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주의 오래된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고소한 떡 냄새가 콧끝을 살짝 간질여요. 그 길 끝에는 무려 43년간 이어진 떡 내공을 품은 한 대가족의 작업장이 자리하고 있어요. 바로 충남 공주시 용당길 11에 위치한 ‘부자떡집’이에요.
이곳은 한 가문의 역사가 켜켜이 쌓인 맛의 공간이자, 여행자의 발걸음을 사로잡는 정겨운 시간의 집합체랍니다.
가마솥 속에서 피어나는 가족의 이야기

아직 해도 뜨지 않은 깊은 새벽 2시, 이곳 부자떡집의 하루는 시작돼요. 마치 군대처럼 맞춰 입은 빨간 작업복을 한 남자들이 분주히 움직여요. 그 중심에는 43년 전 이 떡집을 연 아버지 심재승 씨가 있어요.
빵 공장에서 배운 기술을 살려 떡집을 열고, 이제는 아들과 사위까지 떡 반죽과 찌는 과정을 함께하는 풍경이 낯설면서도 푸근해요. 아버지부터 큰아들, 막내아들, 사위까지 – 주방은 오직 남자들의 손길로 쫄깃한 떡이 탄생하는 신성한 무대랍니다.
달콤한 알밤떡의 탄생, 공주의 맛을 담다
떡집에서 하루에 만드는 떡 종류만 해도 30가지나 돼요. 가래떡, 호박말이, 시루떡, 영양찰떡… 그 중에서도 공주를 대표하는 재료인 알밤을 가득 품은 ‘알밤떡’은 꼭 맛봐야 할 별미예요.
한입 베어 물면 은은한 밤 향기와 쫄깃한 식감이 혀 끝에서 살포시 춤을 추지요. 이곳의 떡은 단순히 맛있는 간식이 아닌, 공주의 특산물이 담긴 작은 여행 기념품 같아요.
아침을 여는 가족, 그리고 삶의 진한 의미

잘 빚어진 떡들이 하나둘 완성되면, 이젠 어머니와 며느리들, 그리고 딸이 포장과 판매를 맡아요. 임신한 딸마저 막달에도 가게에 나와 손을 거드는 모습에, 이 집안에는 평범한 일상이 아닌 ‘함께하는 삶’ 그 자체가 녹아 있어요.
어머니 최원숙 씨와 큰며느리, 딸까지 총출동한 뜨거운 손길은 떡 하나하나에 온기를 불어넣어요. 그렇게 완성된 떡들은 또 다른 여행자의 손에 건네져, 공주의 길 위를 떠나며 작은 행복이 되어줘요.
떡 한 조각에 깃든 세월, 그리고 사랑
공주 부자떡집의 대가족은 삼남매와 며느리, 사위, 손주들까지 이어져 총 16명에 이른대요. 수많은 이들의 손끝에서 탄생하는 떡은, 단순히 솜씨 좋은 가족의 성공 스토리를 넘어, 오랜 시간을 견뎌온 깊은 애정의 결과물이랍니다. 이 떡집 문을 열고 들어서면, 맛있는 떡으로만 여행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아끼는 가족의 역사와 삶의 풍경까지 곁들이게 되는 셈이에요.
이제 공주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면, 이곳 부자떡집에 들러보세요. 한 조각의 떡 안에 녹아 있는 달콤한 알밤과 가족의 진한 정을 맛보는 순간, 공주 여행의 이야기는 더욱 쫄깃하고 풍성해질 거예요.
[부자떡집 정보]
• 문의: 041-854-5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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