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종면 "YTN 사영화 문제, 아직 안 드러났다…수사로 밝혀야"
[YTN 졸속 민영화] "공기업 대주주가 갑자기 입장 바꿔 지분 판다? 외압 의심"
"백 보 양보해, YTN 재승인 심사 과정에라도 사업권 회수해야"
[미디어오늘 김예리, 박서연 기자]
지난 2월7일 공적 소유의 보도전문채널 YTN이 민영화됐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최종 심사와 승인한 결과다. 그 길목마다 “전례 없다”는 표현이 나왔다. YTN 지분을 유지하겠다던 최대주주 공기업들은 2022년 9월 돌연 입장을 바꿨다. 유진그룹과 공기업들이 YTN 지분 매매 계약에 나서자마자 방통위가 심사에 나섰다. 통상 심사 기간은 60일. 하지만 8일 만에 심사를 마치고 초유의 '승인 취지 의결 보류'를 결정했다. 의결을 마친 이동관 위원장은 회의 직후 사퇴했다.
유진그룹은 이후 기존 신청서 갑절 분량의 문건을 냈다. '김홍일 방통위'는 이에 심사 없이 유진그룹을 YTN 최대주주로 최종 승인했다. 문건에서 유진그룹은 노사 협약을 존중한다던 입장을 뒤집었다. 사장을 공모로 뽑겠다던 입장도 뒤집었다. 최대주주 변경 승인을 의결한 방통위원 두 명 중 한 명인 이상인 부위원장은 유진그룹 사주인 유경선 회장의 변호를 맡았던 이력이 드러났다.
방통위의 유진그룹 심사 자료를 살핀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3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이 문제는 수사 대상”이라고 했다. “문제가 심각하리라고는 예상했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아직 다 못 밝혔다고 본다”는 것이다. 그는 인터뷰 와중 “이 사안은 민영화가 아니라 사영화”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YTN을 개인한테 줬지, 국민에게 줬나? 유진이라는 사기업에, 그것도 검사에게 뇌물을 준 사주가 있는 회사에 공영 보도전문채널을 넘겼다. 그것도 졸속으로 불법이 강하게 의심되는 절차를 통해, 유경선의 변호사였던 사람이 (방통위) 부위원장으로 들어가 넘겼다.”
노 의원은 YTN 민영화를 각각의 개별 불법·졸속 논란이 아니라 “하나의 덩어리”로 “뭔가 큰 힘이 일관되게 작동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는 “청문회, 국정조사, 국정감사 등 모든 활동을 통해 YTN 매각 과정에서 일어난 일을 상세하게 국민에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의원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 방통위가 유진그룹의 YTN 공적 지분 인수를 승인해 민영화하는 과정이 졸속, 불법으로 진행된 정황이 확인됐다. 의심된 부분이 있었나.
“제가 YTN에 있을 적인 이명박 정부 때부터 매각-민영화 우려가 여러 차례 있었다. 방통위의 최대주주 변경승인 작업이 까다롭게 이뤄진다는 것 정도는 알았다. 그런데 이번은 전광석화였다. 대주주(한전KDN, 한국마사회)가 YTN 지분을 팔 의사가 없다고 밝혔고 이는 문건으로도 확인됐다. 그런 공기업 대주주가 갑자기 입장을 바꿔 판다? 외압이 작용했다고 의심케 한다. 이후 객관적으로 드러난 절차가 말이 안 되니 심사 자료와 제출 서류를 확인해야겠다고 판단했다. (자료를 보니) 문제가 심각하리라고는 예상했지만, 아직 다 못 밝혔다고 본다. 이 문제는 수사 대상이다. 또 행정 권한을 회복해 YTN을 정상적으로 돌려놓은 다음 (책임 소재를) 세심하게 다시 들여다 봐야 할 사안이다.”
- 진상규명이 가장 시급하거나 중대한 문제는 뭐라고 보나.
“문제가 절차 전반에 연속돼 있다. 유진그룹의 신청부터 방통위의 '승인 취지 의결 보류' 결정, 유진의 서류 보정, 방통위의 최종 승인 결정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대주주 입장이 바뀐 것도 한 덩어리다. 이는 곧 뭔가 큰 힘이 일관되게 작동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규명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사안을 두 갈래로 본다. 하나는 민영화 결정을 되돌리는 것, 다른 하나는 책임자를 찾아내 책임을 지우는 것이다.”
- 이상인 부위원장과 유진그룹 관계는 어떻게 봐야 할까.
“말이 안 된다. 이건 논쟁거리가 아니다. 이상인 부위원장은 보도전문채널 방송사업권을 얻은 민영화의 최대 수혜자 유진그룹의 사주, 유경선 씨의 변호인이었다. 이해당사자가 공영방송을 사기업에 팔아넘기는 의사결정의 2분의 1이었다. 그는 의결에서 빠졌어야 한다. 이것도 논거를 대야 하는 문제인가.”
- 정부와 방통위 책임은 어떻게 규명할 수 있나.
