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아닌 현실”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김관우 선수, 강성훈 감독 인터뷰

조회수 2023. 10. 11.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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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가까운 연휴가 주어진 추석 기간, 한국 격투게임계에 경사가 터집니다. 같은 기간 중국에서 개최된 항저우 아시안게임 2022 스트리트 파이터 V 종목에 출전한 한국의 국가대표 김관우 선수가 대만의 샹여우린 선수를 꺾고 금메달 획득에 성공한 것이죠.

9월 28일 늦은 밤, 스마트폰을 들고 외국어 중계를 들으며 지켜본 결승전은 꿈만 같았습니다. 국가대표로 선발된 선수들의 실력을 잘 알고 있지만, 출국 현장에서 금메달을 기원한다고 응원했지만, 저도 모르게 ‘에이 설마 되겠어’라고 생각했던 일이 실제로 눈 앞에서 펼쳐졌으니까요.

▲스트리트 파이터 V 종목 결승전 마지막 장면과 시상식 스케치 영상. 당시 중계로는 금메달 시상식을 볼 수 없어서 아쉬웠는데, 이렇게라도 볼 수 있어 다행입니다.(출처: 한국e스포츠협회 공식 유튜브)

현실이라고 실감했던 건 그 다음 날입니다. e스포츠 정식 종목 채택 이례 최초의 금메달, 우승까지 한 번도 지지 않은 전승 우승, 44세라는 프로게이머로서는 적지 않은 나이, 인터뷰에서 보여주는 입담과 마음가짐… 영화 촬영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은 경기 내용과 비하인드 스토리의 김관우 선수를 비롯한 스트리트 파이터 V 국가대표팀을 다룬 뉴스가 연일 보도되었으니까요. 현지 출장 언론, 종편, 지상파, 심지어 게임과 척을 졌다고만 생각했던 기성 신문들까지, 그들의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 곳이 없었습니다.

‘저는 이걸로 됐다’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스트리트 파이터 V를 시작으로 격투게임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고 가능한 선에서 이런저런 토너먼트나 이벤트를 취재해 온 입장에서는, 격투게임이라는 장르에 쏟아지는 미디어의 관심이 그저 고마울 따름이었습니다.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국가대표팀 인터뷰를 저희가 한다는 건 언감생심이었죠. 저희보다 더 큰 곳에서, 널리 알리는 게 맞다고 생각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연휴 마지막 날, 전화가 한 통 걸려옵니다. 국가대표팀 강성훈 감독님으로부터 걸려 온 전화였습니다. 인터뷰를 하지 않겠냐고 말이죠. 먼저 제안해주신 것도 감사했는데, 그동안 제가 하고 싶어서 하던 취재를 감사하다고 말씀해주신 것도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10월 8일 일요일 오후 3시, 팀 스피릿제로의 스튜디오에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토너먼트에서 보던 익숙한 얼굴들이지만 어쩐지 후광이 비치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대화를 나눴습니다.

왼쪽부터 항저우 아시안게임 스트리트 파이터 V 국가대표팀 강성훈 감독, 김관우 선수

제 감상이 잔뜩 들어간 서문이었습니다만, 게임기자이기 전에 한 사람의 격투게이머로서 감사한 마음을 저만 품고 있기는 그래서 청승맞게 주절거려보았습니다. 인터뷰에는 강성훈 감독과 김관우 선수가 자리했습니다. 질문/답변 형태로 정리했지만, 평소와 달리 사이에 즉흥적으로 했던 질문이나 인상적인 답변을 함께 싣고 싶어서 좀 더 대화 느낌이 나도록 풀어보았습니다.

- 항저우 아시안게임 스트리트 파이터 V 종목 금메달 축하드립니다. 먼저, 김관우 선수와 강성훈 감독님의 이번 아시안게임 소감을 간단히 듣고 싶습니다.

강성훈: 이런 기회를 얻어 너무나도 큰 영광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어마어마한 경험이었어요. 워낙 큰 이벤트다보니 가기 전에는 스케일을 가늠하기도 어려웠고, 이전에 감독을 한 적도 없었으니 뭘 어떻게 준비해야 더 나은 성적을 내고, 선수들과 제가 좋은 기억, 추억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죠. 너무나도 좋은 최상의 결과가 나왔고, 관우형도 정말 잘해줬습니다.

김관우: 내가 했지.

강성훈: 그랬죠. 선수를 정말 잘 만나서, 와서도 정말 많은 분에게 축하를 받았습니다. 이렇게 섭외 요청도 정말 많이 와서 김관우 선수에게 더 나은 생활과 환경을 만들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요. 그리고 매니악한 격투게임이라는 장르, 국내에서는 더욱 매니악한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에서 지금까지 자리를 지켜준 팬들과 지지해주는 여러분이 있었기에 잘 하고 올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김관우: 처음 국가대표 선발전을 할 때부터 추억의 시작이었다고 생각합니다. 1일차에서는 떨어져서 정말 쉽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2일차에 우승해 국가대표가 되고 그때부터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아시안게임에 나간다는 게 조금씩 실감이 나기 시작하더라고요. 본격적으로 훈련을 시작하면서는 ‘진짜로 가는구나’ 싶었죠. 그동안 큰 국제 대회에서 성적을 낸 적이 없지만 연습을 통해 자신감이 붙었고, 이렇게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내게 되었습니다. 제 자신이 더 성장할 수 있다는 걸 느끼게 된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 국가대표 선발전 인터뷰에서는 “1일차는 가벼운 마음으로 왔다가 아쉽게 지고 ‘내가 여기서 이렇게 져야 하나’하는 심정으로 2일차에 심기일전해서 임했다.”라고 말씀해주셨는데, 이게 실제로 잘 풀린 거 같아서 저도 정말 기쁩니다.

