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기자의 영화영수증 #859] <벗어날 탈 脫> (Not One and Not Two, 2024)
글 : 양미르 에디터

영문 모를 병에 걸린 '영목'(임호준)은 시간이 갈수록 죽음을 온몸으로 느끼고, 점차 '무(無)'에 빠져든다.
모든 관계를 단절하고 108배 수행에 매진한 '영목'은 어느 날, 헛것이 보이기 시작하고, 수행에 집중할 수 없게 된다.
한편, 끝나는 것이 두려워 엔딩에 이르기 직전의 순간만을 그리는 미술 작가 '지우'(위지원)는 전시를 앞두고 새로운 영감을 찾던 중 한 남자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2021년 26회 부산국제영화제 초청 상영작인 <벗어날 탈 脫>은 단절된 시대에서 '삶'이라는 이름의 아파트 속 남녀가 깨달음과 영감을 얻기 위한 과정이 릴레이로 펼쳐지는 영화다.
서보형 감독의 장편 영화 데뷔작으로, 불교에 심취한 그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이다.
서 감독이 깨달음을 체험하고자 매일 108배와 명상을 하던 시기에 우연히 체험한 오묘한 순간을 영화적 언어로 펼쳐낸 것.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자각의 순간을 깨달음을 구하는 '영목'과 영감을 구하는 '지우'의 순간을 통해 드러낸 서보형 감독은 "불교에는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니며 같지도 않고 다르지도 않다'는 뜻의 '불일불이(不一不二)'라는 말이 있다. 모든 분별이 사라진 자리를 말하는 이 철학을 적용하여 교차하는 두 인물의 이야기를 떠올렸다"라고 전했다.
작품의 제목인 '벗어날 탈'(脫)은 육달 월 '변'(⺼)에 기쁠 '태'(兌)가 합쳐진 한자.
서보형 감독은 "왼쪽은 육체를, 오른쪽은 그것을 벗어난 자의 웃는 모습을 의미하는데, 오른쪽의 기쁠 태는 정신적인 엑스터시 같은 것이라, 탈(脫)은 육체와 정신의 관계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한자의 의미적 결합처럼, 행동하는 자인 '영목'과 사유하는 자인 '지우'의 결합을 잘 표현해 주는 <벗어날 탈 脫>을 제목으로 짓게 되었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서보형 감독은 자신의 전매특허인 4:3 화면비의 회화적 미장센과 감각적이고 테크니컬한 연출을 녹여내어 매혹적인 형식을 탄생시켰다.
서 감독은 "필름에 음성 녹음이 가능해지면서 새롭게 채택된 아카데미 비율인 1.375:1을 사용하고 있다"라면서, "화면비를 먼저 결정하고 거기에 맞는 미학을 찾는 식으로 작업했는데, '영목'의 108배나 좌선, 명상 춤(수피 댄스) 등 수직적인 움직임이 중요해서 그것을 고려하여 프레임을 구성했다. 또한, 영화의 주요 미학인 '정지'와 '움직임'의 차이를 부각하기 위해 효과적인 비율이기도 하다"라면서, 화면비를 선택한 이유를 전했다.
작품의 주인공인 '영목'은 수행을 하며 '무(無)'에 빠져들고자 하지만 들끓는 번뇌에 휩싸여 괴로워하는 캐릭터로, 생각이 많아 마음을 비우지 못하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이다.
'영목'을 맡은 임호준은 <야구소녀>(2020년), <흩어진 밤>(2021년), <복지식당>(2022년), <태어나길 잘했어>(2022년) 등 독립영화에서 다채로운 배역으로 열연을 펼친 바 있다.
임호준은 "대사보다는 몸짓과 표정으로 말하는 '영목'을 연기하며 "많이 분석함과 동시에 많이 비우는 방식으로 표현했다. '영목'의 생각과 상황을 온전히 느끼고 즐기고자 했다"라고 전했다.
서보형 감독은 "불교 철학을 바탕에 두고 있긴 하지만 종교 영화의 틀에서 벗어나길 원했다. 다수의 작품에서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줬고, 좋은 희극성을 지니고 있는 임호준 배우가 떠올라 캐스팅 제안을 했다"라고 소개했다.

'지우' 역의 위지원은 선우정아의 '백년해로', '고양이', 옥상달빛의 '푸른밤' 등 다수의 뮤직비디오에서 얼굴을 알린 모델 출신 배우다.
위지원은 "평소 깨달음이란 주제에 관심이 많아서 영화에 호기심을 갖게 됐다"라면서, "연기를 하는 동안 나도 '지우'처럼 영감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지우'와 나야말로 '하나도 둘도 아닌 관계'였다"라고 이야기했다.
서보형 감독도 "위지원은 모델 출신으로 움직임이 무척 좋다. 위지원의 독특한 분위기 덕분에 '지우'의 신비로움이 잘 표현되지 않았나 싶다"고 전했다. 그렇게 위지원은 미스테리한 체험의 순간에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되면서, 현실적이면서도 몽환적인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 냈다.
2021/10/09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상영작
- 감독
- 서보형
- 출연
- 임호준, 위지원, 성용훈, 장준휘, 봉수지, 서보형, 김비오, 박우재, 서보형, 이수진
- 평점
- 정보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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