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주의 집짓기 경험·노하우 녹여낸 남양주 주택

지은 지 15년이 됐다는 사전 정보를 듣고 취재한 주택은 그동안 만났던 주택 가운데 가장 트렌디했다. 불과 몇 년 전에 지은 듯한 모습에 건축주께 여쭈니 과거 금속공예가로 활동했었다고 말씀하신다. 가족 형태가 변함에 따라 최근에 인테리어도 싹 바꿨다고. ‘모던’ 그 자체를 보여준 인테리어 역시 그녀의 의견이 적극 반영된 결과물이라는데 과거 이력을 듣다보니 수긍이 갔다.

글 사진 남두진 기자

HOUSE NOTE

DATA

위치 경기 남양주
건축구조 철근콘크리트조
대지면적 1,486㎡(449.51평)
건축면적 222.48㎡(67.30평)
연면적 435.58㎡(131.76평)
건폐율 14.97%
용적률 21.01%

MATERIAL
외부마감 외벽 - 노출콘크리트, 징크, 목재
내부마감 천장 - 친환경페인트
내벽 - 친환경페인트
바닥 - 타일
도어 영림도어
주방기구 한샘 키친바흐
위생기구 한샘 프리모
내비게이션이 가리키는 길을 따라가니 경춘선 마석역을 지나 가파른 언덕길로 진입했다. 목적지에 도착해 촬영 장비를 챙겨 올라온 길을 뒤돌아보니 탁 트인 경치에 무더위도 잠시 가시는 듯했다. 지하주차장에서 반갑게 맞아준 건축주를 따라 오른 계단 끝에는 파란 잔디가 넓게 펼쳐진 마당, 그 뒤에 좌우로 쭉 뻗은 형태로 주택이 위치했다.
문득 취재를 전달받으며 약 15년 전 건축한 주택이라는 사전 정보가 떠올랐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지금 봐도 최근에 지은 듯한 트렌디한 모습에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건축주께 여쭈니 손가락을 접었다 피며 “벌써 그렇게 됐네요. 호호”라며 답하셨고, 심상치 않은 그녀의 감각을 짐작하며 취재를 시작했다.
과거 집짓기 경험 통해 축적된 노하우
건축주는 커피 한 잔을 준비하며 한때 금속공예가로 활동했다고 얘기했다. 현재는 업종을 바꿔 그만둔 지 오래됐다고는 했지만 미적 감각이 어디 가지는 않았으리라 다시 한 번 속으로 감탄했다.
기본적으로 건축주는 심플한 것을 좋아했다. 인터뷰를 진행하며 실내를 둘러보니 그간 취재하며 나름대로 축적된 데이터 속 심플함을 느낄 수 있던 요소들이 눈에 들어왔다. 무몰딩 마감, 무채색 구성, 매립·라인 조명, 빌트인 가구, 히든 도어 등 심플함을 표현하는 대표 장치였다. 심지어 TV도 선반 없이 벽체에 매립하고 액자나 소품도 생략해 군더더기 없는 분위기를 한층 돋웠다.
“건축한 지 오래됐고 아이들도 분가해 지금은 남편과 함께 어머니를 모시고 지내는데 분위기도 전환할 겸 최근에 큰맘 먹고 인테리어를 싹 바꿨어요. 사실 비용이 적게 들지는 않았는데 제 취향대로 반영된 공간이라 만족하며 생활하고 있어요.”
넓은 면적으로 계획한 현관에서는 어머니 공간과 공적 공간으로 동선이 나누어진다.
건축주의 손이 안 닿은 곳 없지만 그중에서도 고집했던 것은 주방의 아일랜드 테이블이다. 푸른빛에 오묘한 패턴이 돋보이는 대리석은 확실히 심플한 분위기 속 적절한 포인트로 역할하고 있었다. 이 아일랜드 테이블을 마련하기 위해 건축주는 직접 종이를 프린트하고 작은 모형 6개 정도를 만들어 업체 담당자에게 보여주기까지 정성을 보였다고 한다.
“패턴과 개수까지 제가 정해서 담당자에게 전달했어요. 처음에는 너무 튀지 않을지 우려하기도 했는데 막상 만들어 놓고 보니 적당한 포인트가 되더라고요. 타일 여분은 거실에 테이블로도 알뜰하게 사용했어요.”
