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금률 높여 ‘빚투’ 막겠다는 증권사, 효과는 기대 이하
증권사들이 금융당국의 권고 아래 특정 주식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신용 증거금률을 인상하는 등 조처를 취하고 있지만, 아직 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지난달 말 코스피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1개월 만에 처음 10조원을 돌파했고 이달 들어서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 중이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지난 4일부터 초전도체 관련주로 묶여 급등한 덕성과 신성델타테크에 대한 신용 융자 및 대출을 막았다. 또 삼성증권이 10일부터 POSCO홀딩스, LG에너지솔루션과 초전도체 테마주 대창 등의 증거금률을 30%에서 40%로 높였다. KB증권은 지난 8일 포스코퓨처엠과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 등의 증거금률을 40%에서 100%로 인상했다.
대신증권은 지난달 말부터 에코프로 그룹주에 대한 신용 증거금률과 담보유지비율을 동시에 높였고, 한국투자증권이 이미 지난 4월부터 에코프로 3형제에 대한 신용거래를 중단시켰다. 삼성증권 또한 지난 4~5월 에코프로 3형제에 대해 신규 신용거래융자(대출)를 닫고, 기존 신용거래 잔액에는 만기 연장을 중단했다.
증권사는 통상 우량주는 증거금률 30~40%를 적용한다. 증거금률이 40%라는 의미는 4000원만 있어도 1만원의 주식을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즉 증권사들은 과도한 빚투(빚내서 투자)를 막기 위해 증거금률 인상의 조치를 취하는 상황이다.
신용거래 축소 외에도, 투자자들의 과열을 막기 위한 방편을 고심 중이다. 삼성증권은 이달 초부터 투자자들의 검색량과 매수·매도 주문이 많은 종목을 실시간으로 집계해 순위로 보여주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실시간 매수·매도·검색 상위 종목을 보고 남을 따라 하는 매매(뇌동매매)를 방지하자는 차원이다.
증권사들은 빚투를 조장한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이 같은 조치를 내놓고 있지만, 사실 효과는 미미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유가증권시장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0조5065억원으로 집계됐다. 코스피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5월 8조8200억원대까지 내렸다가 꾸준히 증가해 지난달 27일 10조원을 돌파했다. 이후 연일 10조원을 웃돌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의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10조원을 돌파한 것은 지난해 9월 23일(10조279억원) 이후 약 11개월 만이다.
지난 10일 기준 코스닥시장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9조8674억원을 기록했다. 코스닥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달 21일 10조원을 돌파한 이후 같은 달 28일 9조원 대로 내려왔지만,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지난 9일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한 달 전인 7월 7일(9조9038억원)과 비교해 많이 차이 나지 않는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산 뒤 아직 갚지 않은 돈을 말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최근의 시장 분위기가 바뀌지 않는 이상 신용 잔고가 크게 감소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한다. 오히려 또 다른 테마가 불붙을 경우 신용잔고가 더 가파르게 치솟을 수 있는 국면이라고 본다. 대신증권 한 관계자는 “증거금률을 높여도 시장 거래가 활발하고 테마주 장세로 가면 신용 전체를 막지 않는 이상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늘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증거금률을 높이는 이유가 빚투를 막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고백’도 나온다. 증거금률을 높인 종목에 대해 신용거래가 줄어들면 투자자 보호에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취지 자체가 ‘빚투 억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회사 가치 대비 주가가 너무 오르면 추후 폭락 시 증권사도 손해를 볼 수 있어 증거금률을 올릴 뿐이라는 설명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거금률 인상의) 원래 취지는 실적이나 가치 대비 주가가 급등하는 종목을 선별해 리스크 관리를 하는 것”이라며 “그 결과로 빚투가 줄어들 수는 있지만 빚투를 줄이려고 인상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현지 배터리업체 잇단 파산에… 유럽 내 한·중 2파전 격화
- “2년 못 채우고 나가라니”… 집 팔 길 열자 세입자들 날벼락
- 트럼프 방중 끝나자마자… “美, 中컨테이너 업체들 조사”
- [르포] “조합원당 분담금 4억 줄인다”… DL이앤씨, 압구정5구역 총공세
- [축제의 그늘]③ “나만 빼고 다 벌었나” 포모에 갇힌 개미, 초고위험 ‘막차 베팅’
- 이번엔 초전도체 말고 방산한다는 알엔티엑스... 주인 바뀔 때마다 수백억 조달
- [단독] 李 “매년 이익 분배하라면 기업들 다 해외로 나갈 것”
- 유럽車의 시대가 저물어간다… 방산물자·中 전기차 생산으로 생존 전략 고심
- “의도 없었다”는 해명 안 통했다… 비극적 기억 건드린 해외 마케팅 참사
- 100조 투매에도 지분율은 상승… 코스피 불장이 만든 ‘외인 지분 미스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