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롤러 탓은 이제 못 하겠다..." '피코박스' 언박싱

스트리트 파이터 5, 철권 7 등 격투게임 플레이어 사이에서 히트박스 컨트롤러로 대표되는 레버리스 컨트롤러들이 각광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빠른 입력이 가능하다는 점이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일반 플레이어에게는 레버가 없어 키보드로 게임을 시작한 플레이어도 쉽게 적응할 수 있고 보관이 비교적 용이했던 점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히트박스 아케이드의 히트박스 컨트롤러. 레버리스 컨트롤러의 대표격이기도 합니다.

초창기에는 일반적인 아케이드 컨트롤러와 비슷한 크기를 자랑하던 레버리스 컨트롤러는 점차 소형화하기 시작합니다. 서류 봉투에 들어갈 정도로 얇은 제품도 속속 나오기 시작했죠. 일반적인 컨트롤러가 이 정도 사이즈가 되면 레버를 돌리는 힘 때문에 컨트롤러가 들려서 제대로 된 조작이 어렵지만, 레버리스 컨트롤러는 그럴 걱정이 없다는 점도 소형화에 한 몫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조작도 편하고 보관도 용이하고 심지어 예쁘기까지 한 작은 레버리스 컨트롤러의 유일한 단점이 있다면 '가격'입니다. 컨트롤러 본연의 역할만 해도 최소 8만원 이상은 지불해야 하는데, 대부분이 해외 배송 상품이라 배송비를 더하면 싸다고 하기 어려웠거든요. 그리고 커스터마이즈, 빠른 반응 속도 등 체크리스트가 길어질수록 이 작은 컨트롤러의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습니다. 레이저가 출시를 예고한 레버리스 컨트롤러 '키츠네'도 예상 가격이 299달러, 한화로 약 37만원에 육박할 정도죠.

그런데 비교적 저렴한 15만원대의 가격에 커스터마이즈까지 가능한 작은 레버리스 컨트롤러를 빠르게 손에 넣을 수 있는 방법이, 바로 한국에 있습니다. 바로 이세계공방이 제작, 판매하는 레버리스 컨트롤러 '피코박스(PicoBox)'입니다. 시작은 미약했지만 구입한 유저들의 호평과 사용자 피드백을 바로바로 다음 제작품에 반영하는 발 빠른 대응으로 최근 격투게임 커뮤니티에서 가장 핫한 컨트롤러 중 하나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동안 구입하려고 했는데 매번 실패하다가 최근 입수에 성공, 언박싱을 진행해봤습니다.

