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체코 원전 금융지원 없다더니…정부 “돈 빌려주겠다”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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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건설을 따내기 위한 입찰에서 체코에 "금융지원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의향서'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체코 정부가 자금 조달 계획을 마련한 원자로 1기를 제외한 나머지 3기에 대해 대출이 가능하다고 한 것으로, 지금까지 정부가 "우리나라가 금융지원을 하지 않는다"고 밝혀온 것과는 배치되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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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찰 과정 ‘대출 의향’ 서류 제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건설을 따내기 위한 입찰에서 체코에 “금융지원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의향서’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체코 정부가 자금 조달 계획을 마련한 원자로 1기를 제외한 나머지 3기에 대해 대출이 가능하다고 한 것으로, 지금까지 정부가 “우리나라가 금융지원을 하지 않는다”고 밝혀온 것과는 배치되는 얘기다. ‘돈 빌려주고 원전 지어주는’ 원전 수출의 경제성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26일 한겨레가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체코 두코바니6(호기)와 테멜린 3·4호기 프로젝트’ 제목의 문건을 보면, 한수원은 한국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로부터 지난 4월4일 “한수원이 참여하는 입찰 프로젝트에 금융지원 제공을 고려한다”는 내용의 ‘의향서’를 받았다. 한수원은 지난해 11월 체코 원전 입찰 서류를 냈는데, 올해 초 경쟁자인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탈락해 프랑스 전력공사(EDF)와 2파전이 성사된 이후 이 문건을 체코 쪽에 보낸 것으로 확인된다. 보통 금융지원 의향서는 원전·방위산업 등 큰 비용이 들어가는 프로젝트를 유치하려는 국가가 설비 수출국으로부터 금융지원을 약속받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발행된다.
주목할 대목은 이 문건이 두코바니 원전 6호기와, 이와 별도의 테멜린 3·4호기에 대한 대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체코 정부는 애초 총 4기 건설 계획을 추진했으나 지난 4월 두코바니 1기(5호기)에 대해서만 자금 조달 계획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로부터 승인받았다. 한수원의 문건은 자금 조달 계획이 아직 없는 나머지 3기를 콕 집어 대출 의향을 밝힌 것이다. 이후 7월 두코바니 2기에 대해서만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이뤄졌다. 전력망을 공유하는 유럽연합 국가들은 발전시설 건설 전 집행위원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체코 원전 건설에 한국 자금이 들어갈 가능성은 이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두코바니 원전 2기 건설 비용이 150억유로로, 올해 체코 국가 예산 878억유로의 17.3%에 달하기 때문이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체코 정부의 재정 상태를 봤을 때 1기에 10조원 이상 들어가는 대형 원전 건설 자금을 자체 조달하는 게 애당초 불가능했다. 수주 계약 조건으로 나머지 3기 건설비를 낮은 금리로 대출해주거나 공사 지연에 대한 지체금 보상 조건 등이 붙을 경우 한국에 돌아오는 이익은 크게 줄 수 있다”고 한겨레에 말했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체코가 자금을 직접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혀왔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7월18일 우선협상자 선정 뒤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가 금융지원을 하는 게 아니라 전적으로 체코 정부 재원으로 (원전 건설을) 하는 걸로 (얘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수원은 금융지원 의향서 발급 여부와 배경에 대해 “국가 간 계약 중인 사안이라 확인이 어렵다”고 밝혔다. 한국무역보험공사는 발급 사실을 인정하며 “아직 체코 정부가 금융지원을 요청하지 않았지만, 요청이 들어올 경우 심사 과정을 거쳐 지원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수출입은행은 27일 ‘보도정정자료’를 내고 “한수원이 입찰서에 낸 것은 금융지원을 검토할 수 있다는 ‘비구속적 의향서’로, 금융제공을 확약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것은 대형 프로젝트 입찰시 필요한 경우에는 관례상 제출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지난 7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체코 정부는 건설재원을 자체 조달할 계획임을 밝혔기 때문에 (당시) 정부는 “금융지원은 합의된 게 없다”, “금융 협력요청은 없었다”라고 밝”혔던 것으로, “대외적으로 금융지원 않겠다고 하면서 금융지원을 몰래 약속한 것”이 아니라고도 주장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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