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 뒤에서 흘리는 땀방울, SSG 필드 파트너들의 이야기

유새슬 기자 2026. 3. 17.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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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필드 파트너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재욱·류승범·이근영·설재욱 씨. 유새슬 기자
SSG 필드 파트너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재욱·류승범·이근영·설재욱 씨. 유새슬 기자

야구 선수들의 훈련을 준비하고, 훈련을 돕고, 경기 중에는 불펜 투구를 돕고, 경기를 마치고는 그라운드와 더그아웃을 가장 늦게 빠져나온다. 타자들의 모든 타석, 투수들의 모든 투구에 선수단과 함께 울고 웃는 ‘필드 파트너’들의 이야기다.

SSG 투수 김건우는 필드 파트너들에 대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 투수들이 좋은 기량을 낼 수 있게 도와주시는 가장 소중한 조력자들”이라며 “매일 투구 컨디션과 밸런스를 세밀하게 점검해주신다. 어쩌면 포수 형들만큼이나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의지하는 정말 감사한 동료”라고 경의를 표했다.

투수들의 공을 받는 강재욱 씨와 류승범 씨, 야수들에게 배팅 볼을 던지는 이근영 씨와 설재욱 씨는 평일 저녁 6시30분 경기가 있는 날은 늦어도 오후 12시까지는 야구장에 출근한다고 했다. 선수단 훈련이 제시간에 시작될 수 있도록 장비를 세팅하는 일로 이들의 일과가 시작된다. 경기가 끝나면 1~2시간 정도 뒷정리를 한 다음 야구장을 떠난다.

선수들이 그렇듯 이들에게도 날씨와 사투를 벌이는 게 일상이다. 류승범 씨는 “그냥 항상 덥다”고 웃었다. 이어 “근데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힘들어도 선수들에게는 티를 내지 않으려고 한다. 날이 덥든 비가 오든 똑같이 훈련을 세팅하고 최대한 성심껏 도우려고 노력한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공을 받는 파트너들은 투수들의 컨디션을 어쩌면 투수 본인보다도 잘 아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투수는 물론이고 코치진과도 평소 많은 대화를 나눈다. 공에 대한 평가를 최대한 솔직하게 하려는 건 일종의 사명감이기도 하다. 10년 차 강재욱 씨는 “코치님들이나 전력 분석 파트에서는 항상 이 선수의 공은 어떤지를 물어보신다. 캠프 때는 감독님과도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라며 “나는 느끼는 점을 투수에게도 솔직하게 얘기하는 편이다. 그래야 투수가 자신의 공에 확신을 갖고 경기에 나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안 좋은 공을 좋다고 말하면 시합 때 오히려 나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했다.

선수들과 가장 가까이서 호흡하는 직업이다. 가장 고마웠던 선수를 묻자 베테랑들의 이름이 가장 먼저 나왔다. 강 씨는 “(김)광현이 형이 데일리 MVP를 받으면 항상 우리에게 선물을 주셨다”며 “평소에도 ‘고맙다’ ‘미안하다’는 표현을 많이 해주신다. 이미 김광현이라는 선수는 슈퍼스타인데 주위 사람들을 그렇게 잘 챙기는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그 위치까지 가게 됐는지를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른손 배팅볼을 던지는 이근영 씨는 “스프링 캠프에서 (김)재환 형이 휴식일에 배팅볼을 던져달라고 요청하셨다. 훈련을 마치고 고생했다고 선물을 주셨는데 너무 감사했다”고 했다.

이들이 보람을 느끼는 순간도 대단히 거창하지는 않다. 야수들에게 왼손 배팅볼을 던지는 설재욱 씨는 하루에 100~150구를 던진다. 설 씨는 “내가 공을 던졌던 타자들이 시합에서 잘 치면 그렇게 기분이 좋다. 훈련이 끝나고 ‘잘 던져줘서 고맙다’는 한마디를 들으면 그 자체로 정말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강 씨는 “팀이 이기면 내가 1승에 조그마한 보탬이라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혼자서 작은 보람을 느낀다. 내가 공을 받았던 투수들, 내가 공을 던졌던 타자들이 시합에서 잘해주면 그게 그저 재밌다. 그 재미로 버티면서 이 일을 하는 것 같다”고 했다.

경기 엔트리에도 이름이 오르지 않고 등 뒤에 이름 석 자도 인쇄되지 않는다. 그래도 이들은 하나같이 간절하게 팀 우승을 바란다.

4명 중 유일하게 소속 구단에서 우승한 경험이 없는 설 씨가 “나도 우승 한번 해보고 싶다”고 웃었다. 그는 “야수들에게 조금 더 치기 좋은 코스로 공을 던져서 올해 꼭 우승했으면 좋겠다. 나의 선수 생활을 돌이켜보면 경기 전에 공을 잘 치고 실전 타석에 들어가야 다른 생각 없이 좋은 타구만 노릴 수 있었다. 지금 경기를 뛰는 선수들에게도 똑같이 해주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통합 우승팀 LG에 있다가 이번 겨울 SSG로 옮긴 이 씨는 “우승은 한 번 해도 계속 하고 싶다. 팀에 민폐 안 끼치고 잘 도와서 우승 한번 더 하면 정말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류 씨는 “작년 우리 팀 투수력이 아주 좋았다고 생각한다. 올해도 ‘최강 불펜’ 느낌으로 최소한 가을 야구까지 진출해서 우승까지 할 수 있도록 조금 더 열심히 돕고 싶다”고 말했다.

강 씨는 “팀이 작년보다 조금 더 높은 위치에 오르면 좋겠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이 구단의 일원이라면 누구든 공통된 목표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각자 하는 일은 다르고 위치도 다르지만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올해는 작년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 갈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했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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