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에 자식 잃고 가해학생 용서···이대봉 참빛그룹 회장 별세
장학회 만들고, 도산위기 서울예고·예원학교 키워
도산 위기에 놓인 서울예고와 예원학교를 인수해서 키우고, ‘서울아트센터’를 개관한 이대봉 참빛그룹 회장이 1일 밤 세상을 떠났다. 향년 83세. 학교 폭력으로 자녀를 잃었던 그는 가해 학생을 용서하고 장학 사업을 펴 귀감이 되기도 했다.
1941년 경남 합천에서 태어난 고인은 고교 1학년 때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학업을 중단하고 신문 배달, 부두 하역, 고물 장사를 했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1975년 동아항공화물㈜을 세웠고, 참빛가스산업, 참빛동아산업 여러 계열사를 운영했다. 한국항공화물협회 회장도 지냈다. 베트남 호텔, 골프장 사업에도 진출했다.
1988년 장학회를 세우고 2010년에는 도산 위기에 놓인 서울예고와 예원학교를 인수해 이사장을 지내는 등 교육에도 남다른 관심을 쏟았다. 1987년 당시 서울예고 2학년이었던 막내 아들 이대웅군이 학교폭력으로 목숨을 잃은 사건이 계기가 됐다.
당시 그는 가해 학생을 응징하거나 보복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용서했다. 담당 검사조차 선처할 수 없다고 했지만 그는 가해 학생을 구명하는 운동까지 벌였다. 이후 서울예고 학생들은 돈을 모아 학교 안에 음표 모양의 추모비를 세웠다. 이대웅군 사건 이후 서울예고에선 학교폭력이 크게 줄었다.
그는 이후 언론 매체 등과의 인터뷰에서 가해 학생을 용서한 이유에 대해 “‘(피해자) 아버지가 혹독하고 돈 밖에 모르니까 하나님이 데리고 가셨다’는 소리를 안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복수를 한다고 아이가 살아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내가 난동을 피우면 아버지가 저러니 아들이 벌을 받았다 할 거다. 가톨릭 신자인데, 아들을 위해서라도 ‘원수를 사랑하라’는 하느님 말씀을 실천해 보기로 했다”고 했다.
“용서한 걸 후회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아들을 생각하면 자다가도 울분이 용솟음치지만 용서의 힘이 복수의 힘을 앞선다고 믿는다”고 했다.
고인은 1988년 ‘이대웅음악장학회’를 설립했다. 수많은 학생들이 학회의 도움을 받았다. 지난해엔 서울예고 개교 70주년을 맞아 ‘서울아트센터’를 설립했다. 베트남에서도 장학사업을 벌였다. 2011년 베트남 보국훈장, 2012년 베트남 정부 보훈훈장 등을 받았다. 독립운동가 자녀들과 독거 노인, 치매 노인들도 도왔다.
유족은 부인 윤봉자씨와 아들 이대만 참빛그룹 부회장, 며느리 강정애 디지솔루션 사장, 주소영 서울예술학원 사무처장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발인은 5일 오전 5시. (02)2227-7500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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