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 정복하면 노벨상? 제가 한 번 받아보겠습니다"

탈모의 근본 문제 개선하겠다는 스타트업 콘스탄트
정근식 콘스탄트 대표. 탈모 컨시어지 서비스 ‘리필드’를 개발, 운영한다. /더비비드

탈모 문제를 해결한 사람은 노벨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농담이 있다. 그만큼 탈모는 난제다. 탈모 시장은 ‘카더라’ 정보가 난무하는, 불신으로 얼룩진 시장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은 탈모기능성 화장품도 존재하지만 유의미한 변화를 경험하는 데까지 오래 걸려 지레 포기해버리는 이도 적잖다.

스타트업 콘스탄트의 정근식 대표(36)는 탈모를 치료 대상이 아니라 관리 대상으로 봤다. 한시적인 처방이 아니라 꾸준한 습관에 탈모 문제 개선의 열쇠가 있다고 본 것이다. 탈모 컨시어지 서비스 ‘리필드’와 동명의 탈모 개선 기능성 화장품을 개발한 계기다. 그를 만나 단 한 올의 머리카락까지 사수하는 법을 들었다.

◇성공적이었던 첫 창업

연세대, 고려대 연합창업학회 인사이더스에서 활동할 때 모습. /정근식 대표 제공

문제 푸는 걸 좋아한다. 창업이 꿈이자 적성이다. 기업을 만들어 운영하는 것이 사회에 큰 임팩트를 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판단도 있었다. 그 뜻을 이루기 고려대 경영학과에 진학했다. 전역 후 고려대, 연세대 연합 창업동아리 인사이더스를 설립했다. 뜻이 맞는 친구들과 교류하며 창업 발판을 마련했다.

2013년 첫 창업의 기회가 찾아왔다. “섹슈얼 웰니스 브랜드 ‘바른생각’의 운영사 컨비니언스를 공동창업했어요. 시작은 성(性)에 대한 편견을 바꾸기 위함이었습니다. 높은 낙태율과 낮은 피임율 같은 지표가 잘못된 성교육에 있다고 전제하고, 가장 관련 있는 제품인 콘돔을 출시했죠. 수익금의 10%는 성과 관련된 일로 고통받고 있는 약자에게 기부했습니다.”

정근식 대표가 직접 찍은 본인의 탈모 변화 사진. /정근식 대표 제공

바른생각은 사람들이 콘돔을 떠올릴 때 부끄러운 생각이 아닌 바른생각을 해야한다는 취지로 이름 지어졌다. 콘돔 사용을 늘려 미혼모를 줄이겠다는 취지도 있었다. 일본 제품 위주였던 콘돔 시장에서 바른생각은 점유율과 매출액 1위 브랜드로 성장했다. “점차 저희 활동을 흥미롭게 보고, 응원하는 소비자층이 늘어났어요. 훌륭한 공동 창업자들을 만났기에 가능한 성과였어요. 첫 창업 때 유의미한 결과를 거둘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큰 성장의 계기가 됐어요.”

첫번째 창업은 성공적이었지만, 말 못할 고민이 두번째 창업의 불씨를 지폈다. “어느 날부터 부쩍 이마가 넓어지기 시작했습니다. M자 탈모였어요. 한의학과 서양의학 등 좋다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했지만 차도가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었어요. 어떤 길이 내게 맞는 건지 알아보려 해도 정보 찾는 것조차 쉽지 않았죠. 소위 카더라식 속설이 만연하는 정보비대칭이 심했거든요. 바른생각이 속한 섹슈얼 웰니스 시장과 속성이 유사해 보였어요. 첫 창업 경험을 유사 시장에서 풀어볼 수 있겠다 싶었죠.”