김관우: 국가대표 선발전 때는 정말 이 정도까지 올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강성훈: 국가대표 선발전은 스피릿제로에서 준비하고 중계도 진행했는데, 당시 저는 감독으로 가는 게 확정된 상황이었거든요. 대회를 중계하면서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김관우 선수와 1일차에 선발된 연제길 선수, 이들과 함께 가겠구나, 어떻게 더 좋은 성적을 위해 좀 더 같이 노력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특히, 연제길 선수는 토너먼트에 많이 나오지 않고 온라인에서만 많이 봤던 선수라서 어떤 성향의 인물인지 파악하는 게 중요할 거 같아 초반에는 대화도 많이 했습니다. 감독직이 처음이라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싶은 부분도 굉장히 불명확한 것도 이유였고요. 선발전과 관련해서는 그런 게 기억에 남네요.

- 그런데 이제 국가대표 선발전 이후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최가 미뤄졌잖아요. 작년 9월을 바라보고 준비할 때와 올해 9월 바라보고 준비할 때, 뭔가 준비에 더 여유가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는데, 실제로는 어땠나요?

강성훈: 제 기억에는 아마 연기 발표가 선발전을 진행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던 거 같아요. 뭔가 준비할 만한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았을 때 연기 발표가 나왔던 걸로 기억하거든요. 확정됐을 때도 기사로 먼저 접하고 그 다음에 공식으로 결정됐다고 알게 됐고요.

저희도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런 소식을 접하니까 저나 선수나 혼란스러운 부분이 있었어요. 저도 계속 확인 요청을 했지만 그게 늦어지면서 정말 준비를 해야 하는지, 아니면 연기가 되거나 출전 자체가 취소되는 건 아닐지 명확하지 않았어요. 뭔가 지속적으로 이끌어 가기가 굉장히 어려운 그런 상황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선발전 이후에는 간간히 모여 오프라인에서 연습을 하고 있었는데, 연기가 확정된 뒤에는 일단 멈추고 각자 생활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저 자신은 확정이 될 때까지는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던 것도 있고, 확정된 뒤에 다시 진행해도 늦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계속 염두에 두고 있었어요. 가기는 갈 텐데 이게 언제가 될 건지, 안 간다면 그때는 뭐 어떻게 할 건지, 계속 들고 있던 거죠.

그러다 올해 초 진행이 확정되면서 그때부터 그간 생각하고 찾아보고 많은 분에게 여쭤봤던 것을 어떻게 실현할지, 실현하기 위해 무엇이 더 필요할지 생각하게 됐습니다.

- 선수 입장에서도 혼란스러웠을 거 같아요. 실제로 미뤄진 다음 아예 사라진 종목이 있기도 했고, 국가대표 선발전을 다시 하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죠. 더 복잡한 심경이었을 거 같은데, 당시 어떤 느낌이었는지도 듣고 싶습니다.

김관우: 연기가 확정됐을 때는 이야기하신 대로 정말 안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국가대표도 다시 선발하지 않을까 싶어서 불안한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되는대로 해야지 하고 편하게 맘먹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확신은 없었던 상황이지만요.

그러다가 국가대표 재선발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저나 연제길 선수나 그때까지도 폼을 계속 유지하고 있었기에 그런 판단이 됐던 거 같아요. 이후 정확한 일정이 나오면서 ‘진짜로 하긴 하는구나’라는 실감이 그제서야 들었고, 본격적인 스케줄을 짜면서 집중 훈련을 시작했습니다.

강성훈: 실제로 선수들 사이에서 재선발 화두가 있었어요.

김관우: 확정적으로 뭔가 어떻게 할지가 정해져야 내가 훈련을 더 해야 할지 마음의 준비도 할 수 있었으니까요.

강성훈: 그래서 저도 이 부분은 협회, 소위원회 분들과 미팅을 하면서 확정을 지었습니다. 확실하게 정해진 다음에 선수들에게 전달했죠. 우리는 그대로 간다고요.

김관우: 그게 이제 올해 초였던 거죠. 그런데 이게 어디가 주가 되어서 정해진 건가요?

강성훈: 협회에서 소위원회와 저희에게 의견을 물어봐요. 거기서 저나 소위원회나 의견이 다 동일했습니다. 이 선수로 가야 한다고요. 그리고 혹시라도 재선발이 정말 필요하다 싶으면, 이미 선발된 선수들에게 뭔가 어드밴티지를 줄 방향도 생각해봐야 한다는 이야기도 좀 있었던 거 같아요. 하지만 의견은 다 동일했습니다. 우리는 그대로 간다, 그리고 선수들의 마음의 준비도 충분히 되어 있으니 괜히 흔들지 말자, 이렇게 된 거죠.

- 어떻게 보면 아시안게임 개최 연기가 호재로 다가오기도 했던 거네요.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감독님과 선수들은 계속 준비를 해온 덕분에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됐을 때는 지체 없이 바로 시작할 수 있었던 거니까요.

강성훈: 그렇죠. 사실 가장 걱정이었던 건 스트리트 파이터 6 출시일이 나온 상황에서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스트리트 파이터 V로 진행되는 것이었습니다. 왜냐면 사람이고 또 격투게이머니까 새로운 게임을 하고 싶은 게 당연하잖아요. 그게 더 발전적일 것이고 재미도, 애초에 게임이 재미있어서 하는 건데… 그런 부분을 희생하며 스트리트 파이터 V를 연습할 수 있느냐가 가장 걱정했던 부분이었고, 선수들과도 이야기를 정말 많이 했습니다.

그래도 이건 좀 기우였습니다. 저도 그렇고 선수들도 자신들이 국가대표로 결정됐고, 그에 따라 사명감과 의무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요.

- 스트리트 파이터 V로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을 다른 인터뷰에서 이야기하실 때 몇 번이고 등장하던 것이 전략분석관들과 감독님 부탁으로 한달음에 달려온 전국의 스파링 파트너였습니다. 이분들에 대해서도 좀 더 자세히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강성훈: 전략분석관들은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3위, 4위를 했던 조준호, 서진우 선수였습니다. 국가대표 선수단 발표 때 함께 발표가 됐었죠. 스파링 파트너는 도와주신 분들이 많아서 한 사람 한 사람 언급을 하면 리스트가 만들어집니다.

김관우: 몇 명이나 됐지?