건축주가 이렇게 자신 있던 이유는 집짓기를 무려 네 번이나 경험한 데 있었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경험을 통해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머릿속에 이미 그리고 있던 것이다. 이를 실제로 구현했을 때도 이질감은 크게 없었다.
거실은 식당과 주방까지 탁 트인 시야가 시원하다. 조명의 종류와 컬러로 자연스럽게 단절을 피한 영역 분리를 이뤘다.
주방은 아일랜드 테이블을 마련해 가사 동선의 효율을 높이면서 거실을 바라보고 있어 소통의 단절을 막았다. 특히 아일랜드 테이블은 건축주가 가장 신경 쓴 포인트이기도 하다.
공적 공간은 마당과 면한 쪽에 통창을 계획했기에 커튼을 걷으면 풍광을 음미하며 식사를 즐길 수 있다.
공적 공간과 사적 공간으로 크게 나눈 배치
2층 규모의 주택은 크게 1층의 공적 공간과 2층의 사적 공간으로 나눠진다. 1층은 다시 현관을 기준으로 어머니 공간과 거실·식당·주방으로 구성된 공적 공간으로 구분된다. 거실·식당·주방은 일자로 나열돼 탁 트인 시야가 시원하다. 대신 바리솔 조명과 라인 조명, 백색 조명과 황색 조명 등 영역마다 조금씩 차이를 둬 개방감과 동시에 자연스러운 영역 분리를 이뤘다. 마당과 인접한 쪽은 통창을 설치해 일상에서도 언제든지 풍광을 즐길 수 있다.
어머니 공간은 살짝 꺾여 진입하도록 계획해 현관에서 안쪽이 바로 보이지 않아 프라이버시가 확보된 구조다. 두 침실 사이에 욕실이 위치해 어느 쪽에서도 진입할 수도 있다.
“지금은 침대 두 개 놓고 사용하고 있지만 언젠가 이곳에서 지내실 분들이 마스터룸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이런 구조로 계획했어요. 한 쪽을 드레스룸으로 계획하면 침실에서 욕실을 지나 바로 드레스룸으로 진입할 수 있는 구조예요.”
어머니 침실은 현관에서도 살짝 꺾여 진입하기에 프라이버시가 확보된다. 현재는 양쪽에 침대를 두고 가운데를 욕실로 이용하고 있지만, 한쪽을 드레스룸으로 계획하면 침실-욕실-드레스룸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구조다.
1층 복도는 양쪽에 계단과 기둥이 시야에 들어오면서 트였지만 경계가 느껴지는 공간감을 가진다. 식당 천장 일부는 보이드로 처리해 2층 복도와도 소통할 수 있다. 계단은 챌면을 생략해 시야가 막히지 않는다. 천장 일부에 천창을 마련해 오르내리는 동안 작은 햇살을 느낄 수 있다.
2층에 오르면 긴 복도를 중심으로 부부침실, 자녀침실, 가족실, 테라스로 동선이 이어진다. 계단실 위에는 작은 천창을 설치해 오르내리는 동안 작은 빛을 맞이하고 복도 중간에도 식당 일부 천장을 보이드로 처리해 완전한 단절을 막았다. 2층에서도 건축주의 의견이 적극 반영된 곳이 있는데 바로 가족실이다.
“원래 이곳은 야외공간으로 계획될 예정이었어요. 그런데 오면서 보셨겠지만 정문에 소나무가 식재돼 있거든요. 바람이라도 불면 분명히 송진가루로 공간을 제대로 사용 못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실내로 계획을 변경했고 대신 천창을 설치하기로 했죠.”
가족실 천창에는 건축주가 직접 고른 천을 활용해 스위치로 개폐할 수 있도록 장치하고 낮에는 풍광을, 밤에는 별을 감상하곤 한다.
2층 자녀침실 끝은 테라스로 이어진다. 작은 정자가 위치한 테라스는 가족실과는 또 다른 분위기로 가족만의 프라이빗한 커뮤니티 활동을 즐길 수 있다. 슬로프를 설치해 1층 마당에서 바로 진입할 수도 있다.