◇체중관리 하듯이 두피 관리하세요

정 대표는 탈모 시장을 관리와 뷰티 시장으로 정의했다. 피부관리나 다이어트처럼 꾸준한 관리로 두피의 노화를 늦추고, 탈모 개선에 도움을 주는 솔루션을 개발하기로 했다. 관건은 동기부여 장치를 마련하는 것. 아무리 좋은 관리 제품이 있어도 소비자가 효능을 느끼지 못하면 시장에서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관리로 인한 변화를 직관적으로 알려줄 매개가 필요했다. 두피 상태를 진단하고 컨설팅, 실천까지 포괄하는 컨시어지 서비스 ‘리필드’의 탄생 배경이다.

컨시어지 서비스는 크게 진단축과 서비스축으로 나뉜다. “펜처럼 생긴 두피 스캐너를 두피에 대면 머리카락의 개수와 두께, 두피 유형을 측정할 수 있습니다. 이 3가지 요소를 결합해 성별, 연령 대비 위험도와 특별히 주의를 요하는 부위 등의 정보를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알려주죠. 서비스 축을 이루는 건 헤어케어 제품입니다. 에센스 타입의 탈모증상 완화 헤어토닉을 출시했어요. 진단 결과를 토대로 이 제품으로 관리하도록 유도합니다.

탈모 진단, 케어 애플리케이션 '리필드' 소개 화면. /정근식 대표 제공

컨시어지는 ‘지속가능한 탈모 관리’의 유인책이 된다. “다이어터들이 인바디로 체성분을 분석하며 의지를 다지듯 두피 스캐너로 두피 상태를 측정할 수 있다면 동기부여가 돼요. 내가 어떤 길을 걸어야 하는지 알려주는 안내자가 생긴 셈이니까요. 변화가 보이면 공들인만큼 좋아졌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으니 선순환을 창출할 수 있죠.”

컨시어지라는 생소한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설득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탈모 시장에 대한 불신을 단기간에 불식시키는 건 쉽지 않았어요. ‘우리가 관리해줄게, 잘 따르기만 해’ 이런 식으로 접근해도 회의적인 시선만 돌아왔죠. 특히 남성 소비자를 설득하는 게 어려웠어요. 탈모약이라는 간편한 대체재가 있으니까요.”

출구전략은 여성에게 있었다. “호르몬의 영향 등의 이유로 여성분들은 탈모약을 복용할 수 없어요. 피부에 닿아서도 안 되죠. 탈모 문제에 대한 마땅한 대안이 없는 데다 스스로 관리하는 습관이 형성된 소비자층이라 여성 분들을 타깃으로 하면 원하는 결과를 거둘 수 있을 거라 판단했어요. 예상은 적중했어요. 컨시어지 서비스와 구매자의 80%가 2040대 여성입니다.”

◇30년 경력 탈모 전문의 영입한 이유

탈모 증상을 완화하는 리필드 제품 일부. /정근식 대표 제공

콘스탄트는 리필드 브랜드로 총 7가지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대표 상품인 사이토카인 헤어토닉은 탈모 증상 완화 기능성 화장품으로 특허 성분인 사이토카인에 탈모 기능성 3대 성분 살리실릭애씨드, 엘 멘톨, 덱스판테놀 등을 포함하고 있다. 여성형 탈모에 특화된 제품으로, 출시 직후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이후 출시된 속눈썹 영양제도 호응을 얻고 있다.

능동적을 관리하는 여성 소비자들을 겨냥한 인공지능(AI) 기반 두피 스캐너도 있다. “6주 주기로 고민 부위의 모발이 두꺼워졌는지, 잔머리가 났는지 등을 자가 진단하도록 합니다. 스스로 확인하는 게 힘들면 전문 상담원이 데이터를 대신 분석하고, 생활 습관이나 식습관에 대한 조언을 해줍니다. 최소 3개월에서 6개월간 이렇게 관리하면 변화를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6에 참가한 콘스탄트. /콘스탄트

관리 서비스와 재화로 이루어진 리필드 세계관을 완성하기 위해 인재 영입에 힘을 쏟았다. “서울대 의대 출신의 양미경 박사를 공동창업자로 모셨습니다. 양 박사는 30년간 탈모 치료만 전문으로 한 탈모 전문가인데요. 15년의 연구 끝에 두피 세포에 닿으면 발모 촉진 신호를 제어하는 특정 성분을 발견한 분입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과 미국 특허 등록까지 완료한 성분이죠. 양 박사는 이 성분을 환자에게 적용해 효능을 확인하고 있었는데요. 병원에서만 사용하지 말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게 제품화하자고 설득했습니다. 감사하게도 그 성분을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주셨어요. 이 성분을 토대로 헤어토닉을 개발한 겁니다.”

