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빌더 서비스 나쵸코드 개발기

물리적 공간 못지 않게 디지털 접점이 중요한 시대다. 기업에게 애플리케이션(앱)은 단순한 부가 채널이 아닌 브랜드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소비자와 소통하는 핵심 창구가 됐다. 모바일 환경에서의 경험이 구매와 충성도에 직결되면서, 자체 앱을 통한 사용자 경험 관리가 모든 산업에서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에게 ‘자체 앱 구축’은 넘기 힘든 벽이다. 수천만 원에서 억대에 이르는 개발비용, 긴 개발 기간, 전문 개발 인력 확보의 어려움 등 현실적인 제약이 발목을 잡는다. 플리퍼코퍼레이션의 석정웅(35) 대표는 이 문제에 주목해 앱 빌더 서비스 ‘나쵸코드’를 개발했다. 홈페이지 주소만 넣으면 순시간이 앱을 생성해준다. 웹개발자는 앱개발 지식 없이 앱을 운영할 수 있다. 석 대표를 만나 앱 쉽게 만드는 법에 대해서 들었다.
◇대학원 관두고 첫 창업 도전

학창 시절에는 창업과 관련 없는 삶을 살았다.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에서 해양지질학을 전공한 후 동대학원 석사 과정에 진학했다. “과학과 지구 환경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연구를 위해 해외 곳곳을 누비며 열심히 연구했죠. 학문이 적성에 안 맞는 건 아니었습니다. 다만 더 흥미를 느끼고 잘할 수 있는 영역을 발견했을 뿐이죠.”
2010년대 스마트폰이 현대인의 일상을 바꾸고, 빅테크 기업이 무섭게 성장하는 모습을 예의주시했다. “참신한 아이디어가 여러 사람의 열정을 만나 제품이 되고, 그 제품이 하나의 산업을 변화시키는 선순환이 멋지게 느껴졌습니다. 2010년대 중반 앱 창업 붐이 일었을 때, 대학원을 관두고 창업에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2017년, 취미생활을 살려 첫 창업을 했다. “해양학을 공부하고 스킨스쿠버 동아리 활동을 한 경험을 토대로 스킨스쿠버 예약 플랫폼 플리퍼를 만들었습니다. 제주도, 일본 오키나와의 스쿠버샵과 이용자를 연결하는 서비스였죠.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정보를 모아서 보여주는데 보람을 느꼈어요. 하지만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외부 활동에 제약이 생기면서 서비스를 더 운영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어요. 보다 큰 시장에서 더 큰 영향력을 미치는 아이템으로 재도전 하기로 했죠.”
◇앱개발,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어?

플리퍼 앱을 만들며 느낀 점과 동료 창업가들의 고충이 두번째 아이디어의 밑거름이 됐다. “스타트업은 창업 초기에 받은 지원금 대부분을 서비스 개발비에 투입합니다. 문제는 이 다음 단계에요. 앱 출시 후 시장 반응을 토대로 업데이트하면서 생존해야 하는데, 앱 만드는데 돈을 다 써버려서 그대로 서비스를 접어버리는 곳이 많았습니다. 앱 만드는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인다면 좋은 서비스가 더 많이 탄생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웹 서비스와 앱 서비스의 차이에 주목했다. “웹 서비스는 코드 없이 개발하는 ‘노코드’ 방식의 개발이 상용화된 상태입니다. 저렴하고 빠르게 양질의 웹페이지를 생성할 수 있죠. 앱 시장은 다릅니다. 개발자 관점에서 폐쇄적인 환경이에요. 웹개발자는 운신의 폭이 넓지만 앱개발자는 그렇지 않아요. 안드로이드에 특화된 개발자와 iOS에 특화된 개발자가 따로 있는 식이죠. 게다가 앱개발은 개발자 수가 적고 관련 기술 발전이 더뎌서 개발 비용이 높은 구조입니다.”
기업 입장에선 웹개발에만 투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웹과 앱은 가치 창출 사슬에서 다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웹페이지는 신규 소비자나 이용자를 유입할 목적으로 활용됩니다. 앱은 웹으로 유입된 사람을 유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알림을 보낼 수 있으니 유저 관리 수단으로 활용하기 좋죠. 앱개발 문턱이 낮아지면 초기 기업도 자사 재화와 서비스를 알릴 마케팅 수단으로 앱을 활용하는 선순환이 창출될 거라 판단했습니다. 더 이상 앱이 큰 회사의 전유물이 되지 않겠죠.”
◇개발자가 없거나 웹개발자만 있어도 앱 만들 수 있어요

