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 보관 필요 없는 백신 제조법 개발

- 물 기반 용액 대신 오일 기반 용액 사용
- 상온에서도 주요 성분 안정성 유지 가능

대부분의 백신은 냉장 상태에서 보관·유통해야 한다. 이러한 번거로움이 필요 없이 상온 보관 가능한 백신 제조 기술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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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백질 기반 백신을 냉장이나 냉동 없이 보관·유통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됐다. 백신 유통을 위한 물류 비용을 절감하고, 냉장·냉동을 위한 자원이나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 대한 백신 접근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냉장 보관 필요 없는 백신 개발법

일반적으로 백신은 냉장 상태에서 보관하는 경우가 많다. 대략 90%의 백신이 특정 온도 조건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콜드 체인(cold chain)’이라 하는데, 백신과 같이 온도에 민감한 제품을 안정적으로 보관·운송하기 위한 일련의 시스템을 말한다.

펜실베니아 주립대학 연구팀이 최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한 연구에서는 약물의 개발 방식을 두고 일련의 실험을 진행했다. 먼저 단백질 기반 약물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물 기반 용액을 탄소 화합물인 ‘퍼플루오로카본 오일(이하 오일)’로 대체했다. 그런 다음 항체와 효소 등 건강과 관련된 기능을 가진 다섯 가지 단백질을 테스트했다.

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오일 기반의 용액을 사용한 약물은 기존의 방식으로 만들어 냉장 보관한 용액과 마찬가지로 효과가 있었으며 독성도 나타나지 않았다. 즉, ‘상온에서 보관 가능한 약물’의 실마리를 찾았다는 것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약물을 오염시키는 박테리아, 곰팡이, 바이러스 등은 물 기반의 환경에서 성장한다. 오일 기반 용액에서는 이들이 성장할 수 없기 때문에 약물이 오염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100℃에서도 약물 안정성 유지

연구팀이 해결해야 했던 과제는 명확했다. 약물이나 백신의 핵심이 되는 단백질이 오일에서 잘 녹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백질은 기본적으로 물에 잘 녹으며, 물 기반의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존재한다. 기존의 약물 및 백신이 물 기반 용액을 사용해 만들어졌던 주된 이유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단백질 표면을 코팅하는 계면활성제를 개발했다. 이를 통해 오일 기반의 환경에서 단백질이 뭉치거나 가라앉지 않고 용액 전체에 고르게 퍼질 수 있도록 했다. 동시에 계면활성제는 단백질 분자를 보호하는 ‘껍질’을 형성해, 주변 환경이 변화하더라도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기존의 물 기반 용액을 사용한 약물과 백신은 열, 빛, 움직임 등에 민감하다. 특히 온도가 높아지면 단백질이 분해돼 ‘펼쳐짐’이 발생하고, 비활성화돼 제 기능을 잃게 될 수 있다. 혹은 유해한 미생물이 발생해 오염될 위험이 생긴다. 콜드 체인이 필요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온도를 낮추면 이러한 변질을 막거나 늦출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연구팀이 제시한 방법에 따라 오일 기반 용액과 계면활성제를 사용할 경우, 냉장이나 냉동 없이도 단백질의 안정성이 유지된다. 오일 기반이므로 유해 미생물이 발생할 우려도 없다. 연구팀이 개발한 계면활성제는 물이 끓는 100℃에서도 단백질의 분해를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 세계 공중보건 향상에 기여할 것

이 기술은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하나는 의료 자원이 부족한 지역에서 큰 장점이 된다는 것이다. 특히 냉장 시설이 부족한 곳, 냉장 상태로 운송하는 것에 제약이 따르는 곳에서는 약물과 백신을 보급하기가 어려웠다. 상온에서도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약물이 공급된다면 이런 지역들의 백신 접종 및 치료 성과가 향상될 것이다.

다른 하나는 콜드 체인의 대체 가능성이다. 저온 기반의 보관 및 운송에는 상당한 비용이 들어간다. 2020년 5월에 환경 보호, 자원 보존을 주제로 진행됐던 한 연구 내용에 따르면 2026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콜드 체인 물류 비용이 580억 달러(약 84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 거대한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이러한 비용 절감 가능성은 약물을 개발하고 유통하는 제약 회사들에게도 희소식이 될 것이다. 지역 및 기후 조건 등에 관계 없이 약물과 백신 유통의 효율성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전 세계적 공중보건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를 주도한 펜실베니아 주립대학 생체공학과 스콧 메디나 박사는 “우리는 현재 이 기술에 대한 특허권을 확보하는 과정에 있다”라며 “제약 회사와 협력해, 약물과 백신을 보다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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