강성훈: 10명 후반대인가 그랬죠. 일단 이분들은 대한민국에서 스트리트 파이터 V 좀 잘 치는 분들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김관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참가하는 다른 국가 선수들의 명단을 뽑았을 때, 그 선수들이 어떤 캐릭터를 어떻게 하는지 전략분석관들이 연구해서 알아오고, 그 대비를 위해 한국에서 가장 잘 하는 선수들을 데려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강성훈: 맞습니다. 한 인터뷰에서 그렇게 말했어요. 국내 스트리트 파이터 씬은 작지만 알차고, 깊지는 않지만 풍성하다고요. 정말 그 말에 맞게 각 캐릭터의 장인들이 포진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스피릿제로에서 토너먼트를 오래 하다 보니 사적인 연락은 없어도 어떤 선수들이 어떤 캐릭터를 잘 하고, 어느 정도의 나이대에 어디에 살고, 이런 정보는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거든요. 연락처도 다 있었고요. 그런데 이분들에게 연락을 드리면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 도움을 주겠다고 해줬어요. 그게 정말 너무 감사하고 고마운 일이었습니다.

김관우: 저도 정말 고마운 게, 스트리트 파이터 6가 나오고 2~3개월 지난 뒤였으니까, 신작을 더 많이 하고 싶고 연구하고 싶은 그럴 시기일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트리트 파이터 V를 하러 와주신 거니까. 저는 그런 게 가능할 거라고 상상을 하지 못했거든요. 그렇게 선뜻 도와주신 것만해도 감사한데, 제대로 된 연습을 해주기 위해 스트리트 파이터 6가 나오고 떨어진 전작의 감을 다시 되찾아 와서 도와주러 오셨었죠.

국가대표 미디어데이가 진행됐던 9월 15일도 스파링 파트너들과의 연습 장면을 볼 수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분들도 평소 토너먼트나 이벤트에서 많이 보던 분들이라 놀라우면서도 반가웠죠.

- 다른 인터뷰를 통해서도 몇 번을 들었지만 정말 대단한 일화 같습니다. 이번에는 김관우 선수에게 집중된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요, 그동안 대회 취재를 하면서 상위권 인터뷰에서 하신 말씀들을 들어보면, 캐릭터간 성능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항상 상대 선수가 어떤 식으로 플레이를 했고 이에 어떻게 대응을 했다는 이야기가 주를 이뤘어요. 단일 캐릭터 플레이어이기도 하니 성능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할 법도 한데 전혀 그런 이야기가 없이 상대 선수 파악에만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런 인상을 받았었거든요.

그런데 이번 아시안게임 준비에서는 앞서 이야기하신 대로 많은 분이 도와주기도 했고 새로운 훈련 방식도 경험하셨는데, 이전에 혼자 대회를 준비하면서 대비하던 것과 중점을 두었던 부분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었어요. 실제로는 어땠는지 들어보고 싶습니다.

김관우: 베가라는 캐릭터는 마지막 시즌까지 강캐 반열에 오르는 캐릭터는 아니라는 게 중론이었습니다. 중간 정도라는 평가였는데, 제가 느끼기에는 강캐보다는 힘들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걸 최대한으로 잘 한다면 가능성이 있다, 무조건 내가 이길 수 있다,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리고 베가의 장점 중 하나가 크게 불리한 매치업이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대체로 약간씩 힘들지만 절대로 이기지 못하는 매치업은 없는 편입니다. 그런 느낌으로 제 캐릭터를 믿고 계속 했고, 내 캐릭터의 성능보다는 베가로 다른 캐릭터를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그것만 집중한다면 다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 거기에 집중했던 거 같습니다.

아시안게임에서의 훈련은 격투게임 인생에서 처음 해본 것이었습니다. 국내 선수들도 제가 잘할 수 있도록 모두 집중해서 도와줬는데, 그런 환경에서 훈련이 처음이라 어떻게 될지 예상을 못했거든요. 그리고 저도 그렇고 감독님도 그렇고 과연 합숙 훈련이라는 게 게임 실력 향상에서 의미가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까 그런 힘들이 모여 ‘내가 더 강해질 수 있었구나, 나에게 그런 힘이 있었구나’하는 걸 처음 알아서 놀라웠습니다. 실력 향상 외에도 컨디션 관리 등 여러 방면에서 좋은 영향이 있었고, 그게 결과로도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 그러면 김관우 선수가 대회에 임하는 방식 자체는 달라지지 않았다는 걸로 보면 될까요? 자신의 캐릭터를 믿고, 상대 캐릭터를 어떻게 상대할지에 집중하는 플레이는 아시안게임 준비에서도 그대로였는데, 여기에 다른 분들의 도움을 받아 더욱 강해질 수 있었던 거죠.

김관우: 그렇죠. 그렇게 더 강해지니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실제로 아시안게임에서는 상대가 예상한 것과 다른 캐릭터를 선택하는 경우도 꽤 있었거든요. 하지만 이미 다 대비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당황하지 않고 연습하던 그대로, 생각을 잘 해서 대회에 임했습니다.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 그러고보니 스피릿제로에서의 인터뷰에서도 감독님이 “김관우 선수는 자리에 앉아서 상대 캐릭터가 뭐가 나올지만 보고 있으면 됐다. 이미 다 준비를 해놨으니까”라고 이야기하신 게 인상적이었어요. 그때도 어떻게 그걸 다 했지 싶었는데…

강성훈: 맞습니다. 진짜로 전부 다 준비했으니까요. 대진표가 나오기 전에 로드 투 아시안게임2022(RDAG 2022)를 통해 항저우에 갈 일이 있었는데, 여기서 저희가 모르던 선수들의 캐릭터까지 전부 다 파악해 왔거든요. 오랜 기간 토너먼트 중계를 해온 입장에서도 도대체 어떤 선수인지 정보가 없는 선수들이 있었는데, 그런 선수들도 전부 파악해오니 국내에서도 다 대비가 되는 캐릭터들이었고요. 다 준비를 하고 갔다고 보시면 됩니다.

김관우: 정말 여러 캐릭터의 고수가 많이 분포되어 있었습니다.

강성훈: 조그만데 많이 풍성해요. 찾아보면 진짜 다 있더라고요. 신기하게.

