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임수]청약 당첨 ‘5인 이상 대가족’ 이렇게 많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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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대가족이 한 울타리에 모여 사는 것은 요즘 드라마에서도 보기 힘든 판타지에 가까운 풍경이다.
1970년대만 해도 다섯 명을 거뜬히 넘겼던 전국 평균 가구원 수가 지난해 2.2명으로 쪼그라들면서 '한 지붕 세 식구'도 흔치 않다.
과거 3∼4인 가족에 특화된 전용면적 84㎡(34평형) 아파트가 '국민 평형'으로 불렸다면, 최근 소형 가구에 적합한 전용 59㎡(25평형)가 대세로 떠오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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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파트 청약 시장만큼은 예외다. 대가족을 부양하는 청약 당첨자들이 쏟아지고 있어서다. 올 들어 서울에서 ‘청약 가점제’로 분양된 아파트를 보면, 당첨자 10명 중 3명꼴로 70점 이상의 가점을 받았다. 이는 5인 이상 대가족이어야 받을 수 있는 점수다. 특히 강남 3구에서는 청약 당첨자의 80% 이상이 5인 이상 대가족이었다. 당첨만 되면 시세차익 20억 원을 번다고 해서 ‘20억 로또’로 불렸던 서초구의 한 아파트에서는 84점 만점 당첨자도 여럿 나왔다. 자녀 셋을 키우면서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7인 가족이어야 가능한 점수다.
▷꽤 오랫동안 복권처럼 ‘뽑기 운빨’이 이끌었던 청약 시장은 2007년 청약 가점제가 도입되면서 완전히 달라졌다. 가점제는 청약저축 가입 기간(17점), 무주택 기간(32점), 부양가족 수(35점)별로 점수를 매겨 합산 점수(총점 84점)가 높은 순으로 당첨자를 정하는 방식이다. 무주택과 청약통장 가입 기간은 각각 15년, 부양가족은 본인을 제외하고 6명 이상이어야 만점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15년을 꼬박 다 채운 청약통장 만점자가 330만 명에 육박하면서 부양가족 점수가 청약의 당락을 가르는 결정적 변수가 돼 버렸다. 게다가 몇 년 전만 해도 100% 가점제로 공급되던 서울 중소형 아파트에 추첨제 물량이 대거 풀렸다. 줄어든 가점제 물량을 두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청약 점수, 특히 부양가족 점수 인플레이션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현행 가점제에서 부양가족으로 인정받으려면 직계존속이 청약 신청자와 3년 넘게 같은 주민등록등본에 올라 있으면 된다.
▷하지만 이를 서류로만 입증하면 돼 부모나 성인 자녀 등을 위장 전입시켜 부양가족 점수를 올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한다. 최근 3년간 적발된 부정청약의 70%가 위장 전입이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부양가족이 많은 무주택 서민들에게 내 집 마련 기회를 주겠다는 제도가 편법과 불법을 부추기는 꼴이다. 부양가족 한 명당 5점씩 가점을 주는 현행 제도에서 1, 2인 가구는 청약 당첨의 꿈조차 꿀 수 없다. 1인 가구 ‘천만 시대’에 발맞춰 청약 제도를 서둘러 손봐야 하는 이유다.
정임수 논설위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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