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PF 정리 나선 금융당국, 지역 저축은행 손실 확대 불가피

사진은 시중의 한 저축은행. /연합뉴스

금융당국이 본격적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정리에 나서면서 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해야 하는 인천지역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13일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기준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부실 PF 사업장에 대한 구조조정 계획을 제시했다. 이번 발표의 핵심 내용은 본PF와 달리 부실 수준을 평가하는 기준이 없었던 브릿지론에 대한 관리 대책이다.

부동산 PF 대출은 브릿지론과 본PF로 나뉜다. 브릿지론은 건설 사업자가 토지 매입 등 사업 초기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진행한 대출이다. 브릿지론을 통해 토지 매입과 분양 사업을 완료하면 이를 기반으로 본PF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대출받는 흐름이다.

브릿지론은 저축은행과 신탁사, 캐피탈사 등 제2금융권에서 대부분 취급하는데, 브릿지론의 부실 정도를 따지는 기준이 없어 저축은행이 자체적으로 부실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채권에만 충당금을 쌓아왔다. 본PF의 경우 양호·보통·악화우려 등 3단계에 걸쳐 부실 수준을 평가한다.

정부는 금융기관이 부실 수준을 자의적으로 평가해 부실 위험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사업별로 브릿지론과 본PF를 구별하는 평가기준을 도입했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은 브릿지론의 부실 단계에 따른 충당금을 추가 적립해야 한다.

인천지역 A 저축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이번 발표가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당분간 지켜봐야 하나, 대출 등 수익사업을 줄인 가운데 충당금을 늘리면 손실 확대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저축은행이 중소 캐피탈사나 대부업체 등에 대출한 채권도 변수로 꼽힌다. 캐피탈사나 대부업체가 저축은행으로부터 빌린 자금을 브릿지론으로 취급했다가 새롭게 적용된 평가기준에서 부실채권으로 확인되면, 저축은행이 원금을 회수하지 못해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인천 소재 B 저축은행 관계자는 “캐피탈이나 대부업체 등에 대출한 채권 금액이 큰 규모는 아니지만, 충당금을 지금보다 더 늘려야 하는 시점에서 예기치 못한 손실이 발생하면 재무 건전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저축은행업계도 금융당국의 발표에 발맞춰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저축은행중앙회는 14일 2천200억원 규모의 2차 PF 펀드를 조성해 부실 PF 사업장의 채권 매입이나 부지 인수 등에 필요한 자금 활용 방안을 발표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지난 3월 330억원 규모의 1차 PF 펀드를 조성해 부실채권 정리를 진행했는데, 펀드 규모를 확대해 PF 리스크를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향후 3·4차 펀드 조성을 추진하고, (부실 PF 채권의) 경·공매 활성화와 자체 상각 등을 통해 부실자산을 조속히 정리하겠다”고 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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