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기술력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향상하자'' 사사건건 한국에게 태클거는 이 '나라'

반도체 라이벌에서 종합 경쟁자로

대만은 그동안 반도체 파운드리와 시스템 설계 분야에서 세계 1위라는 자부심으로 국제무대에 섰다. 한국은 메모리 중심 강자라는 인식이 강해 ‘부분 경쟁자’ 정도로 여겨졌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이 조선·방산·원전·AI 반도체까지 영역을 넓히며 하이테크 전체에서 존재감을 키우자, 대만 내부의 시선이 미묘하게 달라졌다. 반도체에서만 겨루던 상대가 산업 전반에서 ‘종합 경쟁자’로 떠오르자 경계심이 커진 것이다.

APEC에서 드러난 민감한 의전 신경전

경주 APEC 정상회의에서 한국이 하이테크 협력 의제를 전면에 내세우자, 대만은 기술만이 아니라 ‘대우’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한국 정부가 “한국과 대만은 공식 외교 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공항 의전 수준을 제한하겠다고 통보하자, 대만 외교부는 즉시 항의에 나섰다. 대만 측은 다른 회원과의 형평성, 중국 눈치 보기 아니냐는 문제를 제기하며 한국 외교부와 물밑 협상을 벌였고, 결국 한국 측 APEC 고위 인사가 공항에 직접 나오는 선에서 타협이 이뤄졌다. 단순 의전 해프닝처럼 보이지만, 대만이 한국의 외교·기술 위상 변화에 얼마나 민감해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조선·해양 프로젝트가 만든 체급 차이

조선 분야는 양국 격차가 가장 큰 영역이다. 한국은 LNG 운반선·초대형 컨테이너선·해양플랜트·해상풍력 구조물 등 고부가 선종에서 세계 발주량의 상당 부분을 따내고 있다. 중동의 초대형 해상 프로젝트, 유럽의 친환경 선박 전환, 북미의 에너지 물류망 확충에서 한국 조선 3사는 ‘사실상 기본 옵션’으로 취급된다. 반면 대만은 내수 위주 선박과 일부 틈새시장에 머물며, 중국조차 넘기 어려운 조선 강국으로 자리잡지 못했다. 대형 인프라·해양 공사에서 한국 이름이 반복해서 등장할수록, 대만 산업계의 상대적 위기감도 커진다.

방산·항공 기술 격차의 현실

방위산업에서도 한국은 자주포·전차·유도무기·방공체계에 이어 국산 전투기 KF‑21을 시험비행 단계에서 실전 전력화 단계로 끌어올리고 있다. 중동·동유럽·동남아로 이어지는 수출 성공 사례가 쌓이며 ‘K‑방산’ 브랜드가 만들어졌다. 대만 역시 안전보장 환경이 극도로 민감하지만, 핵심 전투기 전력은 여전히 미국산 F‑16 계열에 의존하고 자주 개발 플랫폼은 제한적이다. “한국은 만드는 나라, 대만은 사오는 나라”라는 인식이 굳어질수록 대만 여론과 언론은 한국의 방산·항공 움직임을 더 예민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다.

하이테크 외교 무대에서의 체감 변화

이번 APEC에서 한국은 반도체·AI·디지털 무역·청정에너지 협력 등 하이테크 의제를 주도하는 국가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엔비디아 AI 팩토리, 글로벌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첨단 제조 투자 유치 논의에서 한국 이름이 연달아 언급되자, 대만은 “반도체 라이벌”이던 한국이 기술외교 무대에서도 영향력을 키우는 흐름을 직면하게 됐다. 대만은 여전히 TSMC·설계·장비에서 강점을 갖고 있지만, 한국이 조선·배터리·방산·메모리·2차전지·AI 인프라를 묶은 ‘기술 패키지 국가’로 부상하는 점은 단순한 경쟁을 넘어 전략적 고려 대상이 된다.

견제보다 상호 보완의 길을 열자

대만이 한국의 산업 확장과 기술력 향상을 부담스러워하는 건 경쟁자의 자연스러운 심리이기도 하다. 그러나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두 나라가 서로를 소모적인 라이벌로만 볼 여유는 크지 않다. 한국은 메모리·조선·배터리·플랜트·AI 인프라, 대만은 파운드리·시스템 반도체·설계·특수 장비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서로의 강점을 인정하고 보완하는 협력 구도를 넓혀 동아시아 기술 블록 전체의 무게를 키워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