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투자계약에서 창업자의 책임, 특히 연대보증 책임이나 주식매수청구권(풋옵션) 관련 책임은 오랫동안 논쟁의 대상이었다. 벤처투자는 본질적으로 고위험·고수익 구조를 전제로 하는데 창업자가 회사 경영 실패에 고의나 중과실이 없더라도 투자자에게 개인 재산으로 책임을 지는 구조가 정당한지 여부는 투자계약을 체결할 때 핵심적인 협상 대상이자 중요 쟁점이라 할 수 있다. 지난달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선고한 어반베이스 창업자와 신한캐피탈간 사건의 제1심 판결은 이러한 쟁점에 대한 중요한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번 사건은 프롭테크 스타트업인 어반베이스와 창업자인 대표 개인(이해관계인), 신한캐피탈 간의 투자계약상 책임 범위를 둘러싼 분쟁이다. 법원은 계약서에 명시된 주식매수청구권 조항을 문언 그대로 해석해 창업자 개인의 책임을 인정했고 이는 투자계약 실무에 큰 시사점을 던진다.
사건의 배경과 계약 구조
신한캐피탈은 2017년 11월 말 어반베이스가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RCPS) 1586주를 1주당 31만5160원, 총 4억9984만3760원에 인수했다. RCPS 투자는 통상 의결권과 배당권을 가지되, 상환권과 전환권, 우선권이 부여되는 투자 형태로서 투자자가 일정 조건 하에 원금 회수를 할 수 있는 구조다.
당시 어반베이스의 대표이사이자 최대주주였던 이해관계인은 개인자격으로 투자계약의 당사자가 됐다. 투자계약서 제28조에는 주식매수청구권이 규정돼 있었는데, 이 조항은 '어반베이스에 대한 해산·청산·파산·회생 또는 이에 준하는 절차(워크아웃 등)가 개시되는 경우' 신한캐피탈이 어반베이스 또는 이해관계인 개인에게 보유 지분의 전부 또는 일부를 매수해 줄 것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매매대금은 투자원금과 거래완결일부터 매매 이행일까지 연 복리 15%의 이자를 가산한 금액으로 산정하며 기지급 배당금은 차감하도록 했다.
어반베이스의 회생절차 개시와 신한캐피탈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어반베이스는 2023년 12월 28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고 지난해 1월 22일자로 회생개시결정을 받았다. 신한캐피탈은 같은해 2월 29일자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지급명령신청서를 제출해 이해관계인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했다. 이는 회사의 정상적인 사업추진이 불가능한 경우 어반베이스에 대해 기한 전 상환권을 행사할 수 있고, 어반베이스가 상환하지 못하는 경우 어반베이스는 해당 금전에 대한 위약금을 지급해야 하며 어반베이스가 이를 지급하지 못하는 경우 이해관계인에게 연대보증 책임이 부담하도록 한 투자계약서 내용에 근거한다.
그런데 상법에서는 회사에 배당가능이익이 없는 경우 회사는 주주에게 상환할 책임이 없도록 정하고 있기 때문에 신한캐피탈의 위와 같은 청구 원인은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었다.
이에 신한캐피탈은 2024년 11월 6일자로 법원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변경신청서를 제출해 이해관계인의 연대보증 의무에 따른 청구가 아닌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따른 청구로 청구원인을 변경했다. 제1심 재판부는 신한캐피탈의 이해관계인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인정하였고 신한캐피탈의 청구를 인용했다.
많은 언론에서 이 사건에 대해 피투자회사의 대표이사 개인에 대한 연대보증 책임이 인정된 사안이라고 정리했지만, 정확히 하자면 이 사건은 이해관계인인 대표이사 개인의 연대보증에 따른 책임이 아니라 투자자의 이해관계인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따른 책임이라고 보아야 한다.
