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간짜리 등산로에 화장실 없으면 생기는 일

이 광활한 풍경을 보라. 이곳은 설악산에서 가장 긴 ‘서북능선’(약 13㎞)인데 부지런히 걸어도 일곱 시간은 훌쩍 넘게 걸린다는 어려운 코스다.  그런데 등산 코스의 난이도를 한층 높이는 건 바로 화장실의 부재. 13㎞ 거리에 화장실이 하나도 없어 참지 못한 등산객들이 가끔 산길 옆에 볼일(...)을 보는 탓에 인분(...)과 똥파리가 종종 목격된다고 한다.(핳 진짜..) 35년째 설악산을 찾는다는 이 산악인조차 견디지 못하고 제발 간이 화장실을 설치해달라고 공원 측에 비는 글을 올렸을 정도.   

설악산국립공원 관계자
“서북주능선 같은 경우는 그 구간에 (화장실이) 아무 것도 없다 보니 그쪽에 이제 민원이 많이 발생을 합니다”

유튜브 댓글로 “등산로에 화장실이 너무 없어 곤란할 때가 많은데 산에 화장실을 설치하지 않는 이유를 알아봐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기나긴 등산로에 화장실이 부족해 이런 문제가 생기는 건 설악산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속리산도 산중 용변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세심정에서 문장대, 천왕봉을 거치는 이 코스에 화장실이 하나밖에 없기 때문. 파전이나 식음료를 판매하며 화장실까지 갖췄던 휴게소 3곳이 작년에 철거됐는데 음주산행을 부추기고, 계곡 등의 환경오염이 심해진다는 이유에서였다.

3년 전에는 부산 백양산 일대에 화장실이 없어 이용객들의 배변 흔적이 방치돼있다는 지적이 나온 적도 있다.

정상채 부산시의회 의원
“백양터널 입구 등산로의 경우, 등산객들과 여름철 행락객들이 하천 주변에 대·소변을 거리낌 없이 해결해 수풀 곳곳에 오물투성이로 쌓여 있으며 야산의 노상방뇨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 정도면 화장실을 군데군데 설치해야 할 거 같은데 찾아보니 국립공원에 화장실 관련 규정이 없는 게 아니었다. 관리 기준에 따르면 탐방거리 8㎞ 이상, 산행 소요시간 4시간 이상, 탐방객 기준 10만 명 이상 지역에서는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설치할 수 있게 돼 있다.

문제는 서북능선처럼 기나긴 고지대 등산로의 화장실은 설치나 관리가 매우 어렵다는 거다. 산속의 화장실에는 당연하게도 전기와 물을 공급할 수 없다. 그래서 국립공원 직원들이 직접 헬기를 타고 남은 대소변을 4달에 한 번꼴로 수거하는데 이게 보통 일이 아니다.

국립공원공단 관계자
"저희가 수시로 가서 정비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 않습니까. 악취가 발생을 하고 거기 미관상에도 안 좋고 급수하고 전기. 전기가 설치가 어려워서 될 수 있으면 고지대는 화장실을 설치를 안 하는 걸로 이제 원칙을 하고 있거든요”

게다가 어렵게 간이 화장실을 설치하더라도 강한 햇빛이나 비바람, 태풍에 계속 노출되면 무너질 위험도 크다.  잔해물이 뿌려지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국립공원에서는 이용자들에게 이렇게 등산로의 마지막 화장실을 꼭꼭 안내하고 급할 경우 배변 봉투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고 하는데 찾아보니 등산 중 배변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올바른 봉투 사용법을 소개한 언론 보도도 있었다.

온라인에선 ‘편하게 처리 할 수 있다’ ‘캠핑이나 등산에 필수품’이라며 광고하는 제품도 있다. 이외에도 산악인들은 ‘전날 저녁 식사는 간단히 하기’ ‘음료수 섭취 자제’ 등 배출 활동을 조절하는 꿀팁을 서로 공유하기도 한다. 

엄밀히 따지면 오물을 버리거나 등산로를 벗어나 출입 금지 지역에 들어가는 행위는 과태료 대상인데 생리현상 문제는 인간의 힘으로 거스르기 어려운 일이다 보니 공원 측에서도 인지상정으로 과태료를 부과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규정은 있는데 지켜지진 않고 그 사이에 화장실만 덜컥 없애고 악취는 계속되고 이런 상황이다.

국립공원공단 관계자
"생리적인 욕구 부분은, 방분이라든지 방뇨야 뭐 어쩔 수 없는 부분이고 / 1850 깨끗하게 갔다가 깨끗하게 오실 수 있도록 그렇게 최선을 다해서 저희가 홍보를 하고…”

당신도 취재를 의뢰하고 싶다면 댓글로 의뢰하시라. 지금은 “어릴 적 초등학교 앞 문방구는 어떻게 선생님이 내준 준비물을 다 알고 있었는지 알아봐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 중이다. 구독하고 알림 설정하면 조만간 취재결과가 올라올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