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 파업에 암참 이례적 경고… "韓 반도체 공급망 해체"

장우진 2026. 5. 11.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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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 확대 시 빅테크 거점 다변화
韓 AI공급망 ‘비즈니스 허브’ 위상 약화
메모리 2%만 줄어도 시장부담 가중
노조는 "성과급 명분화 없이 협상 없다"
삼성전자 첫 과반노조 지위를 확보한 '삼성전자 초기업노조' 노조원들이 지난 23일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앞에서 투쟁결의대회를 갖고 있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이하 암참)가 11일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 움직임에 대해 공개적으로 우려의 뜻을 표명했다. 국내 최대 외국 상의가 특정 기업의 노사 문제를 두고 입장을 낸 것은 이례적이다.

암참은 삼성전자 파업에 따른 첨단 산업 공급망 차질을 심각하게 우려했다. 이로 인해 빅테크 기업들이 핵심 산업에서 한국 의존도를 줄일 수 있으며, 한국 경제의 위상도 추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삼성전자가 한국 경제는 물론 글로벌 인공지능(AI) 생태계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 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대로면 삼성전자 노조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오는 21일부터 18일 간 파업을 단행한다.

암참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삼성전자에서 상당한 수준의 생산 차질이나 운영 불확실성이 발생할 경우,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공급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공급 병목 현상과 가격 변동성 확대, 조달 안정성, 전반적인 공급망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한층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암참은 "핵심 수출 산업의 노동 불확실성은 한국이 구축해온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글로벌 제조·기술·공급망 파트너로서의 위상과 역내 비즈니스 허브로서의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불확실성이 확대될 경우 글로벌 기업들의 공급망 다변화 움직임이 더욱 빨라질 가능성도 제기된다"고 덧붙였다.

암참은 글로벌 주요 기업들이 공급망 집중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생산 및 조달 거점을 다변화하는 과정에서 경쟁국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도 거론했다.

암참은 약 800개 회원사를 둔 국내 최대 외국 상공회의소로,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구글, 애플, 아마존, 오라클, 퀄컴 등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작년 4분기 기준으로 D램 시장점유율 36.0%, 낸드플래시 점유율 28%를 차지하고 있는 세계 메모리반도체 1위 업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AI 데이터센터 투자 열풍으로 인해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극심한 공급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1년 새 D램 가격은 10배가량 치솟았고, 낸드플래시 가격 역시 7배나 상승했다.

이 와중에 업계 1위가 생산을 멈추면 AI 시장은 패닉에 빠진다. 업계에서는 메모리 생산량이 2%만 줄어도 시장 가격이 20~30%가량 더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번 파업으로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40조원 넘게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상황은 파업 가능성에 더 무게가 실린다.

노조 측 대표로 나선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노사 사후조정 회의에 앞서 기자들에게 "영업이익 15% 성과급 지급과 상한 폐지가 제도화되지 않으면 노사 조정 자체가 어렵다"며 "회사가 제도화에 대해 입장이 없으면 오늘이라도 저희는 조정이 안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측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진 않았으나, 노조의 요구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에서는 아직 예고한 파업까지 열흘이 남았기 때문에 마지막 반전 카드에 기대를 걸고 있다. 최 위원장도 "회사의 전향적 변화가 있으면 저희도 그에 대한 고민은 해보려 한다"고 여지를 남겼다.정부도 노사 간 원만한 협의를 당부했다. 구윤철 부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반도체 칩을 못 구해서 전 세계가 한국에 와서 어떻게 해서든 칩을 구하려고 하는 중요한 시기"라며 "노사 불협화음이 나서 스스로 기회를 놓치는 안타까운 일이 있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이날 정책점검회의 겸 비상고용노동상황점검회의 모두발언에서 "각자의 이익 추구를 넘어 상생의 노사관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기업의 바람직한 성과 공유와 분배에 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장우진 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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