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살해세포’ 투여 후 ‘백혈병’ 진행 절반으로↓

임태균 2023. 3. 20.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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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에게 골수 기증자의 NK세포 투여,
비투여 환자보다 병 진행 사례 50% 적어

 급성골수백혈병과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은 항암제에 잘 반응하지 않고 골수이식을 받아도 재발이 잦아 좋은 예후를 기대하기 어려운 혈액 암이다. 이러한 환자들에게 부모나 자식의 골수를 이식한 후 동일 가족의 NK세포(Natural Killer cell‧자연살해세포)를 투여하면 병의 진행을 낮춘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NK세포는 혈액 내 백혈구의 일종으로 선천성 면역 반응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세포다. 바이러스 감염이나 암 등으로 스트레스 분자 발현 등이 증가한 비정상인 세포를 감지하고 직접 파괴하기 때문에 차세대 면역치료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급성골수백혈병과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은 인구 고령화에 따라 발병 빈도가 급격히 늘고 있지만, 백혈병 세포가 항암제에 내성을 보이며 골수이식을 시행하더라도 대부분의 환자에서 치료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이미지투데이

이규형 울산대학교 의대 혈액내과 교수(서울아산병원)와 조광현 카이스트 바이오‧뇌 공학과 교수 공동연구팀은 급성골수백혈병과 골수형성이상증후군으로 부모 자식 간 골수이식을 받은 환자들에게 골수 공여자의 NK세포를 투여한 결과, 투여받지 않은 환자들에 비해 병이 진행한 비율이 50%가량 감소한 것을 확인했다고 20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루케미아’에 최근 게재됐다.

연구팀 관계자는 “이번 연구는 재발이 잘 되거나 고위험으로 분류되는 혈액 암 치료에서 NK세포 치료제가 효과가 있음을 입증해 난치성 암 치료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 데 의의가 크다”며 “해외에서 비슷한 연구들이 있었지만 근거 수준이 높은 무작위 대조 방식으로 진행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골수 공여자의 NK세포 투여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2015~2018년 시험 참가자 76명을 모집했다. 참가자는 모두 급성골수백혈병과 골수형성이상증후군으로 인해 부모 자식 간 골수이식을 받은 반일치 골수이식 환자들이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을 NK세포 투여군(40명)과 대조군(36명)으로 무작위 배정했다. NK세포 투여군에게는 골수 공여자로부터 유래한 NK세포 치료제를 골수이식 후 2~3주에 걸쳐 2회 투여했으며, 치료에 따른 면역학적 상태 변화 확인을 위해 혈중 림프구 수치, 세포 독성 등을 정기적으로 측정했다.

그 결과 관찰기간인 2020년 9월까지 30개월 동안 병이 진행된 경우는 투여군이 35%, 비투여군이 61%로 두 집단 간 50%가량 큰 차이를 보였다. 특히 골수이식 후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면역회복 정도를 살펴보기 위해 NK세포와 T세포의 평균적인 개수를 측정했더니, 투여군이 비투여군보다 각각 1.8배, 2.6배 더 많았다.

또 반일치 골수이식 당시 치료 효과가 매우 낮은 불응성 환자가 57명이었는데, 이 가운데 완전한 차도를 보인 비율이 투여군에서 77%, 비투여군에서 52%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가 나타난 이유를 확인하기 위해 단일세포 RNA 염기서열분석(시퀀싱)을 통해 어떻게 면역학적 상태가 변화했는지를 분석했다.

그 결과 NK세포 투여군에서 기억‧유사 NK세포(memory-like NK cell)가 비투여군에 비해 34배 증가한 점을 확인했다. 또 증가된 기억‧유사 NK세포가 환자의 메모리 CD8 T세포를 증식시킴으로써 암세포에 대응할 수 있는 항암 효능을 높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규형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난치성 혈액질환에서 NK세포의 효력을 임상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며 “그동안 추가 치료가 불가능했던 많은 환자들을 위해 NK세포를 활용한 치료제 개발 연구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연구에 참여한 최인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명예연구원도 “이번 연구는 연구자 주도 임상 2상으로 진행됐으며, 현재 NK세포 치료제의 조건부 허가를 위해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군을 대상으로 국내 의료기관 세 곳에서 NK세포 치료제 임상 2상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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