리필드 브랜드는 K-뷰티의 무대가 스킨케어에서 두피케어로 확장하는 국면에서 선구자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에 거주하는 몽골인 구매자에게 메일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머리가 너무 많이 빠져서 고민이었는데, 저희 제품 사용 후 머리 빠짐이 크게 줄었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헤어토닉을 몽골에 유통하고 싶다고, 본인에게 총판권을 달라고 제안했어요. 제품이 좋다는 피드백은 많이 받았지만 이런 피드백은 처음이라 신선하고 인상 깊었어요. 얼마 전에는 해외 대사의 비서가 회사 문을 두드렸습니다. 대사가 리셀러를 통해 현지에서 우리 제품을 구매해왔는데, 한국에 방문한 김에 대량 구매 하고 싶다고요. 탈모 고민은 국경을 가리지 않으니까요.”

◇탈모 샴푸는 만병통치약이 아닙니다

(위에서부터) 정 대표가 두피 스캐너로 상태를 확인하는 모습, 리필리 앱에서 나타난 두피 확대 모습. /더비비드

우수한 제품과 행동을 자극하는 서비스의 조합에 3만명의 소비자가 반응했다. 컨시어지 서비스도 인기지만 제품 판매도 잘 된다. 헤어토닉의 경우 올리브영과 네이버쇼핑, 화해 헤어케어 분야에서 1위를 기록했다. 미국 아마존, 일본 큐텐 등 글로벌 온라인 몰에도 입점했다. 아마존의 경우 헤어로스(hair loss) 분야 상위권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흐름에 힘입어 폭풍 성장했다. 2023년 연매출 12억원, 2024년 연매출 3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2025년 연매출 120원을 달성했다. 미국 전역에 수백개 매장을 운영 중인 H&B 스토어 ‘울타뷰티’(ULTA) 입점을 앞두고 있다.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탈모라는 난제에 신선하게 접근한 덕이다.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 장관상을, 신용보증기금의 창업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2024년 4월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의 창업경진대회 디데이 본선에 진출한데 이어 2025년 12월 디캠프 배치 5기에 최종 선발됐다. 선발 기업은 전담 멘토 배정, 사업 전략 고도화, 자원 투입 등을 통해 집중적으로 육성된다.

4월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의 창업경진대회 디데이 본선에 진출했을 때 모습. /정근식 대표 제공

모발관리 분야의 운영체제(OS) 같은 기업이 되는 게 꿈이다. “탈모는 단 하나의 솔루션으로 치유할 수 있는 병이 아니라 일종의 여러 변수가 맞물린 만성 질환입니다. 그만큼 해결책이 다양하고 탈모에 대한 소비자들의 고민의 층위도 달라요. 탈모 저관여자부터 고관여자까지 모두 아우를 수 있는 그런 서비스를 지향합니다. 예를 들어, 일상적인 습관 관리로 시작해서 고민 상담, 치료나 모발이식 수술까지 탈모 해결에 도움되는 전반을 플랫폼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그런 서비스를 꿈꿉니다.”

정 대표는 탈모인들에게 ‘탈모 샴푸 만능론’을 경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샴푸 하나만 바꾸면 탈모가 개선된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샴푸는 씻겨 나가기 때문에 탈모를 직접적으로 개선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저희는 샴푸의 역할을 재정의했습니다. 샴푸는 무언가를 더하는 제품이 아니라, 두피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건강한 두피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본질이라고요. 불필요한 요소는 빼고 세정에 집중한 클렌징 라인을 개발해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두피 환경을 최적화해 리필드의 헤어토닉, 앰플 등 다른 제품과 시너지를 극대화할 것입니다.”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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