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도 내 주요 도로에 설치된 과속 단속 부스 10곳 중 8곳 이상이 실제 카메라 없이 작동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겉보기엔 단속 중인 듯 경광등이 번쩍이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텅 빈 ‘깡통’ 부스가 대부분이다. 이른바 ‘공갈 단속’ 논란이 다시 불붙는 가운데, 운전자들 사이에서도 찬반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실제로 강원경찰청에 따르면 현재 도내 고속도로와 국도에 설치된 이동식 과속 단속 카메라 부스는 총 261개다. 하지만 이 중 실질적으로 카메라가 장착돼 있는 곳은 37곳에 불과하다. 85.8%에 달하는 나머지 부스는 카메라 없이 빈 껍데기만 남은 상태로, 이같은 ‘허수 단속’이 국민 세금으로 조성됐다는 점에서 시민 불만은 커지고 있다.

경광등만 번쩍인다
얄팍한 공포심 유도?
경광등과 내비게이션 경고 알림에 반사적으로 브레이크를 밟게 되는 운전자 입장에서는, 실제 단속 여부보다 심리적 억제가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특히 대형 화물차 운전자나 고속도로 장거리 운전자들 사이에서는 “그래도 없을 때보다 낫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허위 단속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며 법 집행 신뢰도를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강하게 제기된다. “단속한다고 해놓고 안 한다는 건 속이는 거다”, “허위 경고에 세금이 들어가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는 이유다. 실제로 부스를 설치하는 데 한 곳당 약 500만 원, 카메라 장비까지 포함하면 2,700만 원가량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네티즌 A씨는 "차라리 단속을 안 한다고 하면 될 것을, 이렇게 허세만 부리는 건 시민을 기만하는 것"이라며 날을 세웠고, 반면 다른 네티즌 B씨는 "어차피 사고만 안 나면 되는 거다. 그 부스 덕에 속도 줄인 적 많다"며 현실적인 입장을 내놨다. 운전 습관과 운행 환경에 따라 반응이 엇갈리는 이유다.

실효성 논란 속에서
세금 낭비 비판 커져
문제는 이러한 부스들이 모두 국민 세금으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경찰 측은 예산 한계로 전 구간에 카메라를 설치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그마저도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종의 심리적 제동 장치로만 활용되는 공갈 단속에 매년 수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한국교통안전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강원도 내 과속으로 인한 사고는 178건. 이로 인해 43명이 사망하고 289명이 부상했다. 단속 장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었다면 줄일 수 있었던 피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예방보다 형식에 치우친 단속이 효과를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온라인상에서도 “이딴 거 만들 돈으로 실시간 카메라 하나 더 설치하라”, “국밥값 아끼려다 사고 난다는 말처럼, 애매한 단속이 오히려 더 위험하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단속이라는 이름을 걸었으면 실제 단속이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론이 고개를 든다. 허울뿐인 단속 부스는 이제 철저한 점검과 운영 기준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