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서] 경제범죄 배임죄, 형법으로 처벌할 일인가

고재만 2022. 8. 30.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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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는 경영 활동을 위축시키는 과도한 형벌 규정을 개선하겠다며 1차로 17개 법률 32개 형벌규정을 과제로 선정했다. 경영계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기업 규제 '삼대장'인 △중대재해처벌법 △공정거래법 △배임죄가 빠졌기 때문이다. 이 중 배임죄는 모호한 규정 탓에 무리한 기소가 남발되면서 십수 년째 존폐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배임죄는 경영자가 경영을 하면서 임무에 어긋나는 행위로 사익을 취하거나 제3자가 이익을 얻도록 해 타인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 적용된다. 형법에 배임죄가 있는 나라는 한국·일본·독일 정도이고, 그마저도 일본과 독일은 매우 제한적으로 적용하거나 사문화됐다는 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검찰은 손에 가까이 잡히는 배임죄라는 칼로 기업인을 찌르지만 칼날이 무뎌 법원에서 무죄가 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 배임 무죄율은 일반 범죄 무죄율보다 5배나 높다. 법원이 '합리적인 경영상 판단'을 인정해 배임 범위를 좁게 해석해 판결하기 때문이다. 최근만 봐도 신동빈 롯데 회장, 이재현 CJ 회장, 이석채 전 KT 회장 등이 배임죄로 기소됐지만 최종 무죄로 판결이 났다.

기업 경영은 기본적으로 위험을 감수하고 하는 것이다. 경영자가 선의를 갖고 신중히 결정을 내렸어도 불가피하게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경우에 대해서까지 죄를 묻는다면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키고 신규 투자 등 과감한 의사 결정을 방해해 사회적으로 큰 손실이다.

문어발 식으로 계열사를 확장해온 대기업 총수를 견제할 필요가 있다. 여전히 사기를 치고 횡령하는 기업인이 많다. 회삿돈을 내 돈인 양 제멋대로 쓰는 오너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나쁜 경영자는 감옥에 보내야 마땅하다.

그러나 악질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경영상 판단과 관련한 경제범죄는 형사처벌 대신 민사상 손해배상 같은 경제처벌로 하는 게 합리적이지 않을까. 감옥에 보내는 대신 MZ세대 유행어인 '금융치료'(과태료, 벌금, 손해배상 등 금전으로 책임지게 하는 것)를 하는 것이다. 주주권 강화 등 경제민주화가 차근차근 진행되면서 한국 법에는 징벌적 손해배상이나 집단소송 등 경영자의 부정행위를 견제할 수 있는 민사 수단이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 반(反)기업 정서가 강했던 이전 정부에선 배임죄 폐지를 논하는 게 금기시됐다. 그러나 새 정부가 출범하고 100여 일이 지났다. 배임죄 폐지를 공론화할 때다.

[사회부 = 고재만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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