신한캐피탈 청구에 대한 이해관계인의 반박 주장과 법원의 판단
이번 사건에서 이해관계인은 다양한 법적 주장을 했다. 구체적으로 이해관계인은 △투자자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통해서 투자위험을 창업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반사회적 법률행위(민법 제103조) 또는 불공정한 법률행위(민법 제104조)이다는 주장 △주식매수청구권 조항은 실질적으로 위약벌 조항와 유사하며, 과도한 위약벌 조항으로 해석될 수 있으므로 무효라는 주장 △특정 투자자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따라 실질적으로 투자금 전액을 우선적으로 상환하는 것은 주주평등의 원칙이나 자본충실원칙에 반한다는 주장 △주식매수청구권 조항은 이해관계인에게 고의나 과실 있는 경우에만 행사할 수 있다는 주장 △신한캐피탈과 회사 및 이해관계인은 투자계약을 체결할 때 회사 또는 이해관계인이 불법행위를 하는 등 특별한 위법 사유가 있지 않는 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점에 대한 합의가 있었다는 주장 등을 했다.
첫 번째 주장은 이 사건 주식매수청구권 조항이 민법 제103조의 반사회질서 법률행위 또는 민법 제104조의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해 무효라는 것이었다. 이해관계인은 회사의 경영상 고의나 과실이 전혀 없더라도 단순히 회생절차가 개시됐다는 이유만으로 창업자 개인이 투자금 원금과 고율의 복리이자를 부담하는 것은 투자위험을 창업자에게 전적으로 전가하는 것이므로 사회질서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스타트업 투자의 본질이 실패 가능성을 전제로 함에도 실패의 책임을 창업자 개인 자산으로 회수하려는 구조는 벤처 투자 생태계의 공정성과 형평성에 반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해관계인이 어반베이스의 대표이자 최대주주로서 계약의 내용을 충분히 검토할 수 있었고 이 계약을 통해 신한캐피탈의 투자를 유치함으로써 경제적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있었다는 점을 들어 불공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한 투자계약 체결 과정에서 원고가 우월적 지위를 남용했다는 점도 발견되지 않았고, 피고가 궁박·경솔·무경험 상태에서 계약에 임했다거나 원고가 이를 악용했다는 사정도 없다고 보았다.
두 번째 주장은 투자계약서상 주식매수청구권 조항이 위약벌로 해석될 여지가 있고 과도한 위약벌의 경우 전부 또는 일부가 무효이므로 이 사건 주식매수청구권 조항은 무효로 판단돼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위약벌 약정은 의무 불이행에 대한 제재적 성격을 가진 약정으로서 채무자가 부담해야 할 금액이 채권자의 실제 손해에 비해 현저히 과도한 경우 일부 또는 전부가 무효로 될 수 있다.
그러나 법원은 주식매수청구권은 계약상 정한 '회생절차 개시'라는 객관적 사유 발생 시 발동되는 권리로서 채무불이행이나 의무 위반을 전제로 하지 않는 점에서 전형적인 위약벌과 구별되고 이에 무효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세 번째 주장은 주주평등원칙과 자본충실원칙 위반에 관한 주장이었다. 주주평등원칙은 동일한 종류의 주주에 대해서는 동등한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는 상법상의 기본원칙이다. 이해관계인은 다른 주주와 달리 신한캐피탈에 대해 개인적으로 매수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주주평등에 반한다고 주장했는데, 법원은 주주평등원칙은 주주와 회사 간의 법률관계에 적용되는 것이고 회사의 다른 주주 개인과 이해관계인이 체결한 계약에는 직접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창업자 개인이 이해관계인으로서 투자자와 별도로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사적 자치의 영역이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효하다고 보는 것이 맞다. 자본충실원칙 위반 주장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따른 의무는 어반베이스가 아니라 이해관계인 개인이 부담하는 채무이므로 회사 자본의 잠식이나 출자금 반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네 번째 주장은 횡령 등 위법한 행위가 있지 않는 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별도의 합의가 있었다는 주장이었다.
이해관계인은 계약 협상 과정에서 신한캐피탈 측 담당자가 "실제로는 창업자에게 이런 조항을 행사하지 않는다"거나 "고의·중과실이 있는 경우에만 책임을 묻는다"는 취지로 말했고, 따라서 양측이 그와 같은 의사를 전제로 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제출된 대화에서 '연대보증'에 대해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있는 가능성이 언급되긴 했으나, 주식매수청구권과 연대보증은 별개라고 판단했고 대화 당사자와 발언의 맥락도 불분명하다고 보았다. 법원은 오히려 계약서 문언이 명확한 이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 해석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이와 같이 법원은 이해관계인의 주장을 개별적으로 검토하면서도 일관되게 투자계약서 문언의 객관적 의미와 사적 자치 원칙을 존중하는 태도를 유지했다. 이는 투자계약 해석에서 형식보다는 문언과 구조, 그리고 당사자의 명시적 합의를 중시하는 최근 판례 흐름과 궤를 같이 한다.