- 결승에서 만난 샹여우린(게이머비) 선수도 그랬지만, 여러 캐릭터를 플레이하는 선수들은 캐릭터 변경을 통해 경기 흐름을 바꾸려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는 편입니다. 단일 캐릭터로 플레이하며 경기 흐름을 바꿀 필요가 있을 때는 플레이에 변화를 주어야 할 텐데, 김관우 선수는 어떤 식으로 변화를 주는 편인가요?

예를 들어, 몇 가지 스타일을 정하고 상황에 따라 스위칭 하는 건지, 아니면 카와노 선수와의 경기에서 순간 대처로 사용했다고 한 ‘2연속 대시 커맨드 잡기’처럼 상대에 맞춰 세부적인 움직임을 바꾸는 식인지 말이죠.

김관우: 기본적으로 사전에 어떤 스타일로 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상대 캐릭터에 따라 대처 방법이 다르거든요. 이건 이제 몸에 익어서 그 느낌을 끌어내기만 하면 됩니다. 하지만 카와노 선수와의 마지막 순간은 미리 생각해둔 게 아니었습니다. 카와노 선수가 유리하고 제가 불리한 상황에, 거리를 벌리던 카와노 선수를 보고 즉흥적으로 그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최대한 빨리 실행해야 한다는 마음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실행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수록 카와노 선수도 대비할 시간을 가진다고 생각했기에, 다른 생각을 하기 전에 먼저 파고들어야 한다고 봤습니다.

- 그러면 한국에서도 중계됐던 결승전은 어땠나요? 게이머비 선수의 점프 공격을 대공으로 쳐내지 않고 가드만 하다가, 마지막 세트에서 강발 대공이 크러시 카운터로 적중하며 그대로 승기를 가져오는 게 인상적이었거든요. 저만 그렇게 봤나 싶기도 한데, 이 마지막 대공을 성공시키기 위해 그 전까지 일부러 대공을 치지 않고 계속 점프 공격을 유도한, 그런 게 좀 있었던 건가요?

김관우: 그렇게 보시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실제로 그러지는 않았어요. 초반에는 서로 지켜보는 분위기였습니다. 게이머비 선수도 점프 공격을 자제하는 편이었는데, 비방송 경기였던 승자 4강에서 맞붙었을 때 제가 게이머비 선수의 점프 공격을 많이 쳐냈기 때문이었죠. 그래서 게이머비 선수도 제 대공을 의식하고 타이밍을 잘 잡아서 뛰어보려고 했던 거 같아요. 게이머비 선수가 이번엔 안 뛰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다른 생각을 하는 순간 점프를 해오는 식이었어요. 제가 어떤 큰 기술을 쓰거나 할 때마다 게이머비 선수가 점프 공격을 성공시키는 그런 장면도 꽤 나왔고요. 그러다 그 심리가 조금씩 익혀지면서 저도 마지막에 가서야 대공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만큼 게이머비 선수의 심리전이 좋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강성훈: 뒤에서 지켜본 입장에서는 방송이 되지 않았던 보조 경기장에서 벌어진 게이머비 선수와의 승자 4강에서는, 김관우 선수의 대공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게이머비 선수의 플레이가 극도로 불안해졌거든요.

김관우: 풀리지 않았지. 뭘 해야 할지 모르는 그런 느낌

강성훈: 그렇게 완전히 위축이 되어서 김관우 선수에게 패배했습니다. 그래서 아마 게이머비 선수가 이를 의식했을 거예요. 다른 경기를 보면 기본적으로 점프 공격을 많이 시도하는 선수인데, 그게 통하지 않았을 때 본인도 굉장히 혼란스러운 게 보였거든요. 결승전에서는 이를 고려해 행동하지 않았나 싶어요. 그리고 결승전 마지막에 강발 크러시 카운터 대공이 나왔을 때, 그때 저는 승리를 확신했습니다.

- 그게 김관우 선수가 이걸 이렇게 만들어 냈다, 마지막 결정적인 대공을 치기 위한 그런 걸로 보였던 것이군요.

김관우: 우리 이야기를 영화화한다면 노렸다고 하자.

강성훈: 그래 이거 노렸다고 봐야지.

김관우: 대공 못 칠 거 같이 하다가, 영화에서는 독백으로 “아직은 아니다, 더 참아야 한다”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지금이야!”하고 터뜨리며 와장창.

- 그쵸. 그렇게 생각해서 금메달 확정 때 쓴 기사에도 그런 게 아닐까 하고 썼는데…

김관우: 근데 다른 기자분들도 그렇게 물어보시기도 했습니다.

강성훈: 긴장하면 대공각이 덜 보이는 것도 사실이고, 베가 자체가 대공 치기가 그렇게 녹록한 캐릭터가 아니라서 그런 부분도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김관우: 그렇기에 상대도 베가에게는 점프 공격을 더 많이 시도하는 경향이 있는 편입니다. 그걸 착실하게 커버하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해낸다면 게임의 결과는 제 쪽으로 오는 거죠.

강성훈: 기본적으로 김관우 선수의 무빙이 살아있었거든요. 스코어는 4:3으로 굉장히 박빙이었지만, 현장에서 본 입장에서는 필드전을 꾸준히 이기고 있었기에 세트를 주더라도 불안한 감정이 없었어요. 루시아가 나오든 루크가 나오든 필드전은 꾸준히 김관우 선수가 이기고 있었기에 저는 불안하지 않았어요.

김관우: 나도 안 불안했지.

강성훈: 둘은 그랬는데, 중계로 보시는 분들이나 현장에 있던 협회 스태프 분들은 약간 밀릴 때마다 불안해하시더라고요.

김관우: 맨 마지막 세트에 루크가 나왔을 때, 루크의 얼굴이 딱 보이는 순간 ‘진짜 제대로 해서 이긴다’ 그런 마음이었습니다. 그리고 감독님은 우리가 합숙 훈련하는 모습을 오랫동안 봐온 만큼, 제가 루크를 상대로 어떻게, 어느 정도로 하는지 이미 알고 있었기에 ‘이길 수 있다.’라고 항상 생각하고 있었을 거예요.

강성훈: 의심을 한 적이 없어요. 경기 내용이 워낙 괜찮았고 세트를 주더라도 ‘이거 좀 어려운데’라고 생각도 해본 적이 없네요.

