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SMIC 8인치 가격 인상 ‘역풍’···중국발 물량 韓 파운드리로
中 반도체 자립화로 칩 물량↑···한국 등 해외 파운드리로 분산
DB하이텍, 작년 중국 매출 비중 62.7%···올해 풀가동 전망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중국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SMIC가 작년말 8인치 파운드리 가격을 인상한 이후 고객사들의 반발에 부딪히자, 리베이트(과도하게 지불된 금액을 돌려주는 제도)를 단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들 사이에선 칩 생산처를 자국 파운드리 중심에서 일부 해외로 분산하는 움직임이 뚜렷해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중국의 반도체 자국화 정책이 강화됨에 따라 대만·한국 등의 8인치 파운드리로 물량이 이동하며 수혜로 이어지는 흐름이란 분석이다.
31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중국 SMIC는 주요 고객사인 현지 팹리스 기업들을 대상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8인치 BCD(바이폴라 CMOS DMOS) 공정 파운드리 가격을 10~15%가량 상향 조정한다고 통보했다.
중국 정부의 반도체 자립 강화 정책으로 칩 물량이 늘어난 데다, 삼성전자·TSMC 등 주요 파운드리 기업들이 8인치 라인을 축소하며 공급이 타이트해지자, 수익성 제고 차원에서 인상을 단행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해 하반기 SMIC의 파운드리 공장 가동률은 90%대 중반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파운드리 가격 인상에 따라 중국 팹리스 기업들의 반발이 심해지면서, SMIC는 주요 고객사들을 대상으로 다시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 추산하는 SMIC의 가격 인상 효과는 2~4% 수준에 그친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SMIC도 가동률을 신경 쓸 수밖에 없어서 가격 인상을 추진했던 건데, 그때 살짝 밀리는 것을 확인했다. 고객사들 반발이 예상보다 심했고,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에 리베이트를 줬다고 들었다"며, "시장에선 사실상 10% 수준의 가격 인상률이 적용되진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중국 파운드리 업체들이 8인치 생산라인을 풀가동 상태로 지속하긴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와 TSMC가 8인치 웨이퍼 캐파(생산능력)을 줄이고 있지만, 현재의 높은 가동률은 반도체 가격 상승 우려에 따른 세트업체들의 재고 확보 영향이 크단 분석이다.

반면, 국내 8인치 파운드리 가동률은 올해도 높은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중국 팹리스 기업들이 자국 정부의 반도체 자립화 기조 아래 칩 물량을 지속 늘리면서, 한국 등 해외 파운드리로 발주처를 다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정부는 현재 공공 데이터센터 부문 컴퓨팅 칩의 절반 이상을 자국 기업 제품으로 조달하도록 요구하고 있으며, 2027년까지 국산 채택률 70% 달성을 목표로 내세운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국내 8인치 웨이퍼를 주력으로 하는 DB하이텍은 올해 연간 가동률 전망치를 98%로 제시했다. 지난 2024년 76% 수준에서 작년엔 92%까지 끌어올렸으며, 특히 당해 4분기엔 98%의 가동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DB하이텍의 지난해 연간 기준 중국 매출 비중은 62.7%로 절반을 훌쩍 넘는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SMIC는 10개의 큰 내수 고객사가 주를 이루고 있다면, DB하이텍은 400개 정도의 고객사로부터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 운영 중이다. SMIC는 현지 가전, 모바일 세트업체들이 주류여서 내수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만, DB하이텍은 상대적으로 이런 영향이 덜한 구조"라고 말했다.
DB하이텍 관계자는 "파운드리 가격에 대한 부분은 내부 전략적으로 가져가는 측면이 있어서 명확하게 정의하긴 어렵지만, 다른 회사들이 시장 가격 인상에 반응하는 부분들이 있어서 우리도 이런 시장 흐름을 주시하고 있다"며, "연말까지 풀가동 상태를 유지하는 부분에 대해선 아직 시장의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보고 있고, 이런 부분들을 모니터링하면서 잘 대처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Copyright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