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숙박시설 화재 대피훈련 받아보니…“완강기 한번 체험해보면 누구라도 사용 가능”

부천호텔 화재때 완강기 있었지만
아무도 사용못해…사전 경험 도움
에어매트 고층에서는 착지 어려워
몸 ‘ㄴ’자 모양 만들며 뛰어내려야

28일 본보 신동섭 기자가 울산 서울주소방서 마당에서 12m 높이의 사다리 소방차에서 에어매트로 뛰어내리는 체험(왼쪽)을 하고 있다. 소방대원이 울산 울주군 삼납읍 한 호텔에서 완강기를 이용해 대피하는 방법을 시연하고 있다.

 “한 번이라도 체험해 보면 누구라도 할 수 있습니다. 울산안전체험관에서 단 한 번이라도 체험해 보시기 바랍니다.”

 7명의 사망자가 나온 경기 부천 호텔 화재 사고 이후 완강기와 에어매트 사용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사고 당시 3층 이상의 객실마다 완강기가 설치돼 있었지만 아무도 사용하지 않았고, 에어매트로 뛰어내린 피해자 2명이 사망했기 때문이다.

 이에 28일 서울주소방서는 울주군 삼남읍에 위치한 브라운도트호텔에서 에어매트와 완강기 사용 방법 등 숙박 시설 화재 피난 요령 시연회를 개최했다. 시연회는 서울주소방서에서 에어매트 낙하 체험·시연에 이어 완강기 사용 시연 순으로 진행됐다.

 먼저 에어매트 낙하는 가로 4.5m, 세로 7.5m, 높이 3m의 직사각형 에어매트가 펼쳐진 뒤, 사다리 소방차를 이용해 4층 높이(약 12m)에서 뛰어내리는 것으로 진행됐다.

 기자가 뛰어내리기 전 진행을 맡은 소방관은 “에어매트가 펼쳐지고 밑에 있는 소방관이 신호를 주면, 떨어질 때 팔을 벌리고 몸을 ‘ㄴ’ 자로 만들며 엉덩이가 먼저 떨어지고 약간 눕는다는 생각을 하며 뛰어내려야 한다”며 “되도록 에어매트 정중앙으로 향해 뛰어내려야 하지만, 고층에서는 에어매트가 작아 보여 착지가 어렵다. 에어매트는 최후의 수단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윽고 4층 높이에서 원안에 십자 표시로 표시된 에어매트 정중앙을 향해 뛰어내리자, 체감상 1초가 채 안 되는 짧은 체공시간 이후 온몸이 에어매트에 감싸이는 느낌을 받으며 착지에 성공했다. 낙하 중 몸이 허공에 뜨며 ‘생각보다 체공시간이 길다’는 생각과 동시에 에어매트에 착지했지만, 4층 이상의 고층일 경우 낙하 중 생각지 못한 부유감으로 인해 올바른 착지 자세를 유지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어 브라운도트호텔로 자리를 옮겨 완강기 사용 방법을 시연했다. 호텔 측의 협조로 시연은 손님들이 모두 퇴실한 채로 진행됐다.

 완강기 사용법은 간단한 듯하면서도 복잡했다. 경험해 보지 않고서는 위급 상황 시에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허둥댈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먼저 완강기 본체를 찾은 뒤 케이스에 구비된 벨트, 카리빈형 후크, 속도조절기를 펼친다. 완강기 사용을 위해 각 방에 설치된 완강기 지지대를 창밖으로 펼치고, 속도 조절 기에 후크를 연결한 뒤 지지대에 걸면 된다. 이후 줄이 감겨 있는 로프 릴(뭉치)을 창밖 아래로 던지고 모든 줄이 풀려 땅에 닿았는지 확인한다. 마지막으로 벨트를 배가 아닌 ‘겨드랑이’에 걸고 창밖으로 내려가면 된다. 하강 시 벽을 마주 보고 벽에 부딪힐 때마다 벽을 밀며 내려오면 된다.

 완강기는 체중 최대 150㎏까지 버틸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하다.

 이승익 서울주소방서 구조대 소방사는 “배가 아닌 겨드랑이에 착용해야 하며, 겁난다고 벨트 위를 잡으면 빠져 버리기에 주의해야 한다”며 “로프 릴을 창밖으로 던지기 전과 하강하기 전 아래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내려가기 전 다시 한번 버클과 벨트를 조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부천 호텔 화재에서도 방마다 완강기가 설치돼 있었지만 아무도 사용하지 못 했다”며 “에어매트는 최후의 보루다. 3~10층 사이에는 완강기가 필수적으로 설치돼 있기 때문에 사전에 울산안전체험관에서 체험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진술 서울주소방서 예방안전과 예방총괄담당은 “숙박시설 입실 시 피난 위치 등을 미리 확인하고 긴급 상황 시 완강기 등을 이용해 대피해야 한다”며 “특히 완강기는 한 번만 체험해 보면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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