피코박스의 박스. 평범하지만 깔끔하게 포장되어 있었습니다.
방향키에 키보드가 박힌 믹스박스 버전으로 구입했습니다. 그동안 한 번 써보고 싶었거든요.
이세계공방의 로고. 홈페이지 주소를 보면 eeeworkshop라고 되어 있는데, 이세계라 e를 세 개 넣었나봅니다.
박스 오픈. 완충제에 싸여 있는 컨트롤러 본체, 설명서, USB-C 타입 케이블이 들어 있습니다.
완충제를 벗기고 또 한 컷. 버튼이 따로 포장되어 있고, 컨트롤러 본체는 비닐로 밀봉이 되어 있었습니다.
비닐을 벗기지 않은 채로 촬영. 하우징은 스탠리스 강판으로 제작되었습니다. PicoBox와 각 버튼 명칭이 각인 되어 있어요.
측면에서 보면 비닐로 밀봉되어 있는 게 보입니다.
믹스박스는 방향키와 버튼의 스위치가 다릅니다. 방향키는 오테뮤 LP, 버튼은 게이트론 로우프로파일을 사용했습니다.
뒷면. 미끄럼 방지 처리가 되어 있어 책상에 올려두고 플레이할 때 흔들림 없는 조작이 가능했습니다.
동봉 버튼. 버튼 색상은 투명 블랙으로 했습니다. 방향키에는 플레이스테이션을 상징하는 도형이 그려져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각 키캡의 모양이 조금씩 다른데, 듀얼쇼크와 동일한 방향으로 끼워주면 딱 들어 맞도록 해뒀습니다. 그냥 화살표였다면 헷갈렸을 텐데 이용자 배려가 잘 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USB-C타입 케이블. 케이블 정리를 위한 케이블 타이가 기본 제공이라 사용이 편했습니다.
본체의 USB 단자는 컨트롤러 위쪽 측면에 있습니다. 깔끔하네요.
각종 기능키. 스타트와 셀렉트(BACK), 홈 메뉴 버튼, 그리고 트레이닝 모드에서 자주 사용하는 L3, R3 버튼을 지원합니다. 조금 강하게 눌러야 하고, 누르면 똑딱똑딱 소리가 나는 그런 버튼이에요.
버튼을 끼워 본 모습. 이제야 피코박스가 제 손에 들어왔다는 것이 실감되는 순간입니다.
전원이 들어오면 버튼에 불이 들어오며, OLED 스크린이 켜집니다.
OLED 스크린에는 현재 입력모드, 방향키 설정, SOCD 클리너 설정, 현재 입력 중인 키가 무엇인지 표시됩니다.
입력 모드부터 RGB LED, 방향키 모드, SOCD 클리너, Y축 반전 등의 설정은 버튼 조합으로 가능합니다. 여기서 설정한 것들은 전원이 꺼져도 유지됩니다. 전원 연결 시 OLED 스크린에 표시되기도 하므로, 실수로 미설정 상태로 게임을 시작할 우려도 적습니다.
간단 크기, 두께 비교. 가로 214mm, 세로 12mm인데요, 비교용으로 둔 던파 모바일 클리어 파일은 A4용지 사이즈입니다. 이렇게 두니 정말 작다는 게 느껴집니다.
두께는 버튼 제외 12.4mm입니다. 비교군은 CD롬 케이스인데, CD롬 케이스보다 살짝 두꺼운 정도입니다.
서류 봉투에는 여유롭게 들어갑니다.

아래는 피코박스의 실사용 영상입니다. PC 환경에서 스트리트 파이터 6의 캐주얼 매치를 플레이했고, 컨트롤러의 입력 모드는 Xinput로 설정해 진행했습니다.

간단 소감: "이제 컨트롤러 탓은 못 하겠다..."

이틀간 피코박스로 약 4시간 정도 스트리트 파이터 6를 플레이했습니다. 믹스박스형 컨트롤러를 만져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지만 생각보다 어색함 없이 적응할 수 있었네요.

중요한 건 내 입력을 얼마나 정확히, 빠르게 받느냐는 것일 텐데요, 피코박스는 그런 면에서도 굉장히 만족스러웠습니다. 이를 느꼈던 게 셋업으로 서서 약공격 같은 걸 깔아 놓은 상황에서 상대가 기상 CA를 질렀을 때입니다.

그동안 사용하던 호리 옥타 컨트롤러로는 분명 약공격 버튼을 눌렀음에도 공격이 발동되지 않아서 운 좋게 살아남는 경우가 많았다면, 피코박스는 해당 상황에서 내가 누르면 누른대로 족족 약공격이 나가는 바람에 패배하는 일이 많았어요.

진짜 한 번만 딱 누르고 CA 시작 연출이 나올 때마다 아차 싶어서 기도했는데, 그 기도는 번번히 무너지고 제 티어도 떨어지고... 하... 뭐 어쨌든 피코박스가 입력을 빠르고 정확하게 받는다는 것만은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이제 컨트롤러 탓은 못 할 거 같네요.

작고, 가볍고, 성능까지 좋은 피코박스의 가장 아쉬운 점은 역시 소량 주문 제작 방식이라 구입 자체가 어렵다는 겁니다. 제가 구입했을 때도 1분도 채 되지 않아 모든 물량이 소진됐을 정도로 공급 대비 수요가 많아요.

이세계 공방 네이버스토어를 통해 재입고 일정이 올라오고, 최근에는 현장 판매가 결정되기도 했는데요, 구입을 고려하고 있다면 해당 사이트를 꼭 체크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