- 그런 것도 진짜 영화 같네요. 그러고보니 스피릿제로 인터뷰에서 비방송 경기에 대해 이야기하실 때 교과서에 실어도 될 정도다, 이렇게까지 말씀해주신 경기가 있었거든요.

강성훈: 게이머비와의 승자 4강전이 그랬습니다.

김관우: 격투게임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강성훈: 게이머비 선수도 김관우 선수와 동갑이었는데, 승자 4강 경기는 79년생 둘이 추억의 책장을 넘기는 듯한, 그런 경기였거든요. 스트리트 파이터뿐만 아니라 2D 격투게임을 오랫동안 봐온 사람들이 겨룰 수 있는, 격투게임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이 함축된 그런 경기였다니까요.

김관우: 경기 내용이 장난 아니었는데 이게 방송에 안 나와서 정말 아쉽습니다.

강성훈: 경기 끝나고 나오면서도 계속 얘기했죠. 기가 막히다고.

- 그런 경기를 볼 수가 없다니, 정말 아쉽습니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갈 텐데, 인터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H.I.(호러블 일루전)라는 배틀팀으로 활동하실 때의 일화를 보게 됐어요. 이때부터 캐릭터 선택에 대한 기준이나 플레이 스타일이 남달랐던 것으로 보이는데, 캐릭터를 선택할 때 김관우 선수만의 기준은 무엇이었는지 듣고 싶습니다. 그리고 캐릭터를 하나 정하면 끝까지 하는 것도 그때부터였나요?

김관우: 한 캐릭터만 하는 건 스트리트 파이터 V 때가 처음입니다. 배틀팀을 처음 시작한 게 KOF였으니, 기본적으로 3개는 선택해야 했고, 그때도 6~7개는 다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특이하게 스트리트 파이터 V 때만 한 캐릭터 장인으로 플레이했습니다. 처음에는 레인보우 미카를 잠깐 했지만 이 캐릭터는 선택할 때부터 이걸로 오래 할 거 같지는 않다고 생각했어요. 본격적으로 선택한 건 베가였습니다.

캐릭터 선택에 있어서는 저만의 색을 가질 수 있는 캐릭터를 하는 걸 좋아합니다. 예를 들어, 스트리트 파이터 V에서 루크 하면 떠오르는 선수가 딱히 없을 겁니다. 잘하는 선수도 워낙 많으니까요. 프로들도 많이 선택하는 캐릭터죠. 하지만 베가는 떠오르는 선수가 국가마다 몇몇이 있는 편이거든요. 그런 느낌을 좋아합니다.

- 플레이도 자신만의 플레이를 의식하며 플레이하는 건가요? 앞서 이야기한 게시글을 보면 같은 베니마루도 다른 사람과 다르게 플레이했다고 적혀 있었거든요.

김관우: 예전에는 다른 사람과 다르게 하고 싶은, 그런 욕심 때문에 그렇게 했던 거 같습니다. 지금은 그렇게 신경 쓰지는 않아요. 그저 제가 생각하기에 이렇게 하는 게 좋다는 플레이를 하는 것뿐인데, 다른 베가와 비교하면 스타일이 많이 다르더라고요. 나라면 저렇게는 안 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강성훈: 제가 봤을 때 김관우 선수의 플레이는 안전지향에 가깝습니다. 리스크를 크게 지지 않는 그런 플레이를 좋아하는 거 같아요.

김관우: 뭔가 기술을 쓰고 상대가 이걸 대처하면 지는데 모르면 내가 이긴다, 이런 식으로 기술을 던지는 걸 많이 하지 않아요. 그것만 대처하면 그 선수의 공략이 되는 셈이니까요. 저는 그런 기술을 최대한 쓰지 않는데, 이 스타일로 잘 하면 저를 이기는 공략이 어렵습니다. 특별히 공략할 방법이 명확하게 나오지 않는 플레이거든요.

강성훈: 자연스럽게 안전지향 플레이가 됩니다. 또, 정확한 플레이 스타일을 알기 어려워서 공략이 쉽지 않아요. 김관우 선수를 상대하는 모두가 그렇게 느낄 겁니다. 하지만 그래서 그런지 거의 모든 게임을 어렵게 가요.

김관우: 그게 단점입니다. 쉽게 기술을 써서 가져갈 수 있는 경기도 그걸 안 하니까 누구와 싸워도 쉽게는 이기지 못하고, 대부분 어렵게 갑니다. 저도 게임을 하다 종종 리스크가 있지만 쉽게 경기를 가져가는 그런 스타일을 섞어야 하나 싶기도 합니다. 너무 제 스타일대로만 하니 답답하게 흘러가다 지는 경우도 많아요. 확실히 기습적인 공격을 어느 정도 섞어주는 게 좋다는 생각은 계속 하고 있지만 못해서 하지 않는 것이기에 지금 저의 스타일이 최적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더 실력이 늘어나면 그런 기습도 적절히 섞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네요.

강성훈: 그런 고민이 카와노 선수와의 경기에서 결정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다고 봅니다. 김관우 선수를 잘 아는 선수라면 ‘안전한 플레이를 하니까 이런 행동은 하지 않을 거야’라고 생각하고, 그런 생각을 하더라도 그렇게는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을 거니까요.

김관우: 게임 내내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도 않았고, 그러니까 카와노 선수조차 대시 두 번을 보지 못한 거고...

▲김관우 선수의 플레이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영상인 국가대표 선발전 2일차 결승전. 매 순간 손에 땀을 쥐게 되는 명경기가 만들어져 보는 입장에서는 정말 재미있습니다.(출처: 한국e스포츠협회 공식 유튜브)

- 결승전 전까지는 왜 전부 비공개였는지... 들을 수록 아쉽습니다. 그럼 다음 질문으로 가서, 앞서 많은 선수의 도움으로 본인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강해졌다고 앞서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러면 훈련 도중 한 번쯤은 ‘내가 왜 이렇게 강해졌지’하고 생각해 보셨지 않나 싶기도 해서요. 관련해 어떤 생각이셨는지 들어볼 수 있을까요?

