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올림픽 경기장 건설에 참여한 한국인 건축가 "스타디움도 친환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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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인 건축가가 파리 올림픽 스타디움 건설 작업에 참여했다고?

생활을 표현하는 다른 단어를 ‘의식주’라 한다. 의복, 식품, 주거공간을 말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이기에 그 자체가 생활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후위기 시대에 들어오면서 이제 인간의 생활이 위협받고 있다.

여기엔 주거공간도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주거공간을 만드는 산업도 이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발걸음으로 다가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지난 4월부터 친환경 건축이 무엇일까라는 물음에 답을 찾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만난 사람은 프랑스 중세 풍경 도시에서 짚으로 집을 짓는 프랑스 MZ 목수였다. 그는 친환경 건축을 사람을 생각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며, 여름에는 시원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 말했다. 깔끔한 설명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물음은 있다. 과연 대형 건축 또는 공공 건축에서 말하는 친환경 건축은 무엇일까? 그러던 중 2024 파리 올림픽 스타디움 건설에 한국인 건축가가 참여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만나야겠다. 이번엔 파리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2. 2002 수원 월드컵 경기장 지은 프랑스 건축회사, 스타디움의 친환경을 논하다.

소르본 대학 풍경 뒤로 해가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좀 더 걸었다. 걷다 보니 어느새 날이 저물었다. 그리고 어둠 속 파리를 빛내고 있는 한 건축 사무소 건물이 보였다. 그곳에서 30대 한국 청년은 프랑스 건축계를 이끌고 있었다.

파리 건축사무소 SCAU, 사진 : 에코저널리스트 쿠

건축가 이름은 유산(SAAN YOO)이다. 그가 일을 하던 사무소는 SCAU라는 파리 건축사무소였다. 프랑스에서 10위권 안에 드는 대형 건축 사무소다. 유산 건축가는 프랑스 정책을 빨리빨리 수용하는 대표적인 사무소라고 소개했다. 특히 SCAU는 한국과도 인연이 깊었다.

유산 건축가. 사진 : 에코저널리스트 쿠

“SCAU 건축 사무소는 2002년 수원 월드컵 경기장을 지은 경험이 있는 회사이기에 한국과 매우 인연이 깊다 할 수 있습니다. SCAU는 교량을 제외한 단일 건축물로 따졌을 때 주로 대형 건축물을 설계하는 건축 사무소입니다. 스타디움이 주력 사업입니다. 최근 아프리카에서 스타디움을 지었고,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축구 스타디움인 파르크 데 프랭스(Parc de Prince) 경기장 지명설계 공모에 참여 중입니다.”

PSG 경기장 파르크 데 프랭스 모습, 사진 : 에코저널리스트 쿠

Yes! 번지수를 잘 찾았다. 게다가 이강인 선수가 뛰고 있는 PSG 파르크 데 프랭스와 관련이 있다니 더욱 기대되었다. 그리고 대형 건축에서 말하는 친환경을 들을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스타디움이 새로웠다. 로마 제국에서 검투사들의 투쟁을 관람하기 위한 장소에서 시작된 스타디움에 어떻게 친환경 색채를 입힐 수 있을까? SCAU가 작업한 스타디움에서 어느 정도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 SCAU는 2024 파리 올림픽을 위해 배드민턴, 리듬체조 경기장을 지었다. 유산 건축가도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실제 작업에 20~30%만 참여했다고 겸손하게 말하지만 그에게서 스타디움이 갖는 친환경 면모를 들을 수 있었다.

“파리 아레나 스타디움으로 불리는 올림픽 스타디움 중 배드민턴과 리듬체조 경기장을 담당했습니다. 제가 프로젝트 참여했을 때는 이미 건물이 올라가는 상태였죠. 저는 견적 작업, 즉 이 부분을 줄여야 된다 이 부분은 어려울 것 같다 등 협력사와 조율하는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파리 아디다스 아레나 스타디움 조감도, 사진 : AdidasArena 페이스북 계정

유산 건축가는 이번 작업에서 부팀장으로 참여했다. 그는 SCAU가 스타디움을 바라본 시각이 매우 독특했다고 말한다. 미디어가 좋아하는 반짝이고 화려한 경기장으로 포장되는 것이 아닌 실제 사용 가치가 있는 건물을 만들겠다는 접근법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것이 친환경 건축의 핵심 중 하나라고 말한다.

