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라이트 차단, 과학적 근거는 없다... 스마트폰 사용 시 눈은 어떻게 보호해야 하나?
[IT동아 정연호 기자] 전자기기 사용이 일상화되면서 사람들은 눈 건강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을 오래 붙들고 있으면 눈이 뻑뻑해지니 피곤한데, 이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막막한 것도 사실이다. 누군가는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을 쓰면 좋다고 말하고, 또 다른 사람은 이를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안과 전문의들이 공통으로 하는 말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자주 쉬어라”라는 것이다. 아무리 눈 건강을 위해 여러 행동을 해도 충분한 눈 휴식을 취하지 않으면 위험하다. 특히, 청소년기는 시력 변화가 크게 나타나기 때문에 시력 관리가 중요하다. 눈 건강을 위해서 어떤 행동이 필요한지 살펴보자.
1.스마트폰을 사용하고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자
스마트폰을 장시간 사용했을 땐 휴식이 필요하다. 게임을 하거나, 웹툰이나 유튜브 동영상을 볼 때는 한 번에 2시간 이상씩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눈 피로감을 가중한다. 30~40분을 사용하면 5~10분은 쉬는 게 좋다고 한다. 스마트폰을 하다 휴식을 취할 땐 먼 곳을 그냥 바라보면서 쉬거나, 눈을 감고 있는 게 좋다. 양손을 비벼 마찰열로 손을 따뜻한 상태로 만든 뒤 눈을 감싸는 마사지도 눈을 편하게 한다.
2.스마트폰 사용 시 최소 30cm 정도는 눈과 거리를 두고 사용하는 게 필요하다
가까운 대상을 쉬지 않고 오래 보는 건 눈을 더 피곤하게 만드는데, 스마트폰은 눈 바로 앞에서 보는 일이 많다. 가까운 대상을 볼 땐 눈에 있는 조절근을 사용해야 한다. 가까운 대상을 계속 보는 상태가 지속되면 이 근육이 일시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마비상태가 된다. 이를 가성 근시라고 하는데, 먼 곳이 잘 보이지 않는 상태다. 가성근시 상황에서 휴식을 취하지 않으면 조절근의 기능이 저하된다.
3.눈을 의식적으로 깜빡이는 게 좋다
사람은 보통 1분당 15회 정도 눈을 깜빡이는데, 스크린을 집중해서 볼 때는 5~7회까지 줄어든다고 알려져 있다. 눈 깜빡임이 줄어들면 안구 수분이 마르는 안구건조증이 생길 수 있다. 주위 환경이 건조하다면 눈은 더 빠르게 마른다. 안구건조증이 생겼을 때 즉각적인 치료를 하지 않으면 각막이 손상돼 시력이 떨어지고, 염증이 생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스마트폰을 사용할 땐 의식적으로 눈을 깜빡이는 게 중요하다. 안구건조증이 심하거나 시력이 너무 떨어지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눈이 뻑뻑한 현상이 계속된다면, 스마트폰 사용 후 잠시 쉴 때나 자기 전 따뜻한 물수건을 눈 위에 5분 정도 올려놓는 마사지도 도움이 된다.
4.어두운 곳에서 스마트폰 사용은 피하는 게 좋다
어두운 곳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시력이 떨어지거나, 녹내장에 걸릴 위험이 있다. 어두운 곳에서 밝은 걸 보면 눈은 긴장 상태가 돼 피로도가 증가하는데, 지속적으로 이런 행동을 하면 안구건조증이 생기거나 눈의 긴장으로 시력이 떨어지는 근시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눈의 압력인 ‘안압’이 적절하게 유지돼야 눈이 동그란 공 모양을 유지한다. 이 안압의 상태를 결정하는 게 눈 안에서 만들어지는 물인 ‘방수’다. 방수가 제대로 배출되지 않으면 안압이 올라가게 된다. 안압이 높아지면 시신경이 눌려서 손상되고, 이는 녹내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어두운 곳에서 스마트폰을 하면 방수가 제대로 배출되지 않아 안압이 올라가게 되고 실명을 초래하는 녹내장 위험도 커진다. 안압이 갑자기 올라서 시신경에 압박을 가하면 급성 폐쇄각 녹내장이 발생할 수 있다. 급성 폐쇄각 녹내장은 치료 시기를 놓치면 실명 위험이 있어 신속한 치료가 중요하다.