김관우: 원래 실력은 이미 한계치라고 생각했습니다. 합숙훈련은 지금의 폼을 최대한 잘 유지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들어갔어요. 그랬는데 막상 합숙훈련에 돌입하니 더 강해졌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좀 더 진지하게 연습에 임한 것도 크다고 생각해요. 아시안게임을 나가는 것이니 집에서 랭크매치로 연습하던 것보다 더욱 진지하게 임했어요. 이외에는 정말 제가 몰랐던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 이상이 있었는지 몰랐다, 그런 생각이었어요.

강성훈: 저도 감독이 처음이었던 만큼, 훈련을 준비하며 어떤 훈련이 효과적일지, 훈련을 통해 능률이 오를 지에 대한 것들에 대해 저도 해본 것이 없고 잘 몰랐어요. 선수들 하고도 이야기를 했어요. 그런 상황이기에 테스트를 다 해보면서 알아가야 한다고요. 해보고 나서 쓸모가 없다 싶으면 피드백을 해줘야 저도 이걸 걷어내고 다른 시도를 해볼 수가 있거든요. 필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빨리 구분해 놔야 최대한 준비를 할 수 있다고 봤으니까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처음 잡았던 합숙 스케줄대로 가도 괜찮다는 피드백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그대로 가면서 한국스포츠과학원의 심리상담과 체력단련을 추가하고, 항저우 아시안게임 일정에 맞춰 하루 연습량과 연습시간을 적절히 조절해 프로그램을 구성하니 선수들의 만족도가 높았어요. 이렇게 훈련해서 가면 우리가 한 번 해볼 수도 있겠다는 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훈련하면 강해진다는 게, 하니까 되더라고요.

- 이번 금메달을 통해 한국의 격투게임 플레이어들도 김관우 선수처럼 활약할 수 있다는 생각이 열렸다고 봅니다. 현실적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꿈을 품고 도전하는 플레이어들에게 이번 아시안게임을 준비한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앞으로 격투게임 프로게이머 양성이나 체계적인 선수 발굴 시스템에도 관심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예를 들면, 로드 투 시리즈 우승 선수에 대해 금전적인 지원 외에도 성남 스피릿제로 소속으로 훈련을 함께 진행하는 식으로 말이죠.

강성훈: 충분히 고려할 만한 부분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선수 양성이나 훈련에 대해 깊게 고민해본 것이 이번이 처음이긴 했지만, 다녀오니까 정말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아무래도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이끌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제가 이번에 정말 귀중한 경험을 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의 벽이 높습니다. 잘 알다시피 스피릿제로는 겨우겨우 운영을 하고 있고, 선수를 양성할 만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전문적으로 선수 양성을 하기 위해서는 자금부터 인력까지 해결해야 할 게 많아요. 이번 아시안게임 준비 과정에서는 협회나 한국스포츠과학원의 협력과 지원이 있었고, 저 개인적으로도 스피릿제로의 거의 모든 일을 던져 두고 아시안게임에 집중했기에 이번 같은 훈련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래서 앞으로 격투게임 프로게이머 양성이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많은 분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기업의 관심도 좋습니다. 선수 양성에 꼭 제가 있을 필요는 없지만, 다방면의 지원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생각입니다. 희망찬 말씀을 드리고 싶지만 이게 현실이거든요.

- 이번 성과로 현실의 벽이 조금이나마 허물어지길 바라봅니다. 이어서 다음 질문 드리겠습니다. 김관우 선수의 금메달 소식에 아카라이브 격투게임 채널의 대표 이미지를 김관우 선수의 금메달 세리모니 사진으로 바꾸고 광고까지 돌릴 정도로 크게 기뻐하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당연한 반응이다 싶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김관우 선수가 평소에 보여준 자세에 호응한 부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숱한 인터뷰에서 김관우 선수를 접한 분들도 실력과 인성을 두루 갖춘 선수라는 찬사를 보낼 정도니까요.

프로게이머, 금메달리스트가 아닌 인간 김관우에 대한 질문이 될지도 모르겠는데요, 평소 마음가짐과 행동거지에 있어 어떻게 생각을 하시고 생활을 하시는지 들어보고 싶습니다.

김관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배틀팀 시절에는 좀 빌런 콘셉트로 놀기도 했지만, 제가 정말 나쁜 놈이었다면 여러 사람들과 친해지지 못했을 거예요. 그래서 아무래도 지금 남는 얘기로는 나쁘게 남지는 않았다고 생각해요. 와우로 치면 용개 같은 그런 느낌이었죠. 게임 안에서만 빌런 콘셉트로 놀았던 것이니까요.

마음가짐에 대해서는… 약간은 생각이 없는 마음가짐? 이건 제가 이야기하기보다는 저를 보는 다른 사람이 이야기해주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강성훈: 어떤 느낌이냐면, 항상 비워져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뭔가 항상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죠. 사람이 나이가 들면 각자의 가치관이나 삶의 추억이 쌓이면서 고착화되는 부분이 있기 마련인데, 김관우 선수는 그걸 깨부수려고 노력하는 게 있습니다. 아직 받아본 적은 없는 질문인데, 제가 김관우 선수보다 나이가 어리거든요. 그래서 어린 감독이 이야기를 하면 선수가 제대로 받아들여주는지, 그런 게 궁금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어요. 농담조로 던지는 질문에는 몇 번 있긴 했는데, 실제로 이야기를 해보면 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거든요. 필요한 것에 대해서는 강하게 요구하는 부분도 어느 정도 있긴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비워져 있기에 받아들일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김관우: 제가 나이가 어리고 많고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지금 제가 사는 모습도 나이를 신경 쓰지 않는 인생을 사는 것처럼 보이지 않나 싶어요.

강성훈: 그래서 동안일 수도 있습니다. 어디를 가나 나이 이야기를 하면 깜짝 놀란다니까요.

- 그러면 자기를 비운다는 게 주관을 좀 넣어둔다는 그런 의미일까요?

김관우: 그런 건 또 아닙니다. 주관은 있지만 항상 제가 옳은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그렇게 말할 수 있겠습니다.

