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에서 온 괴물 투수, KBO에 등장하다
장명부는 1950년 일본에서 태어난 한국계 일본인으로, NPB 명문 구단들을 거친 엘리트 투수였다. 1983년 KBO 리그에 삼미 슈퍼스타즈 소속으로 입단하며, 파격적인 계약금과 함께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 발을 내디뎠다. 이미 검증된 기량을 갖춘 그의 등장에 야구계는 술렁였다.

전무후무한 30승, 그러나 시작된 비극
그의 1983년 시즌은 충격 그 자체였다. 30승, 36완투, 427.1이닝이라는 상상을 초월한 투구 수치는 그를 ‘철완’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이 기록은 선수 생명을 갉아먹는 독이 되었다. 보너스 약속 하나에 몸을 던졌고, 그 해 이후로 그의 경력은 급속히 추락하기 시작했다.

혹사 끝에 남은 건 최다패 불명예
다음 해인 1984년, 장명부는 허리 부상을 안고도 계속 던졌다. 결국 13승 20패. 팀이 청보 핀토스로 바뀐 후엔 25패라는 KBO 최다패 기록까지 남겼다. 실력 문제가 아니라 몸이 버티지 못했던 것. 그는 팀의 마운드를 혼자 책임졌고, 끝내 무너졌다.

1승 18패 후 방출, 불행했던 말년
1986년 빙그레로 이적했지만 이미 구위는 예전 같지 않았다. 1승 18패라는 충격적 기록 후, 그는 방출됐다. 이후 일본으로 돌아간 그는 도박, 마약 등 사건 사고에 휘말렸다. 1991년엔 필로폰 투약 혐의로 영구제명 및 입국 금지 처분을 받고, 추방당했다.

기록에 가려진 진짜 이야기
장명부의 30승은 단순한 전설이 아니다. 그는 당시 한국 야구의 비정한 현실 속에서 자신의 몸을 갈아 넣은 상징적 인물이다. 철저히 혹사당한 투수, 그리고 끝내 무너진 인간. 그의 이름은 KBO의 빛과 그늘을 동시에 보여주는 가장 강렬한 서사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