5.스크린 밝기는 주변 환경에 맞춰서 쓰는 게 좋다
스마트폰을 쓸 땐 화면을 너무 밝게 하거나, 너무 어둡게 하는 건 피하는 게 좋다. 전문가들은 주변 조명의 밝기와 유사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아이폰의 경우엔 디스플레이 설정에서 True Tone을 통해 주변 환경에 맞는 색온도와 밝기를 자동으로 설정할 수 있다. 삼성 갤럭시에선 밝기 최적화로 주변 환경에 맞춰 화면 밝기를 자동으로 조정할 수 있다. 화면 글씨를 작게 하면 무의식적으로 화면을 밝게 하거나 스마트폰을 가까이서 보기 때문에, 글자는 멀리 떨어졌을 때도 잘 보이는 크기로 설정하는 게 좋다.
6.스마트폰 화면은 클수록 좋다
중앙대학교병원 안과 문남주 교수팀이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사용에 따른 눈 변화’를 연구한 내용에 따르면, 스마트기기 화면이 작을수록 조절근점과 눈모음근점의 변화가 크고 눈이 더 빠르게 피로해졌다. 이 연구는 안과 분야 SCI급 안과 학술지인 ‘BMC Ophthalmology(BioMed Central Ophthalmology)’에 게재됐다.
연구에서 참가자들은 화면 크기가 다른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각각 다른 날 사용하게 했다. 선명한 상태에서 물체를 얼마나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지 검사하는 조절근점 검사의 경우, 스마트폰이 태블릿PC보다 1.8배 악화했다. 가까이서 대상을 볼 때 두 눈이 모이지 못하는 정도를 보는 눈모음근점 검사에선, 스마트폰이 태블릿PC에 비해 2.5배 악화했다. 또한, 참가자들은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태블릿PC보다 더 눈이 피로하다고 답했다. 문남주 교수팀은 “스마트기기의 화면이 작을수록 눈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수 있으므로, 용도에 따라 적절한 크기의 스마트기기 선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눈 보호하는 블루라이트 차단?... "과학적 근거 없어"
보통 눈 건강을 위해서 전자기기를 쓸 땐 블루라이트를 차단하는 기능 혹은 안경을 쓰는 경우가 많다. 다만, 전문가들은 블루라이트가 눈을 손상한다는 주장은 과학적인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다.
블루라이트는 TV, 컴퓨터, 핸드폰 등의 디스플레이에서 방출되는 청색 빛으로, 에너지가 강해서 망막을 손상한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안과협회(aao)는 “디지털기기에서 나오는 블루라이트가 눈에 손상을 가한다는 연구 결과는 없다”고 말했다. aao에 따르면, 스크린을 오랫동안 보고 눈이 피로한 건 사람들이 눈을 깜빡이는 횟수를 줄여서 그런 것이다. 눈의 피로는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방식과 관련된 것이지, 스크린에서 나오는 ‘무언가’ 때문이 아니라는 뜻이다. aao는 블루라이트가 눈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에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도 권하지 않는다.
톨레도대학(University of Toledo) 연구진은 블루라이트가 시력에 안 좋은 영향을 준다고 발표했는데, aao는 이 연구를 반박했다. 톨레도대학의 연구는 실제 사람이 아닌 쥐의 망막 세포를 추출한 것이며, 연구에선 실제 눈의 세포가 빛에 노출되는 방식을 모방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블루라이트는 스크린보다 햇빛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스크린의 블루라이트는 햇빛에서 나오는 것보다 덜 위험하다는 게 aao의 설명이다.
다만, 블루라이트는 수면 유도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분비를 막기 때문에, aao는 “잠자기 전에는 스크린을 보는 시간을 줄이는 게 좋다”고 했다. 그렇다면,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을 쓰는 게 수면에 도움이 될까? 아직 확실하지 않다. 글로벌 의료전문지 메디컬뉴스투데이는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이 수면의 질을 높여준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긴 하지만, 일반화된 결론을 내리기는 아직 연구의 양이 적다.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화면을 어둡게 하고 글자를 하얗게 만드는 다크모드는 잠자기 전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도움이 된다. aao는 “밤에 밝은 빛에 노출되면 뇌는 멜라토닌을 생성하는 것을 멈춘다. 다크모드를 사용하면 몸은 실제 시간을 착각하지 않게 되고, 더 쉽게 잠들 수 있게 된다. 또한, 불을 끈 상태에서 스마트폰을 할 때 다크모드를 쓰고 화면 밝기를 낮추는 건 스크린의 밝은 빛과 어두운 방의 빛 차이를 줄이고, 눈 피로를 덜 수 있다”고 했다. 물론, 방의 불을 끈 채로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게 가장 좋다.
주변 환경이 밝은 상황에서 다크모드를 쓰는 건 오히려 눈 건강에 좋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눈에 들어오는 빛이 적어지기 때문에 사물을 명확하게 보는 것이 더 힘들어져 피로가 쉽게 쌓이기 때문이다.
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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