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루리의 법률살롱] 변호사 눈에만 보이는 영화 '위키드' 속 '불편한 진실'

이설희 기자 2025. 11. 29.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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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센스] 전 세계를 홀린 브로드웨이의 걸작, 영화 <위키드>. 화려한 영상미와 가슴을 울리는 넘버 'Defying Gravity', 그리고 엘파바와 글린다의 우정까지. 관객의 마음을 훔친 영화인 것은 분명하지만, 초록색 피부의 엘파바가 '사악한 마녀'로 낙인찍히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영화 속의 다양한 법률 이슈들을 변호사의 시선으로 파헤쳐 봤다.

위키드: 포 굿  제공

CASE 1. 쉬즈 대학의 왕따 사건 

"대학생끼리 괴롭히면 '학폭위' 열리나요?"

영화 초반, 초록색 피부를 가진 엘파바는 쉬즈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학생들의 따가운 시선과 노골적인 따돌림을 받는다. 룸메이트가 된 '금수저' 글린다는 친구들과 합세해 엘파바를 조롱한다.

Q. 글린다 패거리,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에 회부될까?

A. 정답은 '아니요'다.

많은 이들이 오해를 하는데, 대한민국의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은 초·중·고등학교까지만 적용되며, 대학은 이 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그렇다고 성인인 대학생들이 마음 놓고 괴롭혀도 되느냐? 그것도 틀렸다. 대학 내 따돌림은 학칙에 따른 징계사유임은 물론이고, 법적으로는 더 무시무시한 '민형사상 책임'이 따른다.

민사 엘파바는 글린다와 그 무리를 상대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청구(민법 제750조)를 할 수 있다.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청구가 가능하다.

형사 여러 사람이 보는 앞에서 "냄새가 난다"거나 "괴물 같다"고 모욕했다면 모욕죄, 허위 사실을 퍼뜨렸다면 명예훼손죄로 '빨간 줄'이 그어질 수도 있다.

Plus. 동생 네사로즈를 위한 변호 - 엘파바의 동생 네사로즈는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이다. 만약 학교가 휠체어 경사로를 설치하지 않아 네사로즈가 수업을 못 듣거나, 교수가 "다리가 불편하니 넌 빠져라"라고 했다면? 이것은 100%「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이다. 따라서 네사로즈는 학교를 상대로 차별 구제 소송을 제기해 당당하게 권리를 찾을 수 있다.

위키드: 포 굿  제공

‍ CASE 2. 출생의 비밀과 친자 확인

"아빠, 나한테 양육비는 주셨나요?"

《위키드》는 사실 '막장 드라마'의 필수 요소인 출생의 비밀을 품고 있다. 엘파바의 초록 피부는 어머니가 마법사(The Wizard)가 건넨 초록색 물약을 마셨기 때문이라는 암시가 나오기 때문. 그렇다면 엘파바의 생물학적 아버지는 오즈의 마법사일 가능성이 크다.

Q. 엘파바가 친아빠(마법사)를 찾으면 법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A. '인지 청구의 소'와 '상속 전쟁'의 서막이 오른다.

현재 엘파바의 호적(가족관계등록부)상 아버지는 먼치킨랜드의 영주로 되어 있으므로 엘파바가 친부를 찾기 위해서는 두 단계가 필요하다.

1단계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의 소 - "지금 호적상 아버지는 제 친아빠가 아니다"라고 법원 판결을 받는다.

2단계 인지 청구의 소 - 마법사를 상대로 "당신이 내 아빠라는 걸 인정해!"라며 소송을 걸면 유전자 검사(친자 확인)는 필수가 된다.

친자로 인정받는 순간, 엘파바는 마법사의 법정 상속인 1순위가 된다. 이것은 마법사가 가진 그 거대한 에메랄드 시티의 부(富)에 대한 권리가 생기는 것. 게다가 마법사가 그동안 주지 않은 과거 양육비까지 청구할 수 있다. 마법사가 빗자루 타고 도망가도 소용없다. 한국 법원은 끝까지 쫓아가니까.

CASE 3. 염소 교수님(딜라몬드 박사)의 강제 연행

"교수님을 쫓아내다니, 이건 명백한 부당해고!"

변호사라면 가장 화가 날 장면. 쉬즈 대학의 유일한 동물 교수인 딜라몬드 박사는 "동물들이 말을 잃어가고 있다"는 진실을 가르치려다, 모리블 학장의 계략으로 학교에서 쫓겨나고 만다.

Q. 사립대학 교수를 총장 맘대로 자를 수 있나?

A. 절대 안 된다. 한국이라면 교육부 소청심사감이다.

대한민국 사립학교법은 교원의 신분을 철저히 보장한다. 사립대 총장은 공무원이 아니어서 형법상 직권남용죄 적용은 어렵지만, 교원지위법 위반: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상 정당한 사유(범죄, 파렴치한 행위 등) 없이 교수를 면직시킬 수 없다. 따라서 딜라몬드 박사는 즉시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해야 하며 이는 100% 승소할 수 있다.

⚖️ 마녀가 악당이 되는 세상, 법은 누구 편일까?

영화 속 오즈의 지배자들은 자신들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약자(동물)를 탄압하고, 진실을 말하는 엘파바를 '사악한 마녀(Wicked Witch)'로 낙인찍는다. 법률가로서 이 영화가 씁쓸했던 건, "법과 제도가 정의롭지 않을 때, 개인이 얼마나 처참하게 망가질 수 있는가"를 보여주기 때문이었다. 엘파바가 빗자루를 타고 하늘로 솟구친 건(Defying Gravity), 어쩌면 부당한 세상의 법 심판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정의를 찾기 위한 '최후의 변론'이 아니었을까? 동화 속 세상이나 우리가 사는 현실이나,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지켜주는 것이 진짜 '마법' 같은 법의 역할일 텐데 말이다. 이번 주말, 《위키드》를 보면서 화려한 마법 주문 속에 숨겨진 엘파바의 '인권 투쟁기' 또한 눈여겨볼 것을 추천한다.

CREDIT INFO

이루리 이루리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서울대 법대 졸업 후 대형 로펌과 사업 경험을 바탕 삼아 민사·상속·이혼법률문제를 주력으로 다루고 있다. 다수 기업의 자문 및 형사, 노동 이슈까지 섭렵한 경험과 실력을 겸비한 변호사다.

이설희 기자 seherhe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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