“올림픽은 자국 중심의 인프라 건축이죠. 우연히 작업을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시공 현장도 직접 참여했고 공사도 높지 않은 가격으로 잘 진행되었습니다. 특히 조율 과정에서 건축 사무소가 이를 달성하려는 의지가 독특했습니다. 재료가 말해주는 설득력이 대단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즉, 유산 건축가는 아레나 스타디움이 친환경 건축에 있어서 언급할 수 있는 재료적 이슈를 모두 쏟아부은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지붕의 경우 철골 재료가 적용되었지만, 그 밖의 모든 공간은 집성목재가 사용된 목구조가 적용되었습니다. 또한 전체 외벽의 절반 이상을 목재로 구성하려고 했으며, 바닥구조의 경우 30% 물량이 저탄소 라벨이 적용된 콘크리트가 사용되었습니다. 이어서 내부 홀 공간의 구획벽은 재료적인 일관성을 위해서 기존 시멘트 벽돌을 사용한 것이 아닌 흙벽돌이 사용되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좌석은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소위 지금까지 건축분야에서 주로 언급되는 친환경 분야 중 재료적 이슈를 전부 모아다가 한 건물에 집약시킨 작업으로 느껴질 정도입니다."


#3. 친환경 건축? 오래 그리고 잘 쓰면 친환경

"이 스타디움은 주 경기장이 아니다 보니 예산 문제가 있었습니다. 사무소는 타원형의 건축물이 도시에서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가 생각했습니다. 타원형이 된 건물은 존재감 자체가 워낙 강렬해서 접근하기가 쉽지 않죠. 돌기엔 참 좋으나 실제로 공간을 사용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벽이 휘어있기에 실용적인 측면이 떨어지는 부분도 있죠. 스타디움이 자리 잡은 곳은 파리 북부 외곽지역입니다. 파리는 도시 확장을 노력 중인데 교통시설이 많이 지나가는 부분에 거대한 인프라를 짓는 것이죠. 하지만 기존과 같은 방식으로 스타디움을 지으면 거대한 섬이 될 뿐이라는 것이 저희 사무소의 고민이었습니다. 즉, 앞으로 어떻게 써야 할지에 대하여 고민한 것이죠.”

실용적인 측면을 고려하여 건설을 시작한 SCAU의 작품 아디다스 아레나 스타디움. 사진 : AdidasArena 페이스북 계정

그렇다. 생각해 보니 스타디움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고립된 섬이 될 수밖에 없다. SCAU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웨딩케이크를 떠올렸다.

"마을회관과 농구장이 결합된듯한 이 프로젝트는 타원형에 가까운 고전적인 스타디움 공간을 건물의 중심부에 배치하고 그 주위를 향후 지역주민들의 스포츠 시설(농구장), 커뮤니티 시설, 그리고 상업공간 몰을 배치하였습니다. 따라서, 하층부는 사각형의 모습을 띕니다. 얼핏 봤을 때는 스타디움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웨딩케이크처럼 생긴 외관은 외적으로 화려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친환경적 요소를 반영하려 노력했습니다. 재료적인 설득력뿐만 아니라, 실제 주민들이 사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관점이 해당 스타디움에서는 중요했습니다. 쓰지 않는 공공건물은 문제가 생깁니다. 친환경 건축을 재화적으로 생각한다면 계속 활용할 수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크게 만들고 쓰지 않는다면 부수기도 애매하고 강제로 쓰게 하기도 어렵습니다. 융통에 대해서 문제가 생기면 친환경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만, 사실 이러한 장기적인 관점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미디어에 노출될 수 있는 멋있는 건물을 지어야 하기 때문이죠. 다행히 메인 스타디움이 아니었기에 가능했던 시도였다고 봅니다. 100% 친환경을 못하더라도 대안적인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서 진행했습니다. 이름도 아디다스와 스폰서를 통해 ‘아디다스 아레나’로 지었습니다. 상업적 가치를 염두에 둔 것이죠. 단일 스타디움 형태 자체는 멋있지 않으나 친환경 관점에서 보면 계속해서 안정적으로 쓸 수 있습니다.”

아디다스 아레나는 이미 올림픽 이후로 사용될 농구장, 시민 체육관 그리고 문화시설로써의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사진 : SCAU architecture 페이스북 계정

그는 실천이라는 심플한 의지 속에서 원석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투우 경기장이 외곽에 있었는데 투우가 불법이 돼서 쓸 수 없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동그랗게 된 곳에 어떻게든 상가를 들어올 수 있도록 노력 중이었습니다. 때로는 간단하게 접근하는 것이 창의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는 법이죠.”


많은 국제대회가 있다. 월드컵, 하계 올림픽, 동계 올림픽. 이를 위해서는 경기장을 지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단발성 행사가 끝나면 많은 건축물들이 활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SCAU의 장기적인 관점은 단발성 행사를 지속가능한 건축으로 끌고 가기 위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스타디움이 친환경으로 변모하는 순간이다.

그런데 유산 건축가가 프랑스에서 직접 친환경 건축을 지은 작업이 있다고 한다. 그것도 우리 농협과 같은 회사의 지사 대형 건물이었다. 이 이야기는 2부에서 계속된다.

에코저널리스트 쿠 ecopresso23@gmail.com (취재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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