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에서 41%로. ‘손흥민 대체’의 함정에 빠진 토트넘

사진출처=데일리메일

11월 8일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

토트넘과 맨유의 프리미어리그 11라운드 경기 후반 34분 토트넘은 선수 교체를 단행했다. 대기심이 선수 교체판을 들어올렸다. 나오는 선수를 의미하는 붉은 색 숫자판에는 '7'이 찍혀있었다. 사비 시몬스가 고개를 숙인 채 걸어나왔다. 관중석에서는 야유가 쏟아졌다. 사비 시몬스 개인을 향한 실망감의 표출이었다. 동시에 전체적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토트넘 공격진들에 대한 경종이기도 했다.

#81%에서 41%로

올 시즌 토트넘 공격수들은 부진하다. 현재까지 토트넘은 17경기를 치렀다. 29골을 넣었다. 이 가운데 공격수들의 골은 12골. 비율은 41%에 그치고 있다.

지난 시즌과 비교하면 그 심각함은 더해진다. 2024~2025시즌 토트넘은 총 101골을 넣었다. 공격수들은 82골을 기록했다. 비율은 81.1%에 달한다. 브레난 존슨이 18골, 솔랑키가 16골, 매디슨이 12골, 손흥민이 11골 등을 집어넣으며 공격을 주도했다. 이랬던 공격수들이 갑자기 골 침묵에 빠진 것이다.

그나마 지난 4일 FC코펜하겐과의 유럽챔피언스리그(UCL) 리그 페이즈 4라운드에서 토트넘은 4대0으로 승리했다. 공격수인 존슨과 오도베르가 각각 골을 넣었다. 이 골들은 공격수인 사비 시몬수와 콜로 무아니가 도움을 줬다. 통계 수치 상으로는 공격수들이 부활한 듯 보였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존슨의 골과 오도베르의 골 모두 상대 골키퍼였던 코트라스키의 결정적인 실수가 있었다. 토트넘 공격수들이 잘해서 만든 골이 아니었다. 얻어걸린 득점이었다.

맨유전에서 나온 텔가 히샬리송의 골 역시 맨유 선수의 몸에 맞고 굴절된 것이 컸다. 결국 '운'이 따른 골이라는 의미다.
그동안 토마스 프랑크 감독이 보여준 스타일과도 거리가 멀다. 브렌트포드에서 프랑크 감독은 공격수들을 적극 활용했다. 2024~2025시즌 브렌트포드는 모든 대회에서 총 73골을 넣었다. 이 가운데 음뵈모와 위사 등이 각각 20골을 넣는 등, 공격수들은 55골을 넣었다. 비율은 75%이다.

프랑크 감독은 허리에서의 안정성을 중시한다. 허리 2선과 3선에서 볼을 소유한 후 최전방으로 패스를 뿌리면서 찬스를 만드는 스타일이다. 이런 프랑크 감독이 토트넘에 왔을 때 공격수들의 골은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였다. 브렌트포드에 비해 미드필더들은 창의성이 넘친다. 수비진도 탄탄하다. 볼을 획득한 후 최전방으로 나서는 패스의 퀄러티가 훨씬 좋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트넘의 공격수들이 부진하다. 이유가 무엇일까.

#손흥민은 대체할 수 없다

올시즌 동안 토트넘의 가장 큰 화두는 '손흥민 대체'였다. 손흥민이 떠난 후 윙어들에게 손흥민의 역할을 요구했다. 스피드, 전술 리딩 능력, 피니시, 전방 압박 등. 헤더만 제외하고 월드클래스급인 손흥민을 오롯이 대체하기에는 토트넘의 공격수들의 역량이 너무나 부족하다. 정확하게 말해서 스타일이 전혀 다르다.

가장 큰 관심을 받았던 이는 사비 시몬스였다. 프랑크 감독은 사비 시몬스를 왼쪽 윙어와 공격형 미드필더로 혼용하고 있다. 왼쪽 윙어일 때는 손흥민만큼의 역량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스피드가 떨어지고 안쪽으로 치고 들어가는 스타일은 계속 상대에게 간파당하고 있다. 공격형 미드필더일 때의 역량이 훨씬 좋다. 프랑크 감독은 당분간 시몬스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세울 것으로 보인다.