“방통위를 정상화하는 작업과 같다. 방통위 2인 체제, 사실상 위원장 직무대행 혼자 남은 상황을 정상화해야 하고, 결국은 정권을 바꿔야 한다. 지금 여권 인사들로만 구성되는 방통위 체제가 유지되는 한 행정 정상화는 요원하다. 사태의 책임자들이 자신이 책임져야 할 일을 스스로 판단하는 거니까.”
- 방통위의 YTN 민영화 승인에서 주요 쟁점 중 하나는 사장후보추천위원회 폐기였다. 이상인 당시 부위원장이 폐기에 힘을 실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유진기업이 단독으로 사추위를 없앴다고 보기에는 너무 이상한 일들이 벌어졌다. 이상인 부위원장이 대놓고 사추위 제도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는 증언이 있고, 유진은 노사 협약을 지키겠다고 답했다가 입장을 바꿨다. 유진기업 스스로도 사추위를 무력화하려는 마음이 있었겠지만 방통위가 (폐기를) 종용한 것이 아닌가 강하게 의심한다. 이것도 규명 대상이다.”
- YTN의 민영화가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미칠 영향은.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사장 선임 절차를 깨는 순간부터 단계적으로 무너지고 있다. 폐기되기 직전 사추위 제도에는 직원대표 3명이 들어간다. 다수 노조와 소수 노조가 2대1 비율로 들어갔다. 직원들이 그 권리를 빼앗겨, 보호막 하나를 제거당했다. 공정방송은 대법원도 인정한 언론노동자의 중요한 근로조건이다. YTN 노사가 보도국장 임면동의제를 단체협약으로 규정했는데 김백 경영진이 일방으로 깨 버렸다. 법적 판단을 구하는 과정으로 알고 있지만, 이미 노동조건은 침해되고 있다. 김백 사장은 김건희 관련 보도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해 종사자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전 국민이 다 본 명품백 수수 장면을 보도에 쓰지 못하게 한다. 돌발영상도 방송이 안 되거나 방송 뒤 삭제시키고 있다. 디지털본부 구성원 15명이 집단 징계를 받았다. 정상적 방송사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냐고 묻고 싶다.”
- 방통위는 YTN 지분매각 승인 관련 자료를 국회에 제출하길 거부했다가 과방위 의결을 거쳐 모든 위원실에 의무 제출했다. 노 의원은 '국회 기망 행위'라고 비판했는데.
“방통위는 자료를 내야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국회의 자료 요청이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각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이 바빠 죽겠는데 국회가 내라는 자료 왜 내겠나? 법은 국가기밀도 국회에 제출하도록 한다. 기망도 우아한 표현 아닌가 싶다. 있는 그대로 말하면 시쳇말로 '개무시'다. '난 당신들한테 협조 못한다'는 의지를 강력히 피력했다. 법을 몰라서도, 관행과 사례를 몰라서도 아니다. 윤석열 정권의 방향성이 '국회 무시'로 잡혔기 때문이다.”
- 방통위의 YTN 민영화 승인 과정, 나아가 2인 체제 의결을 돌이킬 수 있다고 보나.
“방통위 설치법에 의결 정족수는 규정돼 있다. 재적 위원의 과반. 의사 정족수는 법에 명시되지 않아 해석의 영역이다. 과반이 모여야 회의가 되는 게 초등학생들도 알 법한 합리적 상식이다. 5인이 정원이기 때문에 3인이 의사 정족수여야 한다. 이런 취지는 소송에서 모든 재판부가 언급했다. 여야가 섞여 협의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2인 체제에서 2인은 모두 대통령이 임명한 자들이었다. (의결이) 원인 무효이기 때문에 복원해야 한다.”
- 국회의 역할은.
“국회가 복원을 할 수 있는 직접적인 권한은 없지만, 이 작업이 필요하다는 명분을 밝히고 여론의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청문회, 국정조사, 국정감사 등 국회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활동을 통해서 YTN 매각 과정에서 일어난 일을 상세하게 국민에 알리는 활동이다. 또 정권 교체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방통위원장 임명 권한도 바뀐 정권의 대통령이 행사를 하는 것이고 그걸 통해서 방통위가 방통위 의결로서 기존의 매각이 불법적이고 무리했음을 인정하고 되돌려야 된다. 백 보 양보해서라도, YTN 재승인 심사 과정에라도 사업권을 회수해야 한다.”
- YTN 민영화 이후 언론의 관심이 줄어드는 것 같다.
“정권의 존립을 뒤흔드는 일들이 툭툭 터져 나오니 상대적으로 YTN 문제에 관심도가 떨어지는 건 당연하다. 다만 언론에 대한 관심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MBC 문제도 지난해 정부가 임기가 남은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 교체를 시도했을 때 위기가 도래했지만 여론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졌던 건 아니다. 이진숙 씨 청문회와 탄핵, 이진숙 방통위의 무리한 방문진 이사 교체 시도 등 새로운 일들이 벌어지며 국민 관심이 높아졌다. 오는 국정감사를 비롯해 국회 활동을 통해 여론을 환기하는 노력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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