과를 극대화한다.

서울시는 '글로벌 문화 도시'라는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경찰, 중앙정부와 함께 행정서비스를 총동원한다. 인디 공연이나 클래식 공연, 시민참여 공모전에 이렇게 행정력이 투입된 적이 있었나. 마라톤대회 외에는 보지 못한 지원이 속출한다.

해외에선 어떨까. 우드스탁 페스티벌은 허허벌판 목장터에서 공연이벤트 회사가 열었고, 수십만 명이 모이는 영국의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은 입장료 1파운드에 농장에서 갖 짠 우유를 무료로 나눠주며 출발했다.

개최가 거듭되면서 단순히 록 페스티벌을 넘어 무용, 코미디, 서커스, 연극 등 현대 예술 전반을 아우렀고, 메인 무대인 피라미드 스테이지의 간판 출연자가 되는 것이 전세계 뮤지션들사이 최고의 영예가 됐다.

영국의 변덕스런 날씨 때문에 공연장은 자주 진흙탕이 됐다. 하지만 관객들은 불평하기 보다 장화를 신고 진흙 속에서 축제를 즐겼다. 그리고 수익금의 상당 부분은 그린피스나 옥스팜 같은 자선단체에 기부한다. 정부가 나서서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브랜드로 만들려 하지 않는다.

BTS공연의 주무대 중 하나가 될 세종문화회관 계단. 공연을 앞두고 광화문 광장을 방문한 외국인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문화 다양성의 약화

그러나 상업적 이벤트가 보편화할 때 정작 공간을 차지해야 하는 도시 문화는 단순화될 위험에 놓인다. 다양한 생활 문화와 예술이 전시되고 축적되는 게 아니라, 그저 특정 콘텐츠의 상징으로 환원되기 때문이다.

공공 문화 정책의 핵심은 문화 다양성의 확장이다. 상업적 이벤트를 배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장르의 예술과 문화 실험이 공존하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 그래야 도시 문화가 성장한다.

인디 음악, 지역 예술, 전통 공연, 시민 참여 문화가 함께 존재할 때 문화 생태계는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 대형 상업이벤트는 공연 비용을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반면, 시민의 문화는 공공 기관의 지원과 행정서비스를 누려야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이런 흐름 때문에 문화 정책의 방향마저 바뀌고 있다는 사실이다. 공공 문화 정책은 점점 산업 경쟁력과 콘텐츠 수출이라는 목표와 결합하고 있다.

공공 문화 공간의 역할은 분명하다. 스타들의 공연은 도시 문화의 한 장면일 수 있으나 공공 문화의 중심이 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치해야 한다.

대신 비주류, 새로운 시도, 환경 등 지속가능한 가치와의 콘텍스트적인 풀뿌리 시민문화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등장하게 지원해야 한다. 대형 이벤트가 끝난 후 휑해진 공간을 무력하게 채우게 하지 말아야 한다.

결국 질문은 단순하다. 서울의 광장은 누구의 공간인가. 글로벌 스타와 플랫폼 산업의 이벤트 무대인가, 아니면 시민 문화가 자라는 공공의 토양인가.

BTS공연이 성공하는 순간, 공공 문화 정책의 목적이 무엇인지 다시 고민하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 도시의 공공 공간이 시민 문화의 기반이라는 원칙을 잊지 않을 때 비로소 문화는 특정 산업을 넘어 공동체의 자산이 될 수 있다.

서울의 광장들은 누구의 것인가. 시민 것인가, 넷플릭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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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미숙은 한국과 영국을 오가며 대중문화를 연구했다. 영국에서 한류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전공은 동아시아학이며 세부 전공은 한국학이었다. 현재 제주도에서 강아지 다섯 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