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 열풍에…스포츠 브랜드들도 '땀 범벅'

김지우 2024. 10. 21.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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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화 등 러닝 장비 수요 늘어
인기 제품, 웃돈 얹어 중고 판매
신제품명에 마라톤 대회 개최일 적용
러닝 /사진=아이클릭아트

러닝 인구 1000만 시대. 2030대 젊은층을 중심으로 달리기 열풍이 이어지면서 러닝용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스포츠 브랜드들은 소비자 이목을 끌기 위해 마라톤 대회를 주최·후원하고, 대회와 연계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이같은 고객 밀착형 마케팅으로 까다로워진 소비자들의 제품 선택을 겨냥하겠다는 전략이다.

각광받는 '러닝'

달리기는 단순한 운동을 넘어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아웃도어 활동, 실내외 운동 15종 경험률' 조사결과에 따르면 최근 가장 빠르게 저변이 확대된 종목은 '조깅·달리기'였다. 최근 3년간 조깅·달리기 경험률을 보면 2021년 23%, 2022년 27%, 지난해 32%로 늘었다. 

러닝 열풍은 건강, 사회적 연결, 기술 발전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건강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신체적 활동을 통해 체력을 증진하려는 이들이 늘었다.

달리는 모습 /사진=아이클릭아트

이와 함께 SNS(소셜 미디어)와 러닝 커뮤니티의 활성화도 러닝 열풍에 한몫을 했다. SNS에는 자신의 러닝 기록을 공유하고 서로 응원하는 문화가 형성됐다. 개인에게 동기부여를 하고, 러닝을 지속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마련된 셈이다. 인스타그램 내 '러닝크루' 해시태그 게시물은 60만건 이상, '러닝' 관련 게시물은 373만여 건에 달한다.

스마트워치와 러닝 앱의 발달로 개인 맞춤형 훈련이 가능해진 점도 달리기 열풍에 영향을 미쳤다. 달린 거리, 시간, 시간당 몇 ㎞를 달렸는지 등 자신의 운동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분석해주는 앱을 활용하는 이들도 많다.

장비 필요 없는 줄 알았는데

달리기는 별다른 장비 없이도 쉽게 시작할 수 있어 많은 이들에게 접근성이 높은 운동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엔 부상 방지, 성능 향상 등을 위해 고기능성 러닝 장비에 관심 갖는 이들이 늘고 있다. 또 러닝이 라이프스타일의 일부로 자리잡으면서 패션 아이템으로도 대두되고 있다. 이같은 수요 증가에 신세계백화점에선 지난달 러닝화가 포함된 스포츠 슈즈 장르 매출은 전년 대비 35.5% 성장했다. 

직장인 김모 씨(38)는 일주일에 3회 이상 5~8㎞ 거리를 달린다. 그는 나이키 베이퍼플라이3, 호카 클리프톤9, 푸마 리딤 프로레이서 등 세 켤레의 러닝화를 갖고 있다. 7만원대부터 30만원대 까지 보유한 러닝화의 가격대도 다양하다. 그는 "카본 플레이트가 들어간 러닝화를 신고 달리면 평지인데 내리막을 뛰는 느낌"이라며 "속도를 내고 싶을 때나 날씨 등에 맞춰 골라서 신는다"고 말했다.

러닝화 계급도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제품 선택 폭이 넓어지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러닝화 계급도'가 등장하기도 했다. 최상위 계급에는 '아디다스 아디제로 아디오스 프로 EVO(에보)1', '나이키 알파플라이3', '나이키 베이퍼플라이3' 등이 자리했다. 이외 '호카', '아식스', '써코니', '뉴발란스' 등의 브랜드 제품들이 각각 올라와 있다. 

그러다 보니 출시 가격에 비해 훨씬 비싸게 중고거래 시장에 올라오기도 한다. 중고거래 사이트 번개장터에는 나이키 알파플라이3가 113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나이키 공식홈페이지 정가(32만9000원)에 비하면 약 3.4배 비싸게 거래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러닝을 취미로 꾸준히 즐기며 입문용 러닝화를 신다가 실력 향상, 대회 출전 등의 이유로 고기능성, 하이테크 러닝화를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며 "고기능성 카본 러닝화 계급도까지 등장했지만 본인의 발에 맞고 운동 목적에 부합하는 러닝화를 신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라톤 대회와 연결한 신제품

치열해진 브랜드 경쟁 속에 달리는 이들의 눈길을 끌기 위한 방법도 다양해졌다. 마라톤, 레이스 등의 대회를 열고, 해당 대회와 연계한 제품을 출시하는 식이다.

이랜드월드가 전개하는 뉴발란스는 지난달 말 '2024 런 유어 웨이 서울 대회'를 열었다. 이번 대회는 뉴발란스 17개 매장에서 '트레이너 패키지' 현장 판매를 통해 참가자를 모집했다. 이 대회엔 총 8000여명이 참가했다. 일반 참가신청 접수는 2분 만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2024 런유어웨이개최를 기념해 선보인 '퓨어셀 SC 트레이너 v3'는 출시 하루 만에 완판됐다. 

이런 행사들의 성공 덕분에 뉴발란스 러닝화 상품군의 올해 1~9월 매출액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성장했다. 이랜드 뉴발란스 관계자는 "2011년 첫 마라톤 행사인 'NEW RACE'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마라톤 행사를 꾸준히 개최하며 러너들과의 소통 및 시장 활성화를 위해  노력한 것이 오늘날 소비자들 사이에서 뉴발란스 러닝화가 사랑받게 된 비결"이라고 밝혔다.

이랜드 뉴발란스 '2024 런 유어 웨이 서울 대회' 참가자들 /사진=이랜드 뉴발란스

나이키도 지난달 말 제주도에서 팀 릴레이 레이스 '나이키 런 제주 2024'를 진행했다. 같은 성별의 4명이 한 팀을 이뤄 제주 동쪽 해안 41㎞를 빠르게 달리는 대회다. 예선전에는 무려 720팀(2880명)이 참여했다. 나이키는 이 대회에서 가장 빠르게 달린 10개팀과 레이스 당일에 공개되는 조건에 부합하는 1명을 선정해 총 '41명'에게 우승상을 시상했다. 41명은 나이키가 약 40여 년 전 출시한 '나이키 페가수스'의 가장 최신 버전 제품에서 착안한 숫자다. 

LS네트웍스가 운영하는 프로-스펙스 역시 마라톤 대회를 후원하고, 대회명을 신제품명에 활용하고 나섰다. 프로스펙스는 지난해 8월부터 춘천마라톤(매년 10월 개최)과 서울하프마라톤(매년 4월 개최)을 3년간 공식 후원하기로 했다. 올 상반기에 '2024 서울하프마라톤 스페셜 에디션'을 출시한 데 이어 최근 2024 춘천마라톤의 개최일인 10월 27일을 신제품에 적용해 '하이퍼 러시 1.027'로 출시했다.

프로-스펙스 관계자는 "마라톤 대회 등 고객 밀착형 마케팅은 러닝의 즐거움과 건강한 러닝 문화 확산은 물론, 브랜드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한다"며 "러닝 인구가 늘고 고객층의 제품 선택도 까다로워지고 있어 이러한 행사가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우 (zuzu@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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