강성훈: 고집스러운 부분도 있지요. 그게 없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 거고요. 전반적으로 밸런스가 적절하다고 보면 됩니다. 하지만 인정을 빨리 하는 편이예요.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약간 그런 흘러가는 느낌으로 가는 거죠.

그런 김관우 선수와는 반대로 저는 제 주장도 강하고 원하는 바도 명확하고 목표를 위해서 뛰는 그런 면이 있는데, 이게 어떻게 보면 잘 맞았다는 생각도 있습니다.

- 스피릿제로 인터뷰에서 “이번에 성과를 내지 못하면 스피릿제로를 관두려고 했다.”는 것도 자신을 더욱 몰아붙이기 위한 것이었다고 이야기하기도 했죠.

강성훈: 맞아요. 그렇게 생각을 하고 가야, 채찍질을 해야 뭔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 많은 분이 이번 금메달을 축하하는 이유를 다시금 알 거 같습니다. 이번에 스트리트 파이터로 금메달을 딴 김관우 선수를 보며 과거 오락실 시절 추억을 회상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걸 계기로 다시 게임을 시작해보려는 분들도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 분들이라면 과거의 추억을 불러오는 아케이드 스틱 구입을 고려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침 이번 결승전도 아케이드 스틱을 사용하는 선수들 간의 대결이기도 했고, 인터뷰이 두 분도 아케이드 스틱에 일가견이 있는 분들인 만큼, 이런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팁이 있으실까요?

강성훈: 먼저 하나 당부를 드리면, 요즘은 격투게임을 위해 반드시 아케이드 스틱을 사용해야 하는 시대가 아닙니다. 예전에는 무얼 써야 좀 더 나은지 그런 게 있었지만, 지금은 레버리스나 듀얼센스 같은 기본 게임패드를 사용하는 프로도 많습니다. 성적도 잘 내고 있고요. 그러니 본인에게 가장 가까이 있는 컨트롤러로 시작하시면 됩니다. 격투게임은 레버를 돌려서 하는 게 맛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아케이드 스틱을 사용하면 되고요.

하지만 그 말씀도 꼭 드리고 싶습니다. 아무래도 저희 나이대에는 가정을 이루신 분들이 많아요. 게임을 하려면 시간을 쪼개서 해야 하는데 그 시간도 못마땅하게 여기시는 가족 구성원이 계실 수도 있고요. 아케이드 스틱이 문제가 되는 게 소음인데, 이 소음을 어떻게 줄일 방법이 없느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꽤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소음이 걱정되는 분들에게는 소음이 적은 패드나 키보드로 플레이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게임을 하기 위해 가정에 불화가 생길 필요는 없으니까요.

김관우: 아케이드 스틱 소음은 저소음 레버, 저소음 버튼으로 어느 정도 커버할 수 있다고 해도 이미지 문제가 있습니다. 이걸로 게임을 하고 있으면 주변에서 “저거 또 오락이나 하고 있고”이런 이미지를 줄 수 있거든요. 그럼에도 격투게임은 무조건 레버에 버튼, 금메달리스트와 똑같이 게임을 하고 싶다면 그것도 저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아케이드 스틱이 주는 재미가 확실하니까요. 레버를 올려서 점프를 뛰는 바로 그 조작감, 그 재미가 있으니 원하면 좋다고 생각해요.

강성훈: 또 생각해볼 게 층간소음 문제도 있습니다. 일반 플레이어들은 보통 허벅지가 아니라 책상에 두는 경우가 많은데, 그 진동으로 층간소음이 생기기도 하거든요.

김관우: 여기에 비싸기도 하고, 공간도 많이 차지하고 무겁고…

- 정리하면, 지금은 아케이드 스틱이 끌릴 수도 있지만, 좀 더 자신의 환경을 생각해서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이거군요.

강성훈: 환경을 충분히 고려하셔야 합니다. 혼자서 살고 층간소음 우려도 없고 재미만 있으면 된다고 하는 분들은 쓰셔도 무방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조금 어려울 수 있죠.

- 이번에는 조금 가벼운 질문인데요, 이번 아시안게임으로 아시아 최고의 베가 권위자가 되셨는데, 이 정도면 나중에 스트리트 파이터 6에 베가가 나올 때 캡콤에 “베가는 이래야지”라고 한 마디 해도 되지 않나 싶습니다. 혹시 이야기해주고 싶은 게 있으신가요?

김관우: 빠른 스피드와 긴 리치로 상대를 견제하며 압박하는 베가의 기본 플레이 콘셉트, 잘생기고 아름다운 비주얼적 콘셉트는 최대한 지켜주는 게 좋겠습니다. 하지만 무기가 날아가는 그런 좀 잘못된, 잘못된 악습은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가면 날아가고 꼬챙이 날아가고… 다 뺏어가냐, 그것까지 다 가져가야 했냐 진짜.

강성훈: 그럴 거면 JP 지팡이도 날아가고 콧수염도 날아가고, 릴리도 맨손 파이트를 시켜야지… 게임 관점에서 보면 재미요소로 그런 전통을 고수하는 건 긍정적인데, 플레이하는 입장에서는 정말 괴로울 거 같습니다.

김관우: 사실 꼬챙이가 날아갈 때는 베가의 체력이 낮을 때란 말이죠. 그렇게 될 거라면 꼬챙이가 날아갔을 때 약간 더 강해지는, 역전의 찬스를 주는 그런 그림으로 가야 맞지 않나 싶은데 약해져 버리니까. 그거 빼고는 다 만족합니다. 캐릭터에 만족하기 때문에 오래 쓴 거니까요.

강성훈: 다시 줍게 해주면 어떨까요? 다시 주우려고 가는데 화면 당겨서 땅따먹기 하고.

김관우: 사무라이 스피리츠도 아니고, 굳이 다시 줍고 하는 것보다 그냥 안 날아가는 게 낫지.

