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유조선이 기름 뿜었다"…오만 앞바다의 유막

서방 제재 대상인 러시아 그림자 함대 선박이 오만 해양보호구역에서 기름을 유출하는 정황이 위성사진에 포착됐다.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러시아산 원유를 수송한 혐의로 서방의 제재 대상에 올라 있는 그림자 함대 선박이 오만 해양보호구역에서 기름을 유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은 현지시간 17일 위성 이미지와 전문가 분석 등을 인용해, 러시아 그림자 함대 소속 캐롤라인 베젠기호가 오만 연안 알키블리야 섬 남서쪽에서 기름을 유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상하이 등록, EU 제재 대상"

이 배는 상하이에 본사를 둔 회사에 등록돼 있지만, 러시아산 원유 수송에 연루돼 유럽연합과 영국의 제재 대상에 올라 있다. 선박 추적 데이터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 흑해의 주요 원유 수출 창구인 노보로시스크에서 원유를 적재한 뒤 운항에 들어갔다. 이후 지난달 8일 예멘 남부 무칼라 항 앞바다에서 처음 이상 징후를 보고했고, 지난달 11일 예멘 연안에서 마지막으로 위치 신호를 보냈다.

"은색과 회색의 유막"

이달 2일부터 13일까지 촬영된 유럽연합 코페르니쿠스 위성 사진에는 알키블리야 섬 남서쪽 해역이 은색과 회색의 유막 형태로 보이는 물질로 뒤덮여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환경 감시 단체 스카이트루스와 위성 사진 분석 기관 데이터 데스크 등의 전문가들은 이 사진이 유류 유출 정황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로이터는 알키블리야 섬 연안에서 촬영된 캐롤라인 베젠기호의 영상을 확보했지만, 촬영 날짜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원인은 셋 중 하나"

로이터는 이번 유출 사고가 선박 자체 결함 때문인지, 러시아 유조선을 표적으로 삼아온 우크라이나의 공격 때문인지, 혹은 중동 지역 미국·이란 간 충돌 때문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사고 지점은 호르무즈 해협으로 이어지는 길목에 있다. 러시아는 서방의 제재를 피하려 노후 선박을 동원한 그림자 함대를 운용해 왔는데, 이런 선박들은 보험과 정비 이력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유출의 원인이 무엇이든,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굴러가는 노후 유조선들이 해양 환경에 어떤 위험을 남기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위치 신호가 끊긴 배가 해양보호구역에 유막을 남기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그림자 함대라는 이름의 성격을 드러낸다. 호르무즈 길목이라는 위치도 사안을 간단하게 두지 않는다. (사진 출처=로이터·코페르니쿠스·YTN·다음뉴스·다음 이미지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