개발자 없이 노코드로 앱을 만들 수 있는 서비스로 아이템을 변경했다. 출시했더니 시장 반응이 저조했다. “이유를 분석해봤어요. 우선 노코드로 만든 앱은 개발자가 만드는 것에 비해 퀄리티가 낮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질적인 측면에서 한계가 분명했죠. 비개발자가 다루기 어렵다는 점도 패인이었어요. 결국 앱을 ‘잘’ 만들고 싶은 기업은 개발자를 채용하더군요.”
타깃을 ‘웹개발자를 고용한 기업’까지 확대하고 2023년 12월, 앱빌더 ‘나쵸코드’를 출시했다. “웹개발자를 둔 고객사와 없는 고객사 두 집단으로 유저를 구분했습니다. 웹개발자가 없는 고객사는 웹사이트 주소만 넣으면 코드 입력 없이 3분만에 앱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생성한 앱은 스토어에 등록돼 다운로드가 가능합니다. 유저에게 알림을 보낼 수도 있어요. 웹개발자가 없는 유저 대부분은 웹사이트 빌더로 홈페이지를 만든 소규모 기업입니다. 이런 구조에 착안해 국내 유명 웹사이트 빌더와 제휴했어요. 해당 빌더에서 홈페이지를 만든 사업자는 나쵸코드를 통해 손쉽게 앱을 만들 수 있습니다.”

웹개발자를 둔 기업은 추가 인력 고용 없이 앱을 개발 및 운영 할 수 있다. “통상 앱을 출시하려면 앱개발자를 신규 고용하고, 팀을 새로 꾸려야 하는데요. 나쵸코드를 활용하면 기존의 웹개발 인력으로 앱을 만들고 운영할 수 있습니다. 웹개발자는 신규 지식과 개념을 체득하느라 고통받지 않고도 앱을 다룰 수 있어요.”
가장 중점을 둔 건 개발확장성이다. “종종 ‘나쵸코드는 최소기능모델(MVP) 만드는 서비스가 아니냐’는 질문을 듣곤 합니다. 본격적으로 제품화하기엔 앱의 퀄리티가 부족하지 않냐는 지적이죠. 앱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자주 제시됐어요. 나쵸코드로 만든 앱 반응이 좋아서 개발자를 신규 고용할 경우, 앱을 다시 만들게 되는 상황에 대한 걱정이죠. 이런 우려를 염두에 두고, 나쵸코드로 만든 앱을 언제든지 고도화할 수 있게 했습니다. 앱을 쉽게 만드는데 그치지 않고, 계속 활용할 수 있는 앱을 만드는데 방점을 찍은 것이죠.”

개발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웹을 기반으로 앱을 만드는 게 신규 트렌드라 참고 사례가 부족했다. “웹개발자가 주로 사용하는 서비스니까 웹 코드도 써야 하고, 앱 코드도 써야 해서 아우르는 기술의 범위가 넓었습니다. 다양한 기술과 이해관계가 얽힌 서비스를 직관적으로 풀어내는 과정이 만만치 않았죠. 시행착오를 겪으며 무작정 시도하는 것 말고는 방도가 없었습니다.”
◇큰 개발팀 둔 중견기업도 찾은 서비스

앱 시장의 문제를 정면 겨냥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서울대기술지주,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등의 기관으로부터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우리나라 최대 규모 스타트업 페스티벌 컴업(COMEUP)에 3번 참가했고, 2022년에는 베스트 오브 컴업 상을 받았다. 높은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의 스타트업 육성 공간 프론트원에 입주했다.
지금까지 1만7000여개의 앱이 나쵸코드를 통해 생성됐다. 주 이용자층은 개발 인력이 5인 이하인 기업이나 웹사이트로 비즈니스를 하는 사업자지만, 개발 인력이 풍부한 중견기업도 나쵸코드를 찾았다. “큰 기업이 저희를 찾은 이유가 궁금했어요. ’인력 충원 없이 앱을 추가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저희가 의도했던 바가 정확히 통해서 뿌듯했어요.”

나쵸코드를 하나의 앱개발 선택지로 자리매김 하는 게 장기 목표다. “지금까지는 앱을 만들 때 네이티브 개발과 외주 두 가지 옵션이 주류였는데요. 웹으로 앱을 만드는 나쵸코드가 주류 옵션으로 자리잡았으면 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앱개발의 문법을 차용하는 네이티브 개발은 저희와 무관한데요. 그 외의 시장은 나쵸코드가 충분히 점유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인공지능(AI) 시대 앱빌더의 효용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가 많다. 석 대표는 앱개발 시장에 AI가 상용화 되는 건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웹개발과 앱개발엔 기술 도입 시차가 있습니다. 웹개발 분야에서는 노코드 빌더 시장이 이미 활성화됐지만 앱개발은 그렇지 않아요. AI코딩의 상황도 비슷하다고 봐요. AI로 웹페이지 완제품을 만들면 그 웹페이지를 앱으로 전환할 때 나쵸코드를 활용하는 식으로 포지셔닝 할 구상입니다. AI는 조력자지 경쟁자가 아니에요. 앱 퀄리티를 높이고 싶다면 개발자가 꼭 필요합니다. AI가 개발자에게 편리함을 주는 것처럼, 개발자의 작업 효율을 높이는 게 저희가 지향하는 바입니다.”
/진은혜 에디터
Copyright © 더 비비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