가면과 꼬챙이가 모두 날아가는 장면. 이런 상황이면 역전이 정말 힘들어집니다. 후속작에서는 어떻게 될까요?(출처: 한국e스포츠협회 공식 유튜브 영상 갈무리)

- 스트리트 파이터 6에 베가가 나올 때는 김관우 선수의 희망이 전해지면 좋겠습니다. 이어서 아시안게임 이후 김관우 선수, 그리고 성남 스피릿제로의 이후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스트리트 파이터 6를 중심으로 큰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준비 중이실 듯한데,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강성훈: 스피릿제로로서는 매년 진행하는 종합 격투게임 토너먼트 ‘파이터즈 스피릿’을 올해는 부산에서 열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성남 스피릿제로로서는 스트리트 파이터 6를 중심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싶어요. 다만, 아직은 아시안게임이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김관우 선수의 스케줄을 관리하며 매니저 느낌으로 일하고 있거든요. 이게 좀 마무리가 되면 그때 어떤 식으로 갈지 다시 고려해볼 거 같습니다. 중계도 일정을 봐서 다시 복귀하려고 하고요. 앞서 이야기하기도 했지만 스피릿제로는 갈 길이 멉니다. 올해로 팀을 결성한 지 14년, 15년째 되는데, 이제서야 좀 출발선에 선 거 같은 느낌이 있습니다. 앞으로 스트리트 파이터를 비롯한 격투게임으로 나아갈 길이 있을지 꾸준히 모색하며 활동을 이어가는 게 목표입니다.

김관우: 저는 항상 그랬지만 그렇게 멀리 보고 생활을 하지는 않습니다. 지금 당장 나에게 놓인 환경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최선을 다해 앞으로도 계속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 앞으로도 응원하겠습니다! 그러면 이제 마지막 질문입니다. 한국의 게임 역사에서 격투게임이라는 장르가 이렇게 전국적인 관심을 받은 것은 스트리트 파이터 2 이례로 정말 오랜만이지 않나 싶습니다. 메이저까지는 아니더라도 조금은 더 부흥할 기회가 아닐까 하는 기대감도 올라오기 시작하는데, 오랜 만에 다시 주목받는 격투게임 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들어보고 싶습니다.

김관우: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영향은 있을 것이라 봅니다. 음악 쪽에서도 굉장히 마이너했던 장르가, 옆에서 약간 인기 있는 장르가 올라와 같이 영향을 받아 떠오르는 것도 있었으니까요.

강성훈: 격투게임도 그러면 좋을 것 같긴 한데요, 글쎄요. 저는 제 자리에서 실망하지 않고 열심히 해 나가려고 합니다. 마이너한 장르인 격투게임, 그리고 비인기 종목인 스트리트 파이터를 플레이하고 사랑해주는 분들이 있어 저희도 활동할 수 있었고요, 항상 감사드리는 마음입니다. 이번에 다시 접하신 분들은 과거의 추억을 생각하며 재미있게 즐기시면 좋겠습니다. 초보친화적인 스트리트 파이터 6도 좋고, 격투게임 뭐 어떤 것이라도 좋습니다. 무엇이든 플레이해보시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장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실력을 키우고자 할 때 필요한 정보도 요새는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아직 국내보다는 해외의 정보가 많기는 하지만 이제 막 시작하는 분들, 정보를 갈구하는 분들에게 기존 플레이어들이 엄청 친절합니다. 가르쳐주려고 혈안이 된 사람이 많으니, 조금만 찾아보면 금방 배울 수 있을 거예요. 여건이 되면 스피릿제로에서 토너먼트도 많이 열고 있으니 참가해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그렇다고 꼭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스트리트 파이터 6만해도 싱글 플레이 콘텐츠가 잘 되어 있어서 그 정도만 즐겨도 충분하다고 봐요. 진입장벽이 높다는 인식이 많은 만큼, 제작사나 플레이어 모두 많이 노력하고 있거든요. 그러니 이번 기회에 즐겨보면서 격투게임의 재미를 알아가시면 좋겠습니다.

김관우: 격투게임은 과거 오락실에서는 메인스트림에 있던 장르였습니다. 오락실이 저물고 PC방이 올라오며 지금의 위치가 된 것도 있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이번에 본 적이 없는 종목에서 금메달을 땄다고 새롭게 보는 분들도 있을 것이고, 옛날 추억으로 다시 돌아오는 분들도 있을 텐데요, 지금 해도 격투게임은 충분히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겁니다. 추억으로 돌아오신 분들은 과거에 쓰던 거 그대로 있으니까 해볼 수 있고, 새로 하는 분들이라도 초보자 친화적인 부분도 많아졌으니까요. 싱글 콘텐츠도 잘 되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역시 격투게임의 묘미는 사람과의 대전에 있으니 이쪽도 즐겨보는 걸 추천하고 싶습니다. 격투게임은 다양하니까 취향에 맞는 걸 찾아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강성훈: 마지막으로 덧붙이면, 비단 스트리트 파이터뿐만이 아니라 격투게임 장르에서 진지하게 실력 향상을 목표로 하는 플레이어들이 한국에도 많이 있습니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이들에게 제대로 된 지원을 해주거나 연습 환경을 제공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예요. 열심히 노력하는 플레이어들에게 세계 무대에 나갈 기회나 경험을 쌓을 환경이 조금 더 주어질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 인터뷰 감사합니다!

마지막 사진은 금메달을 확정한 날 저녁 찍었던 사진의 오마쥬 포즈를 부탁드렸습니다.

출국 전, 도움을 준 많은 분에게 결과로 보답하고 싶다던 스트리트 파이터 V 국가대표팀의 바람은 최고의 형태로 이뤄졌습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최고의 결과를 내기 위해 행해온 자신들의 노력을 담담하게 이야기하면서도, 도움을 준 이들에 대한 감사를 빼놓지 않는 그들의 모습에서 금메달리스트의 품격이 느껴졌습니다. 그런 그들의 이야기를 기사로 실을 수 있어서, 게임 기자가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입니다.

개인적으로도 바람이 있다면, 그들이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이룩한 성과가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는 것입니다. 이번 성과가 시작이 되어 격투게임이 앞으로도 e스포츠의 일각으로 당당히 인정받고, 그동안 노력해온 플레이어들이 더 큰 무대에서 활약할 날이 하루라도 빨리 오기를 바랍니다. 저는 저 나름대로 노력하며, 격투게이머 여러분을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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