2층 복도는 부부 공간, 자녀 공간, 가족실을 하나로 잇는 중심이다.
가족실은 야외로 계획될 뻔했지만 건축주가 의견을 적극 내세워 실내 공간이 됐다. 대신 천창을 마련해 낮에는 풍광을, 밤에는 밤하늘을 감상할 수 있는 감성적인 공간이 됐다.
부부 공간은 넓은 파우더실을 중심으로 욕실, 침실, 드레스룸이 배치됐다.
욕실은 디자인 욕조를 배치하고 노란 조명을 더해 다른 공간에 비해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짙다.
결정 기준은 언제나 건축주의 라이프스타일
이곳 집을 짓기 전에는 우리나라의 가장 보편적인 주거 형태인 아파트에서 생활했다고 한다. 관리 측면에서 편한 것은 분명했지만 강아지를 키우다 보니 이웃 사이에서 발생하는 트러블은 일상이었고 주차와 같은 아파트의 고질적인 문제점도 건축주의 라이프스타일에는 전혀 맞지 않았다.
“어떤 사람들은 집짓고 인테리어할 돈이면 나중을 위해서 땅이라도 사놓는 게 좋지 않으냐고 하거든요. 물론 조금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지낼 수도 있겠지만 내 공간에서 스트레스 없이 마음 편히 지내는 행복이 더 큰 것 같아요. 물론 이제는 어디 고장이라도 나면 전부 제가 처리해야 하지만요. (웃음)”
2층 테라스는 가족실 이외에도 프라이빗한 커뮤니티를 이룰 수 있는 또 하나의 힐링 공간이다. 1층으로 바로 진출입할 수 있는 슬로프도 설치했다.
건축주는 또 한마디를 덧붙였다. 집짓기는 나 혼자가 아닌 여러 사람이 힘을 합친 결과이기에 100% 만족할 수는 없지만, 만족을 높이기 위해서는 내 자신이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계, 시공, 인테리어 각 관계자들은 분야의 전문가이기에 그들끼리 타협점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공사를 하다 보면 서로 순서가 겹칠 때도 있고 의견이 안 맞을 때도 있어요. 그럴 때 그들이 타협점을 찾을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리면 절대로 일이 진행될 수가 없어요. 어차피 내가 지낼 공간이기에 내 라이프스타일을 기준에 두고 어느 한 쪽의 편을 들어줘야 해요.”
사실 전문가들 사이에서 건축주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이렇게 주도적으로 움직일 수 있던 것은 많이 찾아도 봤기 때문이다. 발품을 팔 때도 아무것도 모르는 것과 어느 정도 찾아본 것은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노출콘크리트와 목재의 조합이 트렌디하다. 앞에는 넓은 수영장도 마련해 물놀이도 즐길 수 있다.
집짓기 경험이 많던 건축주 역시 이번 인테리어를 위해 소재, 개수, 금액 등 다양하게 찾아봤고 상위 업체들 위주로 몇 곳 돌아보며 견적을 받았다고 한다. 건축주의 구체적인 상담에 업체 관계자들도 그녀를 만만하게 보지 않았다고.
“제가 구체적으로 설명하니 그들도 제대로 된 곳을 소개해 주더라고요. 보통 사람들은 자신이 잘 모른다고 업체에게 모든 것을 맡기곤 하는데 그럼 안 돼요. 사람과 부딪치고 모르는 것은 물어보고 아닌 것은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태도가 필요하죠. 무엇보다 내 공간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