벤처투자법상 연대책임 제한 규정과의 관계 – 적용 범위와 이번 사건의 차이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투자자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대한 것이지만, 사실상 이해관계인에게 연대보증 책임을 부담시킨 것과 거의 동일한 효과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창업자의 연대책임 쟁점이 큰 이슈화가 됐다.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벤처투자법)' 및 동법 시행령 '벤처투자조합 등록 및 관리규정' 등에서는 벤처투자회사나 벤처투자조합이 투자를 한 경우 창업자나 이해관계인에게 회사 채무를 연대해 부담하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예외적으로 △투자계약상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았음에도 투자금을 집행한 경우 △진술·보장 사항이 거짓으로 확인된 경우 △투자금 사용 용도를 위반한 경우 △투자계약에 반해 주식을 처분한 경우 등 네 가지 사유에 해당하면서 이해관계인에게 고의 또는 중과실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연대책임 부과가 가능하다.
이 규정이 도입된 배경에는 창업자 연대보증과 유사한 과도한 책임 부과 관행이 초기기업의 혁신과 재도전을 위축시킨다는 비판이 있었다. 특히 벤처투자조합은 공적 자금이나 정책자금과 결합하는 경우가 많아 창업자의 경영 실패 위험을 무차별적으로 개인에게 전가하는 것을 방지할 필요성이 컸다. 입법 취지는 분명히 창업자 보호에 있었고, 벤처투자계약의 구조를 건전하게 만들겠다는 정책적 의도가 담겨 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이 규정의 적용 범위가 벤처투자조합과 벤처투자회사에만 한정된다는 것이다. 벤처투자법상 창업기획자나 개인투자조합, 여신전문금융업법상 신기술사업금융업자 등은 연대책임 제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더욱 중요한 것은, 위 법령에서는 연대책임에 대해서만 제한하고 있을 뿐 이해관계인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것까지 명시적으로 제한하고 있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위와 같은 조항에도 불구하고 이해관계인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이 여전히 유효한지, 아니면 사실상 연대책임과 동일한 결과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주식매수청구권 조항도 무효로 해석해야 하는지는 이견이 있는 상황이다.
실무적 시사점 – 창업자와 투자자 모두에게 던지는 경고와 제안
이번 사건이 스타트업 생태계에 주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첫째, 창업자는 투자계약서에 서명하는 순간 해당 조항의 법적 효력이 그대로 기능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법원은 구두 약속이나 업계 관행보다는 계약서 문언에 대한 객관적 해석을 우선해 판단한다. 둘째, 투자자가 보유하는 주식매수청구권의 영향력과 파급력은 상당하다.
주식매수청구권에 고이율의 이자가 결합된 구조에서는 창업자의 개인 재산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 있다. 더군다나 이 사건처럼 회생절차 개시와 같이 객관적이고 창업자의 귀책사유와 무관한 사유가 트리거로 설정돼 있으면 창업자는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채무를 부담하게 된다.
셋째, 창업자는 계약 협상 단계에 풋옵션의 행사 조건, 매매대금 산정 방식, 이자율, 그리고 귀책사유 요건 등에 대해서 최대한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확보해야 한다. 예컨대, 회생절차 개시와 같이 회사 존속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유라도 창업자의 고의·중과실이 있는 경우에만 개인책임을 묻도록 한정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끝으로, 이번 판결은 스타트업 투자계약에서 리스크 배분의 현실을 보여준다. 법원은 계약 자유의 원칙을 존중하며 창업자 보호보다는 계약 이행을 우선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따라서 창업자와 투자자 모두 계약 단계에서부터 리스크를 인식하고 리스크를 상호 합리적으로 분배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이번 판결은 단순히 스타트업과 창업자, 투자사 간의 분쟁을 넘어 스타트업 투자계약의 미래와 생태계 전반의 건전성을 가늠하는 기준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계약 문언의 무게와 그것이 현실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이번 사건은 향후 유사 분쟁에서 중요한 선례가 될 것이다.

황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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