그 외의 윙어들 역시 손흥민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존슨은 자신이 직접 찬스를 만들기보다는 컷백이나 크로스를 '받아 먹는' 스타일이다. 텔은 윙어와 최전방에서 길을 잃었다. 더욱이 골결정력에서 최악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도베르는 스피드는 갖추고 있지만 플레이 자체가 산만하다. 쿠두스가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부상이 잦은 것이 흠이다.

프랑크 감독과 토트넘으로서는 '손흥민 대체'를 머리 속에서 지워야 한다. FC바르셀로나에서 그 누구도 리오넬 메시를 대체할 수 없듯이, 손흥민도 그 스타일을 대신할 선수는 없다. 이를 인정하는 것이 모든 것의 출발점이다.

#선수 영입의 철학을 바꿔라

그동안 토트넘의 선수 영입 기준은 하나다. '가성비 갑'. 저렴하지만 가능성 있는 선수들을 사다가 잘 쓴 후 좋은 가격에 매각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다 보니 선수들의 퀄러티가 중구난방이었다. 손흥민이나 가레스 베일처럼 아주 적절한 가격에 데려와 대박을 치는 경우도 있었다. 해리 케인처럼 유스팀에서 잘 키워 최고의 선수로 만든 후 엄청난 가격에 팔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은 애매한 가격에 데리고 와서 쓰다가 빛을 못보고 애매한 가격에 팔고 말았다. 때로는 나름대로의 패닉 바이를 했다가 투자 실패를 보는 경우도 있었다. 프랑크 감독을 선임한 이유 역시 이와 궤적을 함께 한다. 브렌트포드 시절 그는 조직과 효율, 그리고 유기적인 움직임으로 팀을 끌어올렸다. 결국 고만고만한 선수를 가지고 낼 수 있는 최상의 결과를 내달라는 의미다.

시대가 바뀌었다. 그리고 토트넘을 둘러싼 상황도 바뀌었다. ‘가성비 철학’이 이제는 통하지 않는다. 토트넘이 프리미어리그 상위권 그리고 챔피언스리그에서 경쟁하려면, 톱팀과의 대결 승리가 절실하다. 맨시티, 리버풀, 아스널처럼 전방 압박이 강한 팀을 상대로는 ‘라인을 끌어올린 상태에서의 속도전’이 필수다. 전술적 디테일과 함께 결정적인 순간을 해결할 특급 자원이 필요하다.

더욱이 이미 토트넘도 자신들의 뜻과 다르게 ‘스타 시스템’의 프레임 안에서 운영되고 있다. 이 팀의 DNA에는 결국 누군가의 ‘결정적 한 방’이 각인돼 있다. 그 스타가 손흥민이었고, 그 이전에는 케인이었고 베일이었다. 현재 토트넘 공격진은 그 역할을 해줄 선수가 없다. 지금 토트넘은 중앙에서 공을 돌리다 속도를 잃는 팀, ‘볼 점유율은 높지만 득점은 나오지 않는 팀’으로 전락했다. 그럼에도 탄탄한 수비진과 세트피스 덕분에 상위권의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렇기에 '언젠가는 성장할 선수'를 기다리며, 브렌트포드에서는 통했던 프랑크 감독의 선수 운용 철학이 토트넘에서는 한계를 드러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토트넘이 공격진에서 경쟁력을 되찾으려면 ‘가성비’가 아닌 ‘확실한 가치’에 투자해야 한다. 단순히 잠재력을 사는 영입이 아니라, 지금 당장 팀 전술을 끌어올릴 수 있는 완성형 자원이 필요하다.

이미 수비와 허리는 완성됐다. 방점을 찍어줄 공격수만 있으면 된다. '대체 불가능한' 손흥민을 그리워하지 않고, 새로운 공격 구조의 주인공을 찾아야 한다.

이번 겨울 이적 시장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더 이상 다니엘 레비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